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ㆍ수산업의 항생제 사용량이 축ㆍ수산물 생산량을 염두에 두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오남용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축ㆍ수산업 항생제 사용량 세계 최고 수준"**
참여연대는 4일 한국수의과학검역원에서 발표한 '연도별(2001~2004년) 항생제 판매 실적' 등을 분석해 '축ㆍ수산업 항생제 오ㆍ남용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축ㆍ수산업 항생제 오ㆍ남용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 축ㆍ수산업 항생제 사용량은 연간 1500t. 이는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나라의 1.2배 정도인 덴마크가 연간 94t 쓰는 것과 비교하면 16배나 많은 것이다.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나라의 2배 정도인 일본의 연간 1084t에 비교해도 1.5배나 된다.
축산물 생산량이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24배나 많은 미국도 항생제 사용량은 고작 3.8배 수준이어서 축ㆍ수산업 항생제 사용량은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항생제 오ㆍ남용은 내성률을 높여 급기야는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를 출현시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참여연대는 "의약 분업 이후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량은 다소 감소 추세에 있지만 전체 항생제 사용량의 50% 정도를 소비할 것으로 추정되는 축ㆍ수산업에서는 여전히 항생제가 과다 사용되고 있다"며 "이것은 항생제 내성균을 발현시켜 가축의 질병 치료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파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료 첨가하는 항생제 상당수는 실효성 없어"**
현재 축ㆍ수산업 항생제는 돼지(55%), 닭(26%), 수산물(11%), 소(8%) 순서로 항생제 사용량이 많다. 특히 이 항생제의 54%는 사료 첨가용으로 쓰이고 있다. 항생제의 절반 이상이 치료용이 아닌 예방용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축ㆍ수산업자들은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이면 몸속의 유해한 균을 죽여 질병을 예방하고 결과적으로 성장도 촉진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사료에 섞는 항생제 상당수는 이미 내성이 생겨 질병 예방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들다.
단적으로 축ㆍ수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는 내성률이 80% 이상이나 돼 사실상 사용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항생제는 임산부나 소아에게 과다 투입했을 때 치아와 뼈가 황갈색으로 변하고 태아의 골격 발육을 지연시켜 기형아가 태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약 분업 이후 인체의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그 사용량이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법이 금지한 항생제 위법 사용 정황도 발견돼"**
이런 상황에서 법이 정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항생제를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도 발견됐다.
2004년에 사료 첨가 항생제의 9.4%가 법이 정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항생제였으며 2003년에도 사료 첨가 항생제의 9.2%가 위법하게 사용됐다. 특히 2003년 닭의 경우는 24%가, 소의 경우는 14%가 위법적으로 사용한 항생제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에는 설파제, 페니실린G 등 인체 치료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여서 그 문제는 더욱더 심각했다. 이런 항생제가 과다 사용될수록 내성률이 높아져 결국 인체 질병 치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부는 지난 2004년 12월 28종의 항생제 사용을 금지시켜 사료에 첨가할 수 있는 항생제 수를 53종에서 25종으로 줄였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농림부가 사용을 금지한 항생제 28종 중 실제 농가에서 쓰이고 있던 항생제는 8종에 불과하고 그 비중도 2004년 기준 2%에 불과하다"며 "농림부의 사료 첨가 항생제 감축 정책은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자가 진단용 항생제 오·남용도 큰 문제…선진국은 '금지' 추세"**
치료용 항생제 역시 문제는 심각하다. 현재 치료용으로 쓰이는 항생제 대부분은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농가에서 자가 진단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들이다. 특히 사료 첨가용 항생제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이런 자가 진단 항생제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03년도 항생제 사용 현황을 기준으로 소의 경우 53%, 돼지의 경우 38%, 닭의 경우 46%가 이런 자가 진단용 항생제로 나타났다. 이렇게 쓰이는 자기 진단용 항생제 중에는 골수 기능을 저하시켜 인체에 큰 해를 입히는 것으로 확인돼 1990년부터 식용동물에 사용이 금지된 독성 항생제도 포함돼 있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사료에 첨가용 및 수의사 처방전이 없는 자가 진단 항생제의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의가 필요한 항생제의 경우 수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수의사 처방약, 수의사 전용약, 일반약으로 동물 의약품을 엄격히 구분해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06년 1월부터 아예 수의사 처방 없는 사료 첨가 항생제의 사용이 금지된다.
참여연대는 "국민 건강을 위해서 축ㆍ수산업 항생제 오ㆍ남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사료 첨가 항생제 수의 추가 감축 △항생제가 포함된 사료의 제조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수의사 처방 항생제가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제 강화 등의 대책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도 항생제 사용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계속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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