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노동조합은 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노조의 동의 없이 성과급제·직책급제 도입안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박승 한은 총재를 부당노동행위 등 노동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한은 노조는 9일 한은의 박승 총재과 관련 부총재보, 총무국장 등 3명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지방노동청에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노사 양측은 작년 말까지 성과급·직책급제의 도입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으나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30일 한국은행은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금통위 의결을 거쳐 성과급·직책급제의 도입을 확정했다. 성과급제와 직책급제는 업무실적과 직책에 따라 각각 급여를 차등지급하는 방식이다.
한은 노조는 박 총재 등이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성과급·직책급제를 강행하려 한다면서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성과급·직책급제의 도입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하며 "그러나 이런 임금체계의 변화가 노사 간의 상호 합의 없이 사측의 강행으로 이뤄지는 그 과정이 문제"라고 고소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특히 다면적·상호적 평가가 마련되지 않고 상하 평가 등과 같은 수직적인 평가만 있는 현재의 평가체계 하에서 성과급제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성과급제의 악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같은 노조측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상반기 중 조속히 직책급제를 도입하고, 이어 인사고과를 재정비한 후 하반기에 성과급제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대책 마련에 나선 한은 급여후생팀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등 주요 국책 기관들도 이미 5년 전부터 성과급·직책급제를 실시해왔다"며 "이번에 한은이 이런 장치들을 최소한의 수준에서나마 실시해 직원들에게 업무 실적 향상의 동기를 부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법률적인 자문을 받아본 결과 근로자의 동의가 없어도 임금 총액에 변화가 없는 임금체계의 변경은 시행 가능하다"며 "현재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경우' 사측이 임의로 임금체계를 바꿀 수 있게 돼있기 때문"고 주장했다.
즉, 한은은 기본급과 상여금의 총액에는 변동이 없고 근로자의 근로 실적에 따라 상여금만 차등지급하는 방식의 성과급제를 도입할 것이므로 고소를 당해도 법적으로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금 총액이 그대로라고 해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노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박승 총재는 지난해 3월에도 한은 노조의 고소를 받을 뻔 했던 사례가 있다. 이는 지난 2004년 연말 연봉협상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농성을 벌인 노조원들에게 사측이 없던 일로 하자며 업무 복귀를 요구했다가 사후에 내부징계를 내린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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