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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부른 H사장의 '음독 자살', 도대체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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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부른 H사장의 '음독 자살', 도대체 무슨일이?

"낙동강 인근 업체 줄폐업…빚 내서 월급주던 분인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예고된 죽음'이었다. 지난달 31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한데 이어, 이번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사업 실패를 비관하며 대구 지역 골재 채취업자가 음독 자살했다. 이 지역 골재 노동자들이 "4대강 사업은 지역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있는 일자리마저 빼앗는 사업"이라며 오랜 시간 정부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생긴 비극이었다.

11일 대구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5시께 대구 남구 대명동 소재 D산업의 H 전 대표(72)가 "4대강 사업이 원망스럽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음독 자살을 기도, 병원으로 옮겼으나 11일 새벽 끝내 사망했다.

20년 이상 낙동강 일대에서 골재 채취업을 해온 H 전 대표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회사가 폐업 위기에 처하자,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어려운 경영 사정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남긴 A4 용지 3장 분량의 유서에는 "정부가 많은 국민이 반대하는 사업을 추진해서 원망스럽다", "(4대강 사업으로) 생업을 못하게 돼 힘들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보상금 한 푼 없이 내쫓는 식으로 (기업을) 버리는 나라 살림이 또 있는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9년부터 올해 초까지, 약 20년 동안 D산업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이상길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빚을 내서라도 직원들 월급을 챙겨주는 분이었다"며 "4대강 사업 이후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빚을 많이 진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도청으로부터 6월 15일까지 골재 채취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그나마 일이라도 있으면 앞으로 돈을 벌어 헤쳐 나가면 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일감이 완전히 떨어졌는데 앞이 캄캄하지 않았겠나. 좋은 분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사업 실패를 비관하며 대구 지역의 골재업자가 자살했다. 이 지역 골재노동자들은 "4대강 사업이 골재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준설 작업이 진행 중인 낙동강 상주보 일대의 모습. ⓒ낙동강지키기부산시민운동본부

"4대강 사업이 '일자리 창출'? 있는 일자리도 빼앗고 있다"

H 전 대표의 죽음을 놓고, 대구 지역 골재업자 및 노동자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예고된 비극"이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문수진 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낙동강 지역의 골재업체 대부분이 폐업을 했거나, 물량이 없어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고 토로했다.

골재 채취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아 강에서 모래와 자갈 등 골재를 얻는 일로, 골재노동자들은 굴삭기·살수차 등을 이용해 골재를 채취한다. 전국 130여 개 골재업체 1000여 명의 골재 노동자 가운데, 70퍼센트인 700여 명(74개 업체)의 노동자가 낙동강에 몰려 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난 이후부터, 이들 대부분은 일감이 없는 사실상 '폐업·실직 상태'가 됐다. 문 위원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33개 골재업체 중,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업체는 5개에 불과하다"며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시작한 4대강 사업은 오히려 지역 일자리를 빼앗는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골재원노조 조합원이 있는 17개 업체 가운데 11곳이 휴업 상태이거나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 대부분이 사실상 '실직 상태'가 됐다. 조합원 56명 가운데 이미 해고된 사람이 7명, 최근 해고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8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낙동강에서 10~30년 씩 모래를 채취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 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조합원이 받은 해고 통지서. ⓒ최병성·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만 4억4000만 톤에 이르는 골재를 채취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폭 200미터, 높이 6미터의 둑을 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낙동강을 포함해 4대강 전 구간에서 퍼내는 골재는 5억7000만 톤으로, 준설 비용만 5조1864억 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양의 골재를 준설하는데도, '골재 채취'를 업으로 삼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수진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을 발주한 업체는 모두 대기업으로, 지역의 영세 업체들은 장비 노후화 등을 이유로 모두 (사업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고 했지만, 막상 사업이 시작되고 나니 대기업들이 지역 사람들을 전혀 고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영세 골재업자들은 골재 채취 허가를 받지 못해 손을 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4년 간 퍼낼 골재를 '단 2년' 만에…"4대강 사업 끝나면 모두 실업자 될 것"

4대강 공사가 낙동강 전 구역에서 이뤄지다보니, 대구·경북지역 골재업자들은 4대강 사업이 '휩쓸어간' 골재의 고갈에 직면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폐업과 대량 해고 사태도 심각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골재원노조는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서 34년 간 채취할 골재를 단 2년 만에 퍼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 기간 동안 낙동강에서 퍼낼 골재는 총 4억4000만 톤으로, 지난 한 해 낙동강에서 준설한 골재량(1300만 톤)을 계산하면 34년 간 채취한 골재를 단 2년 만에 퍼내게 된다. 낙동강 일대의 골재를 완전히 '동 내는' 셈이다. 골재원노조는 "공사가 끝나면 골재 채취업이 아예 사라져 모두 실업자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지난 5월 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호소하며 삼보일배를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골재원노동조합

이 같은 우려를 정부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토해양부의 용역 보고서를 보면, "준설토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하천 골재가 대량 공급될 경우, 산림·바다 골재도 수요가 급감해 골재 가격 폭락 및 업체의 대량 도산이 예상된다"며 '골재 대란'을 예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전무했다. 골재원 노동자들은 삼보일배, 삭발, 집회 등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1년 넘게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지만, 정부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문수진 위원장은 "국토해양부, 한나라당, 청와대에까지 탄원서를 넣었지만, 정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또 "아직 일하고 있는 업체들도 내달쯤이면 모두 일거리가 떨어지게 된다"며 "골재업자의 안타까운 자살도 그런 답답한 상황에 대한 비관에서 발생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에서는 골재업 입찰 비리 의혹 잡음

대구에서 골재업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일어나는 동안 광주에서는 골재 채취 사업 입찰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이 제기 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광주시 도시공사는 지난 3월 30일 골재 채취 관련 대행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당시 D개발과 C건설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도시공사가 입찰경쟁 코드번호 입력 오류를 이유로 2차 ,3차 입찰을 실시했고, 1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S개발 컨소시엄이 1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됐다.

이에 D개발, C건설은 "특정업체 밀어주기"라고 반발하며 법원에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광주지법은 "입찰 공정성을 해쳤다"며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검찰에도 입찰 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금품 요구'가 있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D개발 측은 "도시공사 직원이 낙찰을 돕는 대가로 얼마를 줄 건지 물어서 1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이 직원은 간부와 부하직원에게까지 사례하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도시공사 측에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검찰이 소환조사 및 계좌추적 등의 수사를 진행 중이어서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제의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예정 사업비만 116억여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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