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에 대가 줄 수 있어야" vs "난자 기증 규제 강화해야"

생명공학계-여성계 충돌…과기부는 '비현실적 낙관론'만 강조

인간 배아 연구에 꼭 필요한 여성의 난자를 놓고 생명공학계와 여성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의 난자 기증과 관련된 다양한 쟁점을 점검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생명공학계 "일부 대가 제공하고 난자 얻을 수 있도록 하자"**

한국과학기자협회와 이화여대 생명윤리법정책연구소는 5일 '여성의 난자 기증과 인권'을 주제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LG컨벤션홀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황우석 사단'의 일원인 윤현수 한양대 의과대학 교수와 김상희 한국여성민우회 이사 등 생명공학계와 여성계의 대표 인사들이 모여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는 "현재 생명윤리법은 대가를 제공하고 난자를 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생명공학 연구의 발전을 위해 일부 대가를 제공하고 난자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법ㆍ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장기 이식의 경우에도 환자 가족들이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난치병 환자를 가족으로 둔 여성들이 본인이 원할 경우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인간 배아 연구에 난자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생명윤리계 "난자 제공 절차, 좀더 강력한 규제 필요해"**

생명공학계의 바람을 담은 윤현수 교수의 제안에 이어 발표한 김현철 이화여대 법대 교수는 좀더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 대조적이었다.

김현철 교수는 "충분한 난자 공급이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 성과의 배경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국내외 생명윤리학계 및 여성학계에서 난자 공급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앞으로도 난자 기증 과정에서 윤리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연구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생명윤리법에는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에 대한 난자 기증이나 그 관리에 대한 규정이 없는 등 허점이 많다"며 "연구용 난자 기증에 관련된 내용이 생명윤리법에 분명하게 규정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며 난자 기증 절차도 더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특히 자발적 동의에 의한 난자 기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자발적인 동의로 보일 수 있는 난자 기증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조건이 있는 동의이거나 비자발적 동의일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생명공학계에서 주장하는 '자발적 동의에 의한 난자 기증'이 갖는 한계를 짚었다.

***과기부 '낙관론'에 여성계 맹비난…"생명윤리 뒷전 '거수기' 위원회일 뿐"**

한편 토론자로 나선 김영식 과학기술부 기초연구국장은 "기관윤리위원회(IRB), 사업단 별 윤리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 법이 정한 중층적인 연구 윤리 규제 절차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 윤리와 관련한 논란이 사그라질 것"이라고 밝힌 후 즉각 반발을 샀다.

김상희 여성민우회 이사는 "아무리 규제 절차가 중층적으로 마련돼 있더라도 그 내용이 부실하면 실효성이 없다"며 "단적으로 생명윤리심의위원회 21명 위원은 정부 측 7명, 과학기술계 7명, 윤리계 및 시민ㆍ사회단체 7명으로 구성돼 있어 사실상 윤리계 및 시민ㆍ사회단체 위원들은 거수기 역할만 하는 구조"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연구 윤리의 심의ㆍ규제가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최근 민주노동당의 조사에 따르면 연구 현장에서 IRB나 사업단 별 윤리위원회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김현철 교수는 마지막으로 "난자 기증이 안고 있는 여성 인권적, 생명윤리적 함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연구자들이 이런 윤리 문제의 중요성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해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