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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일, '황우석' 위해 모든 책임 뒤집어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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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일, '황우석' 위해 모든 책임 뒤집어쓰나"

[기자의 눈] 노성일 '해명'이 남긴 쟁점들

지난 2년간 말만 무성하던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 문제가 드디어 전모를 드러낼 단계에 이르렀다. 하나둘 드러나는 진실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거나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21일 "20명에게서 난자를 매매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공급했다"며 "이들에게는 150만 원 상당의 보상금이 지급됐다"고 실토했다. 노 이사장은 "(20명 외에도) 순수 기증자도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이사장은 '난자 기증자 중에 황 교수팀 연구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난자 기증자의 신원에 대한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의사 입장에서 밝힐 수 없다"며 "그것을 밝히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노 이사장은 "이런 논란이 국익과 과학계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상대편이 조금이라도 잘하면 비하하고 질투하는 풍토가 지배하는 이 사회는 병들어 있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노 이사장에 따르면 황우석 교수도 "이 나라를 떠나고 싶거나 죽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힘들어 하고 있다"고 한다.

***'황우석 사단'의 계속되는 거짓말…국제 과학계에 뭐라고 해명할 것인가**

이런 노성일 이사장의 해명을 지켜보면서 기자로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문제를 키워 온 당사자들이 오히려 "왜 들쑤셔서 문제를 키우느냐"고 큰소리를 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나씩 짚어보자. 황우석 교수는 2004년 <사이언스>에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을 기고하면서 "16명의 '자발적 기증자'로부터 총 242개의 난자를 기증받아 사용했다"며 "이런 내용은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철저한 검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노성일 이사장의 실토로 이런 황 교수의 공언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일단 난자는 16명의 '자발적 기증자'가 아니라 20명이 넘는, 카드빚을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사회적 약자'들이 판매한 것이었다. 단돈 수십만 원도 아쉬운 이들에게 150만 원은 큰 유혹이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위원회(IRB)가 <사이언스>에 제출한 난자 채취 관련 심사 서류는 (아직 공개를 한 적이 없어서 그 실체를 알 수 없지만) 조작된 것이었을 확률이 높다. 상황이 이런 데도 황우석 교수와 박문일 당시 기관윤리위원회 위원장은 "난자 확보에 윤리 문제가 없다"고 <사이언스>를 비롯한 국제 과학계에 해명했으니 이제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이밖에도 노성일 이사장은 여성 연구원으로부터 난자가 채취됐을 가능성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사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아직 확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지만, 미즈메디병원에서 2명의 황 교수팀 여성 연구원이 난자를 채취했을 가능성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들 연구원들도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황 교수에게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이들 역시 똑부러지게 '부인'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64년 '헬싱키선언' 통해 이미 포괄적 규제 대상…'한국적 특수성'은 난센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노성일 이사장은 "2002년에 매매된 난자를 사용해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할 때는 이와 관련된 법이나 윤리 규정이 없었다"며 "연구 후에 만들어진 법과 윤리 규정을 들이대며 단죄하려는 것을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용감한 주장'을 의사이자 생명과학자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1964년 발표된 인체를 대상으로 한 과학 연구의 국제 기준인 '헬싱키 선언'은 "시험 수행에 대한 동의를 얻을 때 의사는 피험자가 자기에게 어떤 기대를 거는 관계가 아닌지 또는 그 동의가 어떤 강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이 선언을 통해 연구에 쓰일 난자를 제공할 때 대가를 받거나 또는 강제된 상황에서 난자를 제공할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난자 매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과학 연구에 있어서는 매매된 난자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선언은 "그 어떤 국가의 윤리적, 법적 요구와 규제 사항도 이 선언문에 제시된 사항을 축소하거나 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의사인 노 이사장이 지켜야 할, 2001년 11월 15일에 공포된 '의사윤리지침'도 "인공수정에 필요한 정자와 난자를 매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의사는 그러한 매매 행위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000년 1월 4일 고시한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에서 "임상시험은 헬싱키 선언에 근거한 윤리 규정, 임상시험 관리기준 및 관리규정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나 노성일 이사장이 계속해서 매매 난자를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한 사실이나 또는 연구자가 난자를 기증했을 의혹을 일축해 온 것도 이런 국제적 연구 관행을 명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황 교수나 노 이사장이 '한국적 특수성'을 강조하며 윤리 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해 가려 한다면 그 순간 우리 생명과학계는 국제 과학계의 네트워크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노성일 이사장, '오야붕' 위해 살신성인하는 '꼬붕'?**

그런 다음에도 가장 큰 문제가 남는다. 과연 노성일 이사장의 주장대로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황 교수가 정말 전혀 모르고 있었을까?

노성일 이사장이 자신의 주장과 같이 진실로 '2002~2003년의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매매된 난자를 사용하는 것이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다면 그가 황 교수에게 난자의 출처를 감췄을 리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리고 '한국적 특수성' 운운할 필요도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법으로 보건, 윤리로 보건 아무 문제가 없다면 감추긴 왜 감추며 '특수성'은 왜 거론했던 것일까?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그 동안 '오야붕'을 위해 기꺼이 모든 '허물'을 뒤집어쓰는 '꼬붕'을 수도 없이 보아 왔다. 노성일 이사장이 "황 교수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에서 그 많은 '꼬붕'들을 연상하는 것은 기자만의 과민반응일까? 이젠 황우석 교수가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밝혀야 한다. 그 한번의 설명으로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남아선 안 된다.

이제 더 미루다간 우리나라 '바이오 강국'의 희망은 물거품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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