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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환경영향조사 '결렬'…'공'은 대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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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환경영향조사 '결렬'…'공'은 대법원으로

"터널 뚫는다고 습지 훼손 없다" vs "지하수 유출 가능성 확인"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원효터널 공사를 둘러싼 환경영향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정부와 환경단체 양측이 그 결과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양측은 애초 합의한 대로 대법원에 이 조사에 대한 의견을 각각 제출하기로 했다.

***천성산 환경 영향 조사 합의 결렬…'공'은 대법원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천성산 대책위원회'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2005년 2월 지율 스님의 100일 단식을 계기로 실시하기로 합의되었던 것이다. 양측이 추천한 전문가들은 공동조사단을 꾸려 3개월에 걸쳐 현장조사를 하는 등 터널 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이번 공동조사단은 생태계 분야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해 결국 각각의 의견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양측의 전문가들은 지하수, 구조지질, 암석역학, 지구물리, 생태계 5개 분야로 나눠 조사를 실시해 생태계를 제외한 4개 분야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뤘으나 결정적으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합의를 이룬 4개 분야의 조사 결과를 통해 봤을 때) 터널 공사가 천성산의 습지, 지하수, 생태계에 특별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이번 조사로 지하수 유출의 가능성이 확인됐고, 천성산 습지와 지하수의 연결 가능성도 확인된 만큼 무리한 터널 공사 추진은 생태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이번에 얻은 모든 조사 결과를 이른바 '도롱뇽 소송'이 계류 중인 대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 2월 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할 당시 양측은 조사 후 양측의 전문가들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 할 경우 모든 조사 결과를 대법원에 넘기기로 합의했었다.

***습지-지하수 상관관계 가능성 높지만…**

이번 조사는 현장 조사를 불과 3개월에 걸쳐 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두 차례에 걸친 환경영향평가와 크게 다른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무제치늪과 같은 천성산 고산습지가 지하수와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

정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금까지 계속 습지는 빗물과 같은 지표수로만 이뤄진 것으로 터널 공사로 설사 지하수 유출이 있더라도 습지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양측 전문가들이 습지와 지하수의 상관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관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양측의 결론은 여전히 평행선을 그었다. 이번에도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무제치늪 등은 지하수 용출보다는 비, 눈 등 강수에 따른 지표수로 유지되기 때문에 터널 공사에 따른 지하수 유출과는 관계가 미미하다"고 주장하면서 터널 공사의 습지 훼손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측은 "터널 공사로 유출되는 지하수로 인해 습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박했다. 이들은 "불과 3개월간에 걸친 조사에도 불구하고 지하수 유출로 습지가 훼손되고 계곡수가 고갈될 경우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포유류(수달, 삵 등), 어류(한반도 고유어종 6종 포함), 조류(법적 보호종 19종) 등이 확인됐다"며 "철저한 정밀조사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터널 공사는 치명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 "애초 지하수 유출 염두에 둔 설계…법원에서 왜 거짓말 했나"**

한편 터널이 '배수 터널' 형식으로 설계돼 있어 터널을 뚫을 때 단층과 만날 경우 분당 1t 가량의 지하수 유출이 예상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단체 측은 "'도롱뇽 소송' 과정에서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일관되게 법원에서 '지하수 유출 우려가 없다'고 증언했지만 애초 터널 자체가 '배수 터널' 형식이고 또 예상되는 지하수 유출량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위증의 의혹이 제기된다"고 날을 세웠다.

터널 일대에는 그 동안 확인되지 않은 총 15개 분야의 대ㆍ소규모 단층이 존재하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이들 단층 중 9개가 터널 노선과 교차하고 있어 지하 굴착을 할 때 이들 단층과의 교차 지점에서 지하수 유출, 터널 내 낙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측도 "사전 조사와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며 그 심각성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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