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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대금 정부대출'로 전락한 '생애첫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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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고리대금 정부대출'로 전락한 '생애첫대출'

〈기자의눈〉 '그림의 떡' 된 '서민대출'

지난해 말 '서민주거 안정대책'으로 2년만에 졸속 부활한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생애첫대출)이 대출 개시 한 달만에 자금고갈로 중단사태를 빚더니 결국 '생애최초 속임수대출'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누더기 대출제도'로 전락했다.

***'서민대출' 금리가 시중은행 평균금리보다 높아져**

생애첫대출의 가장 큰 매력은 '시중보다 훨씬 낮은 사실상의 고정금리'를 적용했다는 것이었다.

생애첫대출 자금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기금운용계획에 연동되는 변동금리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와 연동되는 시중은행의 변동금리와는 달리 정책결정에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고정금리"라고 설명해 왔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정책대출인만큼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같은 금리조건이 유지될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연 5.2%(연소득 2000만 원 이하의 경우 1억 원까지는 4.7%)라는 금리에 매력을 느낀 최초 주택구입자들의 대출신청이 쇄도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11월 7일 대출 개시 후 4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 23일부터 돌연 금리를 0.5%로 올려버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는 은행끼리의 하룻짜리 콜금리도 이처럼 많이 올리지 않는다. 또한 통상 정부정책의 중요한 골격이 바뀐다면 공식발표 시점부터 상당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되는 것과 달리 이번 대출조건 조정은 발표 바로 다음날부터 시행됐다.

서민들을 상대로 한 정책대출 금리가 이처럼 몇 개월 사이에 0.5%포인트나 오를 수밖에 없다면, 단순히 '대출조건 조정'이라는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나라당도 이 점을 지적하며 '생애최초 정부알선 금융피해 사건'이라며 맹비난했다.

실제로 며칠 사이 건교부 홈페이지 여론광장에는 "정부가 고리대금업자냐"며 거세게 항의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생애첫대출 금리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평균금리(5.60%)보다 오히려 높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생애첫대출이 개시되기 직전에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생애첫대출 금리조건이 훨씬 좋아 서둘러 200만 원의 해지비를 내고 갈아탔었다는 한 네티즌은 "정부가 내 해지비 물어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생애첫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모임을 결성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금리인상에 대한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건교부는 "금리인상 조치는 23일부터 신규 대출신청 접수 분부터 적용된다"면서도 "이미 대출받거나 신청이 접수된 경우도 향후 형평성 차원에서 조정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생애첫대출을 취급하는 은행(국민, 우리, 농협) 관계자들은 "사실상 이 대출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올해 주택구입자금 예산 2조5천억 중 1월에만 생애첫대출로 7천억 소모**

건교부도 금리인상까지 포함된 대출조건 조정에 대해 겸연쩍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는 대출중단 사태 이후 지난 1월 12일 대출조건 조정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주로 소득기준을 강화해 '보다 많은 자금이 실수요자에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고개를 뻣뻣이 드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제도 시행 몇 개월만에 생애첫대출의 근본적인 성격을 허물어버리는 대폭적인 금리인상마저 단행하게 되자 추병직 건교부 장관도 "죄송스럽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팔문 주거복지본부장은 "이쯤 되면 건교부 관료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물러나라면 할 수 없는 일이죠"라고 허탈한 태도를 보였다.

건교부가 생애첫대출 금리를 0.5%포인트나 올릴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금고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건교부에 따르면 생애첫대출 자금은 주택구입자금에서 지원된다. 그런데 주택구입자금은 생애첫대출뿐 아니라 근로자서민주택구입대출도 함께 사용한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올해 2조5000억 원의 주택구입자금이 배정됐는데 1월에만 39%인 9738억 원이 대출됐다. 그 원인은 물론 생애첫대출 때문이다. 대출된 주택구입 자금의 73%인 7100여억 원이 생애첫대출로 소모된 것이다.

건교부는 "주택구입 자금이 모자르면 건교부 예산에서 1조원 규모의 추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금리인상 등 대출조건을 또다시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하자마자 곧바로 시행에 들어갈 만큼 자금고갈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생애첫대출, 존재의미 상실**

생애첫대출 조건이 계속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서민의 내집마련 자금 지원'이라는 정책목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느냐는 논란도 계속 되고 있다.

건교부는 생애첫대출 소득기준을 당초 세대주 소득 5000만 원 이하에서 1월 31일부터 부부합산 소득 5000만 원 이하로 제한했다. 그리고 23일부터는 부부합산 소득 3000만 원 이하로 또 제한을 강화했다.

게다가 생애첫대출 자격을 조정하면서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자 소득기준을 '부부 합산 3000만 원 이하'에서 또다시 '부부 합산 2000만 원 이하'로 낮췄다. 자금고갈을 우려한 나머지 주택구입 자금의 원리금 부담 때문에 대출신청을 꺼릴 정도인 소득수준으로 기준을 대폭 낮춘 것이다.

건교부는 또 주택구입 자금을 취급하는 은행들의 담보인정 비율도 90~100%에서 70%로 낮추게 해 자금조달 규모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생애첫대출은 만 20살 이상 무주택 가구주 중에서도 가구원 모두 한 번도 집을 산 경험이 없는 경우 대출을 해주는 제도로 출발했으나 지난 1월 31일부터는 35세 미만 단독가구주는 제외한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그러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근로자서민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이미 있는데도 생애첫대출이 존재의미를 가지려면 결혼 한 뒤 10여년이 넘도록 한 번도 집을 사지 못한 중년층 서민 가구를 위한다는 정책목표가 실현돼야 한다.

소득기준을 지금처럼 낮추면 대출신청 가능자는 결국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 안되는 젊은층으로 한정된다. 실제로 부부합산 소득을 5000만 원 이하로 제한했을 때도 생애첫대출을 받은 64.1%가 35세 미만이었다. 생애첫대출이 40∼50대 서민들의 내집 마련보다는 30대 젊은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건교부 관계자는 "정치권의 강요에 못 이겨 졸속으로 생애첫대출제도를 부활시킨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절대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의 관료 중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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