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맑은 하천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경상북도 울진 왕피천 유역 3000만 평(102.84㎢)이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된다. 이것은 지금까지 지정된 생태계 보전지역 중 최대 규모로, 지난 2002년 지정된 동강 생태계 보전지역의 1.6배에 이른다.
***울진ㆍ영양군 왕피천 지역에 '국내 최대'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
12일 환경부는 울진ㆍ영양군의 왕피천 유역 102.84㎢를 '생태ㆍ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왕피천 유역, 통고산, 천축산, 대령산 자락을 포함하는 이번 생태계 보전지역은 국내 최대 규모다.
이번 생태계 보전 지역은 핵심구역 45.35㎢, 완충구역 55.64㎢, 전이구역 1.85㎢로 구분된다. 환경부는 우선 핵심구역 45.35㎢를 14일자로 지정ㆍ고시하고 나머지 구역은 2006년부터 지정ㆍ고시할 계획이다.
왕피천 유역이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10월부터 이 지역에는 관리요원 50명(울진 42명, 영양 8명)이 배치되며 보전지역 내 사유지 매립, 인근 취락 지역에 대한 오수 처리시설 설치 지원, 생태계 모니터링 및 정밀조사 등 환경 보전대책이 본격화된다.
***우리나라 마지막 청정지역 3000만 평 보전 가능케 돼**
왕피천은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울진군 서면ㆍ근남면을 거쳐 동해로 흘러드는 68.5㎞의 하천이다. 주변이 협곡과 절벽으로 돼 있어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아 때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제2의 동강'으로 불리곤 했다.
환경부가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지역은 식생이 매우 양호한 녹지자연도 8등급 이상 지역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금강소나무 군락지와 고란초ㆍ노랑무늬붓꽃 등 희귀식물이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맑은 물에만 서식하는 연어, 은어, 황어와 같은 희귀어종들이 산란을 위해 찾아오며 담비, 매, 산양, 삵, 수달 등 멸종위기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이 일대는 강원도 비무장 지대, 설악산과 함께 남한 최대의 산양 서식지로 알려졌다.
***2002년 녹색연합이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 요청…3년 만에 결실**
왕피천 유역은 그 보전가치에도 불구하고 2002년 녹색연합이 환경부에 보전대책 수립을 요청할 때까지 사실상 방치됐다. 그 과정에서 도로나 임업도로 건설, 폐광과 군 폐기물의 방치 등으로 곳곳이 훼손되는 실정이었다.
환경부는 뒤늦게 이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을 준비했으나 왕피천 일대 산림 90%를 관리하는 산림청이 생태계 보전지역의 넓이를 놓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수년간 지정이 미뤄져 왔다. 결국 2004년 12월부터 국무조정실의 주도로 수개월 간에 걸친 조정 끝에 이번에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생태계 보전지역 지정의 1등 공신인 녹색연합의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다소 면적이 축소되긴 했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의 개발욕구 등을 염두에 두면 이 정도라도 지킬 수 있게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환경부, 산림청, 울진군, 영양군 모두 왕피천 유역 보전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지정을 위해 노력한 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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