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황우석 교수 연구를 둘러싼 윤리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 왔던 시민사회단체가 최근 인터넷 공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황우석 애국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진실 은폐야말로 결과적으로 국익 훼손할 것**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과학센터,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23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번 사안이 제기된 후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사회 일각에서 왜곡된 국익론과 결과 지상주의가 제기되는 현실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지금은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내 여건과 여론을 핑계 삼아 국제적인 윤리 규범을 쉽게 무시하는 국내 과학자와 국제 과학계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려 하겠느냐"며 "만일 우리 사회 일부의 왜곡된 '국익론'에 경도돼 이번 사안의 진실 규명에 소극성을 보인다면 우리 과학계 전체가 국제 과학계에서 완전히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진실의 은폐는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진실을 명백히 밝히는 것만이 우리 생명과학계가 국제적인 고립과 비난을 피하고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엄격한 윤리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생명과학 분야에서조차 '윤리 규정 좀 어겼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는 식의 결과 지상주의가 통용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황우석 교수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
한편 이들 단체들은 황우석 교수에게도 확인된 사실과 관련 의혹을 솔직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난자 매매와 난자 기증이 사실로 밝혀졌고 황우석 교수가 이런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만약 황 교수가 사전에 알고서도 계속 이런 내용을 부인해 왔다면 난자 출처의 비윤리성 문제를 넘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 왔다는 도덕적 비난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황우석 교수팀의 윤리 규범 위반은 이미 우리 과학계의 국제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지금도 묵묵히 실험실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연구자에게 직ㆍ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며 "황 교수는 더 이상 진실을 숨기지 말고 관련 의혹들을 솔직히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약 황 교수가 과거처럼 의혹을 숨기는 데 급급하거나 서둘러 미봉책을 발표하면서 여론의 동정을 얻으려는 시도를 지속한다면 국내외적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기영 보좌관 사퇴해야**
이들 단체들은 청와대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 저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박기영 보좌관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 보좌관은 공동 저자에 오른 이유와 관련해 국내외적 논란이 일자 생명윤리에 대해 조언했다고 주장했다"며 "이제 황 교수 연구 과정의 윤리 문제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몰랐다'고 말을 바꾼다면 별 기여도 없이 공동 저자에 포함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 보좌관은 과학기술정책의 고위 책임자로서 도덕적 지위를 이미 상실했다"며 "이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보좌관은 현재 이번 일에 대해서 "보좌관이 되기 전의 일이라 언급하기가 부적절하다"며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는 언제까지 '황우석 입'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이들 단체들은 마지막으로 정부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이들은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그 동안의 일방적인 '황우석 띄우기'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특정 연구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결정할 때는 최소한 연구 과정의 여러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규명하고 제거한 이후에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황우석 입'만 바라보는 현재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정확한 조사를 통해 문제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객관적 지위에서 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철저한 조사야말로 황 교수의 자진 해명 후 터져 나올 수 있는 또다른 논란과 의혹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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