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신기자 100여 명이 지난 27일 비무장 지대를 넘어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며칠간 둘러보았다.
북한이 주한 외신기자들에게 개성공단을 단체로 방문하도록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개성공단의 공개를 꺼리던 북한이 이번에 외신기자들에게 취재의 문호를 개방한 것은 북한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개성공단에 입주하고 있는 업체들도 처음의 우려와 달리 상당히 안정을 찾고 있다. 북측의 태도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은 일찌감치 개성공단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것에 대해 만족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 노동자 6000명의 일터**
개성공단에서는 현재 100만 평 규모의 1단계 공사가 내년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69.5%로 이미 시범단지인 2만8000평의 부지에는 15개 사가 입주했으며 이 중 의류, 시계, 자동차부품 등을 생산하는 11개 사가 가동 중이다.
북측 군인들이 100만 평 부지 전체를 둘러싼 8.6km의 철조망 길을 따라 순찰을 하는 가운데 부지 안에서는 남과 북의 건설근로자들이 발파작업 등 부지조성 공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철조망 바로 북쪽으로 북한 주민들의 주거시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이곳 시범단지에서 가동 중인 11개 업체에는 현재 북한 노동자 4300명이 일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까지 합치면 모두 6000명 정도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기본 월급은 57.5달러라고 한다. 잔업수당 등도 있지만 남측 노동자들에 비하면 임금격차가 크다. 또한 임금 인상률도 매년 5% 이내로 제한돼 있다. 입주 업체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는 북한 노동자들의 저임금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같은 민족이니 그들과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의류업체인 신원 에벤에셀은 개성공단 내 7300 평 부지에 5개의 조립라인을 가지고 있다. 현재 326명의 북측 근로자와 7명의 남측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 제품이 완성되면 바로 남측으로 내려가 다음날이면 백화점에 걸린다.
신원 에벤에셀 황우승 개성법인 사장은 개성공장이 가동된 지 1년 정도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공장의 증축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내년 2월로 예정됐던 공장 증축을 올해 6월 초에 완료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황 사장은 무엇보다도 북측 근로자들이 근면하고 성실하다며 그들에게 사전 직업훈련만 잘 시키면 생산성 향상이나 품질 관리 등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공장이 증축되면 지금보다 2배 이상인 800여 명의 북한 근로자가 같이 일하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남북 간 통행·통관 절차도 개선 필요"**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신발업체인 삼덕스타필드는 개성공단에 103억 원을 투자해, 2004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현재 1200명의 북측 근로자와 12명의 남측 근로자가 같이 근무하며 신발 반제품을 만들고 있다.
삼덕 스타필드 문창섭 사장은 "신발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남측에서 경쟁력을 잃어 어차피 동남아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고 손재주가 훌륭하다"고 북측 근로자들을 높이 평가하고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모두 기우였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 청도에도 삼덕 스타필드의 공장이 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개성이 청도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 회사들은 50년 간 배타적 토지이용권(평당 분양가 14만9000원)을 갖는다. 또한 기업소득세가 이윤 발생 후에도 5년 간 면제된다.
문 사장은 앞으로 개성공단 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경의선 철도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철도가 연결되면 물류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는 육로를 통해 부산으로 제품을 수송하는 비용이 중국에서 제품을 부산으로 수송하는 비용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외신기자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한 날에 마침 남과 북 사이에 경의선 철도 연결을 위한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었다. 철도연결 문제는 다음달 2~3일 개최되는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남북 간 접촉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오는 6월의 열차 방북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까다로운 통행과 통관 절차를 들었다. 도라산 역에서 개성공단까지의 거리는 10여km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외신기자들도 개성에 도착하기 위해 남과 북의 복잡한 통관절차를 거치면서 오랜 시간을 길에서 허비해야 했다.
삼덕 스타필드의 문창섭 사장은 1년 전에 비하면 통행절차가 상당히 간소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행문제만 해결된다면 개성공단은 어느 곳보다 좋은 여건을 갖춘 곳"이라고 덧붙였다.
외신기자들은 이날 화장품 용기 생산업체인 태성하타도 방문했다. 이곳에는 452명의 북측 근로자와 일본인 엔지니어 2명, 남측 근로자 2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총 140억 원이 투자된 이 공장에는 일본의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설치돼 있으며, 제품의 50%는 남측 화장품 회사에 납품되고 나머지는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된다고 한다.
***6년 뒤 개성공단엔 '2천개 기업, 70만 노동자'**
김동근 개성공단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대졸 이 20% 이상)의 소유자이고 근면성, 열정, 솜씨 등 좋은 조건을 갖추었으며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니 직업훈련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남측 근로자들과 비교할 때 생산성이 80~90%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현재 개성공단에 대한 전력공급은 한국전력에서 담당하고 있다. 남측의 문산발전소를 통해 배전 방식으로 1만5000KW가 개성공단에 공급되고 있다. 김동근 위원장은 개성공단에서 1단계 공사가 완공되어 입주업체가 많아지면 전력공급을 송전방식으로 바꾸어15만4000KW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2012년에는 개성공단 3단계 개발사업이 완성돼 2000여 개의 기업들이 입주한 가운데 70여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대규모 단지가 된다. 이렇게 되면 개성공단은 명실공히 한반도에서 평화와 공동번영의 상징적인 장소가 될 뿐 아니라 동북아 거점도시 중 하나로 변모하게 된다.
북핵 6자회담의 결과에 상관없이 개성공단의 단계별 개발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그건 당국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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