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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통계정정 소동, 그 경위와 파장

[스케치] 노동계 "김대환 노동부장관 사퇴" 촉구

노동부가 비정규직 근로자 수에 대해 "감소했다"고 발표한 지 이틀만인 27일 "다시 점검해보니 사실은 늘어났다"고 정정발표를 하는 소동을 벌여놓고도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책임회피에 급급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비정규직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민감한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상황에서 그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노동정책 수행의 기본자료가 되는 비정규직 근로자 관련 통계를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사퇴 등 책임 지는 자세를 보일 것을 일제히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부장관, 말만의 '사과'만으로 충분한가**

◇…노동부는 27일 김대환 노동부장관의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틀 전에 발표한 비정규직 노동자 통계를 정정했다. 이틀 전에는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502만9000명으로 지난해 539만4000명보다 36만5000명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는데, 이날 "통계상 오류가 있었다"며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사실은 548만3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만9000명 만큼 오히려 늘어났다고 정정한 것이다.

김 장관은 "비정규직 근로자와 국민 여러분께 주무장관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혼란을 끼친 데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과연 장관이 '사과의 말씀'을 하는 것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해 노동계 안팎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노동부, 통계청에 책임 떠넘기는 태도**

◇…김대환 장관을 비롯해 노동부 관리들은 정부 통계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손상시킨 이번 소동의 책임을 통계청 쪽으로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통계착오의 원인에 대해 "통계청의 원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김 장관의 해명과 관련해 보충설명에 나선 노동부 실무자는 "통계청이 지난해와 다른 형식의 코드표를 사용해 착오가 생겼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다른 관계자에게 보다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비정규직 관련 통계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라는 원자료를 바탕으로 노동부가 부가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통계오류는 통계청과 무관하다"면서 "통계 코드표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 통계청에 확인했으면 될 일이었다"고 다른 이야기를 했다.

통계청 관계자의 이런 반박 내용을 노동부 실무자들도 부인하지 못했다. 이번 통계오류 파문을 일으킨 '비정규대책팀'을 관할하는 근로기준국의 박중철 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통계의 기술적 처리 과정에서 통계청에 확인했어야 했는데 서두르다보니 착오가 생겼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중요한 비정규직 관련 통계를 그토록 부랴부랴 내도록 한 책임의 문제에 대해서는 노동부 관리들 가운데 그 누구의 입에서도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노동부 관리들, 책임을 느끼고는 있나**

◇…노동부 관리들은 통계오류의 발생경위를 알아보려는 기자들의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하기보다는 소극적으로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과연 이번 소동에 대해 반성하거나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의아하게 했다.

노동부 근로기준국 박중철 국장은 "비정규직 통계는 담당 조사위원 한 사람이 처리하는 것인데 그가 올해 처음으로 비정규직 관련 통계 처리를 맡다보니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가 담당 조사위원이라는 최모 씨와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해보려고 했으나, 노동부 관계자들은 "자리에 없다"면서 휴대폰 번호 등 연락처도 알려주지 않았다.

최모 조사위원이 소속된 부서의 한 관계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연락이 잘 되던 실무자들이 오늘은 모두 연락이 안 되는데 상부의 지시를 받고 모두 자리를 피했냐"고 기자가 묻자 "우리는 모두 CEO(기업 최고경영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알아서 처신하고 있다"는 기상천외한 답변을 했다.

***민감하고 중요한 통계를 수작업으로, 그것도 재점검도 없이**

◇…노동부 관리들에 비하면 통계청 관리들은 상대적으로 기자들의 취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통계청이 제공하는 원자료의 레이아웃은 늘 바뀔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부에서 그 원자료를 가공할 때 통계처리 프로그램을 조금만 바꾸면 되는 것인데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수작업으로 하다가 오류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동부는 간단한 프로그램 조정만으로도 얼마든지 전산처리가 가능한 통계작업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길래 그토록 서둘렀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저절로 생기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의문과 관련해 정치권과 노동계 일각에서는 16일 실시된 국회의원 재선거가 원인이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또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늘어났는데 그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라면 모르지만, 비정규직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면 다시 한번 꼼꼼이 점검해보는 것이 상식"이라면서 "작년과 다른 추세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오류의 가능성을 점검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반박을 하고 나설 노동부 관리가 과연 있을까?

***노동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력보다 호도에만 급급" 비난**

◇…이번 통계오류 소동에 대해 노동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기계적 오류로 인한 실수"라는 노동부의 해명에 대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이번 통계오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소동은 어떻게든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시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감춰 보려는 정부의 '불순한' 의도가 초래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 법안을 강행하는 데에 보다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노동부 장관은 해명 등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노동부의 통계오류 소동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전문가이기도 한 박영삼 한국노총 홍보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대환 장관은 통계청이 잘못된 '코드표'를 넘겨줘 통계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라고 단언했다.

박 실장은 이번 오류발생의 원인을 두 가지로 꼽았다. 그 중 하나는 통계청이 '코드표' 점검을 마무리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노동부가 통계청을 재촉해 자료를 서둘러 넘겨받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호도하려는 노동부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박 실장은 "노동부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기보다 통계조작을 통해 마치 자신들이 대단한 업적이라도 세운 양 국민을 우롱했다"며 "이같은 행위는 사용자단체들도 감히 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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