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박정희 대통령을 '지속불가능한 발전의 유공자'로 규정한 자신의 평가를 두고 <녹색평론> 등이 제기한 비판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백 교수는 "자본주의 세계체제 너머를 지향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선명성'만으로는 자본주의 극복이 불가능하다"며 자본주의 근대의 현실에 기반을 둔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본주의 세계체제 지속불가능…'선명성'만으로는 극복 어려워"**
백낙청 교수는 5일 KBS1 라디오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을 '지속불가능한 발전의 유공자'로 평가한 후 <녹색평론> 등이 제기한 비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백 교수는 "(<녹색평론>과 같은) 환경운동 하는 이들은 자본주의적인 발전 자체가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고 인류의 장기적인 지속과는 양립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며 "내가 박정희 식 개발을 두고 지속불가능한 개발이라고 했다고 해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채택하고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백 교수는 "그 말은 박정희 식 경제개발이 잘못됐고 도대체가 지속불가능했기 때문에 그렇게 끝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이어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대한 본질적인 인식에 있어서 나는 <녹색평론>과 많이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다만 <녹색평론> 등이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거부해야 하며 계속 이 체제에서 이탈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런 노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그 체제 안에서 생존하면서 어느 정도 활동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백 교수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도 있고 통일도 해야 하는 우리 처지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며 "특히 한반도에서 분단이 청산되지 않고 남북이 대결하는 상태에서 남쪽만이 생태주의적 삶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극복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근대(자본주의)에 대한 적응과 극복의 노력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온 것"이라며 "이런 식의 주장이 '선명성'은 떨어지지만 과연 '선명성'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나는 회의를 갖고 있다"고 다시 한번 <녹색평론> 등과 선을 그었다.
***<녹색평론> "백 교수 생태주의자의 구체적인 실천방안 왜 외면하나"**
<녹색평론>은 지난 7~8월호(제83호)에 강국주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전공부 강사(국문학)의 백 교수에 대한 비판 글을 실어 화제가 됐었다.
당시 강국주 강사는 "백낙청 교수도 '발전' 혹은 '개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성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한 성장의 환상과 '불의'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었다.
강국주 강사는 또 "백 교수가 현실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한 '생태주의적 발상의 소유자'들이 오히려 진정한 현실주의를 견지해 왔다"며 "식량과 에너지 자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자본주의 세계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일언지하에 무시해버리거나 으레 불가능한 제안이라고 일축해버리는 '발전주의자'의 편견에 백 교수도 빠져 있는 것은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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