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원/달러 환율의 급락세가 12일 재개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6.6원 떨어진 978.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975원 선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결국 974.0원에 마감됐다. 이는 전날 종가에 비해 10.6원, 지난해 말 종가에 비해 47.6원 떨어진 수치다.
이날 환율 급락은 한국은행이 1월 중 콜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와 외환시장 참가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게다가 박승 한은 총재가 환율을 외환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에 맡겨두겠다는 방침과 외환시장 교란 요인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상반된 방침을 동시에 밝혀 외환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이미 예측된 콜금리 동결, 힘 못 써**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달 중 콜금리를 현재 수준인 3.7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이같이 결정한 배경으로 "우리 경제는 지난해 11월 이후 생산, 수출, 소비 등 모든 면에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경기회복에 불확실한 요인들이 있는 만큼 이런 활발한 회복세를 지속시키기 위해 이달 콜금리를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지적한 불확실한 요인이라는 것이 원/달러 환율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보면, 이번 콜금리 동결 결정에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는 한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월 중 콜금리가 동결된다는 사실은 시장에서 이미 예상해온 것이기 때문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급락을 막는 데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환율은 한은의 콜금리 동결 발표 직후 975원 선까지 붕괴했다.
***박승 총재 "개입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박승 총재는 이날 콜금리 동결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최근 급격한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장개입을 하지 않은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성숙했다는 의미"라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정상적인 시장기능을 존중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이번 환율하락은 글로벌 강달러 추세와 한국경제의 체질 강화가 함께 반영된 결과"라며 "그렇지만 현재의 원/달러 환율 하락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친 측면이 있으며, 한은은 시장교란 요인이 있을 때 시장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바로잡아주는 다각적 노력을 정부 측과 협력해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박승 총재의 발언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 총재가 "한국은행의 예측에 의하면 올해 한국의 평균 환율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요인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현재 상황은 지나친 면이 있고 일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하자 한은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달러 매수세가 유입돼 환율이 반짝 상승했다.
그러나 그가 "환율 급락은 일시적으로 보지만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며 "현재 원화 환율이 세계에서 가장 절상률이 높은 통화인데도 중앙은행과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경제가 그만큼 성숙했고, 자신도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이자 이를 한은의 비(非)개입 방침으로 풀이한 서울환시에서는 다시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환율 하락은 대세"**
이번 환율 급락을 주도한 것은 역외세력이었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이 '11월 무역수지'를 발표하고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0.5% 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자 뉴욕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 매도가 급증해 원/달러 환율이 970선 이하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롯데쇼핑의 국내외 동시 상장(IPO)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율 하락에 가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환전문가들은 이번 환율하락은 대내적 충격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전날 잠시 주춤했던 환율의 하락세가 재개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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