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경영자들이 지난 한 해의 경영화두로 '구름과 진흙처럼 차이가 크다'는 뜻의 '운니지차(雲泥之差)'를 뽑아 올해 산업 및 경제 부문에서 두드러졌던 '양극화 문제'가 기업 경영에서도 중요한 화두였음을 보여줬다.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기업 임원급 대상의 유료 정보사이트 '세리CEO'에서 '2005년 회사 경영상 가장 큰 이슈·화두를 담고 있는 사자성어를 고른다면'이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미리 제시된 몇 가지 사자성어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설문에 참여한 420명의 기업 임원들 가운데 87명(20.8%)이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 정규직-비정규직, 첨단산업-전통산업, 수도권-지방, 중산층-서민 사이에 심화된 경제적 양극화를 지적하며 지난 한 해의 경영화두로 '운니지차'를 꼽았다.
지난해 이맘때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신년사'를 통해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양극화'를 지목하며 "올 한 해는 동반성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국내 경영자들에게는 경제양극화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보이는 듯하다.
2위는 1위인 '운니지차'와 별 차이 없는 20.2%의 응답률을 기록한 '급어성화(急於星火, 별똥별처럼 빠르다)'였다. 이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난 한 해 국내 기업경영자들에게 '속도경영(스피드경영)'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음을 보여준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29일 발표한 '2006년 신년사'에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의사결정과 기술개발을 빠르게 해야 한다"며 속도경영을 다시 한 번 촉구한 바 있다.
'운니지차'와 '급어성화'에 이어 '천정부지(天井不知)'가 13.3%를 차지해 2005년 경영화두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유가, 주가, 원자재 가격 등이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큰 폭으로 올랐던 점이 반영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4위는 9.5%가 지목한 '무주공산(無主空山)'이었다. 올해 국내 기업들이 '블루오션(blue ocean)', 즉 경쟁자들이 없는 무경쟁 시장을 찾아다녔음을 보여준 선택이다. 블루오션 찾기 열풍은 내년에도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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