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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내년 침체에 빠질 가능성 있다"

스티븐 로치 "고유가 충격 흡수할 완충판이 없다"

미국경제는 겉으로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전례 없는 불균형을 안고 있어 내년에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가 26일 경고했다.

벤 버냉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차기 의장에 지명된 것을 계기로 미국의 국제문제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가 이날 인터넷판(www.foreignpolicy.com)에 게재한 인터뷰에서 스티븐 로치는 "나는 내년에 미국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을 40%로 보는데, 이는 높은 확률"이라고 말했다.

***"군사비 지출 부담이 고금리로 이어질 듯"**

이렇게 전망하는 근거로 로치는 미국 소비자들의 저축률이 마이너스일 정도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지금의 상황에서 고유가 등 높은 에너지 비용이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그는 "과거 세 차례의 에너지 쇼크 때도 저축률이 평균 8%였지만 지금은 마이너스 1%"라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미국경제에는 "완충판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로치는 "민간 저축률이 낮은 상태에서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는 것은 우리(미국)가 그 자금 부담을 다른 사람들, 즉 해외의 채권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미국의 대중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러한 지급의 부담을 넘겨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앞으로도 그렇게 넘겨받게 될 지급부담을 감당할 자금의 확보를 위해 필요한 세금인상을 하지 않는다면 '고금리'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밖에 로치는 버냉키가 연준 의장에 지명된 데 대한 시장의 반응과 관련해 "처음에는 긍정적이겠지만 임기 초기에 (시장의) 검증을 받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포린 폴리시>의 인터넷판에 게재된 로치의 인터뷰 기사는 단지 일곱 개의 문답만으로 현재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과제를 압축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다음은 그 전문의 번역이다.

***'버냉키의 대응을 기다리는 것들'에 관한 일곱 개의 문답**

허리케인과 중동의 혼란에 비하면 (미국)경제의 현 상태는 대단히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경기침체의 가능성, 고유가, 그리고 전쟁 수행에 필요한 세금인상에 대한 워싱턴의 거부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포린 폴리시>: 벤 버냉키가 연준 의장에 지명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스티븐 로치: 사실 그는 내가 연준 의장 감으로 생각한 두 번째 사람이다. 그는 매우 견실한 금융경제학자다. 그러나 경상수지 조정 문제와 잠재적인 달러 위험이 여전히 지배하게 될 2006년의 격랑을 그가 과연 성공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그가 뿌리 깊은 인플레이션 타게터(Inflation Targetter,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미리 설정해놓은 뒤 이것에 초점을 두고 중앙은행의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그렇게 할지, 특히 연준 의장이 된 뒤에도 그렇게 할지는 다른 문제다.

<포린 폴리시>: 월가와 기타 글로벌 시장들은 버냉키가 연준 의장에 지명된 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나?

스티븐 로치: 그는 시장에서 믿을 만한 견실한 사람이기에 당장의 반사적 반응은 긍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역사가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바는, 그런 견실한 사람도 연준 의장으로서의 임기 초기에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폴 볼커도 검증을 받았고, 앨런 그린스펀도 검증을 받았으며, 나는 버냉키도 이 점에서 특별히 면제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미국에는 (가계수지 적자, 재정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등) 여러 가지 적자들과 관련된 많은 쟁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포린 폴리시>: 올해 초에 당신은 <포린 폴리시>에 쓴 글에서 앨런 그린스펀의 정책이 지닌 단점들을 지적했다. 그 후 9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그동안 그런 단점들이 해결된 것을 본 적이 있었는가?

스티븐 로치: 아니다. 그런 것은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가 제기했던 쟁점들 가운데 여러 가지에 대해 그린스펀이 스스로 자기의 견해를 뒤집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그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바로 3주일 전에 그가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10년 사이에 두 번째로 그가 쓴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그는 가계로부터 이탈된 자산가치를 측정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그는 우선 측정의 기준들을 나열하고 나서 주택거품이 그동안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를 말했고, 소비자들이 과대평가된 그들의 주택으로부터 얼마나 적극적으로 구매력을 뽑아냄으로써 경제를 지탱해 왔는가를 설명했다. 이런 그의 논문 내용은 주택거품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기존의 자기 신념을 극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같은 주에 그는 경제의 신축성에 관해 두 번의 연설을 했다. 이 연설에서 그는 연준이 통제하는 명목금리가 낮은 수준에 있다는 점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경제가 자산거품을 경험하는 쪽으로 편향성을 갖게 해 왔음을 인정했다. 이것도 대단한 입장표변이었다.

<포린 폴리시>: 지금의 미국경제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스티븐 로치: 잘 봐줘도 C학점이다. 겉으로만 보면 국내총생산(GDP) 실적도 좋고, 인플레이션도 낮으며, 실업률도 낮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 뒤에에는 저조한 국민저축과 관련해 전례 없는 불균형이 존재한다. 국민저축 세 가지 중 두 가지, 즉 (기업저축을 제외한) 소비자저축과 정부저축이 둘 다 마이너스다. 우리(미국)의 국제수지 적자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가계부문의 부채도 기록적인 수준이며, 기록적인 수의 소비자들이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피상적으로 보면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표면 속에서 우리를 당황케 하는 실망스러운 모습들이 보인다.

<포린 폴리시>: 미국이 경기침체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스티븐 로치: 나는 내년에 미국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40%라고 본다. 이것은 높은 가능성의 확률이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큰 걱정거리다. 전례 없는 양상으로 소비지출을 늘린 소비자들에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저축률은 지금 마이너스 1%로, 193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70년대 중반, 1970년대 후반, 그리고 1990년대 초 등 과거 세 차례의 에너지 쇼크 때도 소비자 저축률이 평균 8%였다. 그때 우리는 높은 에너지 비용을 감당할 돈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완충판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러한 완충판이 없다. 천연가스와 휘발유, 난방유와 같은 에너지 제품들을 구입하는 데서 안게 된 부담을 즉각적으로 경감시킬 조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소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포린 폴리시>: 당신이 볼 때 지금 당장 백악관이 가장 긴급하게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 변경은 무엇인가?

스티븐 로치: 백악관이 가장 긴급하게 해야 할 일은 국민저축을 증대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부문, 특히 가계의 저축을 촉진할 정책을 수립해 실시하는 것이다.

<포린 폴리시>: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3570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런 지출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고 보는가?

스티븐 로치: 민간 저축률이 낮은 상태에서 많은 군사비 지출을 하는 것은 우리(미국)가 그 자금부담을 다른 사람들, 즉 해외의 채권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놀라운 일은, 그들 해외의 채권자들이 달러화 가치의 하락 또는 미국의 고금리와 같은 형태로 미국에서 (부담전가) 조건의 양보를 하도록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그러한 (전가된 부담금의) 지급을 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조건상의 양보 요구가 앞으로 닥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대중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러한 지급의 부담을 넘겨받게 될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는 것을 거부하는 한 그러한 지급부담은 고금리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우리(미국)는 우리가 수행하는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조세를 늘려온 애국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도 우리는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내부에서 마련하기보다는) 오로지 국제수지 적자를 늘리기만 하면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돈을 대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다운 방식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하나의 국가로서 카트리나 재해에 따른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것과 더불어 군사적으로 우리의 영향력 범위를 계속 넓히고자 한다면, 그리고 하위계층을 등한시하는 미국의 태도가 이미 폭로된 데 대응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서 동시에 공급중시론자들이 원하는대로 세금을 삭감하려고 든다면, 우리는 재정이라는 기차를 탈선시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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