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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무력감'과 '경제타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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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무력감'과 '경제타협론'

[기자의 눈]'대연정'에 대한 미련 못 버린 듯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경제부장 초청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과 경제부장들의 오찬간담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노 대통령은 "언론사 간부 중 경제부장들이 청와대를 가장 자주 왔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내가 대통령으로서 너무 냉소적이 아닌가 하겠지만…"**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간담회는 오후 2시가 돼서야 끝났다. 즉흥적으로 개인적인 사연을 털어놓는 듯한 노 대통령 특유의 화법 덕에 기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대통령의 말씀'을 경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간담회 내내 기자는 가슴이 무거워지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었다. "대통령이 스스로 무력한 상황을 오래 겪다보니 '냉소병'에 걸린 게 아닐까"하는 측은감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냉소병'에 걸린 게 사실이라면 아마도 그 이유는 자신이 원했던 정책을 그대로 관철시키려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나, 투자활성화나 노사문제 등에서 뾰족한 대책을 강구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얽히고 설킨 구조적 문제들에 시달린 탓일 것으로 짐작된다.

예를 들어 노 대통령은 "출산장려책들이라고 내놓은 많은 정책들이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국민들에게 애쓰는 모습이라는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뒤 "내가 대통령으로서 너무 냉소적이 아닌가 하겠지만…"이라고 토를 달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무력감'은 감담회를 시작하면서 한 모두 발언과 마지막 발언에서 "지금 정말 필요한 의제가 무엇인지, 의제설정에서만이라도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한 데서 여실히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감세 요구를 예로 들면서 "최소 8조 원이 들어가는 기초연금제를 제안하면서 감세를 요구하는 한나라당과 토론하려고 하면 (한나라당이) 아예 회피를 한다"면서 "차라리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말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경제부장 간담회를 또다시 개최한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언론과는 건강한 긴장관계가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그런 관계는 도와달라는 말을 못하는 관계"라면서 언론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우선 노 대통령은 언론들이 확산시키는 '경제위기론'에 대해 섭섭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농업, 중소기업, 영세자영업 등 구조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분야들을 골라 '경제위기'라고 하는 것은 경제 전체를 똑바로 보지 않는 지적이라는 것이다.

***"경제 올인론은 간교한 정치논리"**

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 연설에서 '경제위기가 아니다'는 말을 해서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총제적인 경제위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경제 올인론'을 가리켜 "간교한 혹은 교묘한 정치논리", "선동정치의 전형"이라고 부르면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와 관계 없는 문제가 어디에 있느냐"면서 "북핵 문제도 대통령이 되고 나서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로 다가왔다"는 말로 '경제 올인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이렇게 '경제위기론'을 강하게 부정한 노 대통령이 간담회 내내 '진정한 위기'로 시종일관 강조한 것은 '통합의 위기'였다. 노 대통령은 "권력이 정부로부터 시민사회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권력을 분점하는 사회 각 주체들의 공감대가 부족해 '사회통합의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면서 "정치의 역할은 '조정과 통합'에 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진단을 한 뒤 노 대통령의 화두는 어느덧 정기국회 기간 동안에는 재론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말했던 '대연정'으로 흘러갔다. 노 대통령은 "지금은 대통령이 혼자 책임지는 시대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하는 시대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과거에 주장한 '거국내각'과 내가 제의한 '대연정'이 사실상 같은 제안이라는 것을 한나라당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왜 대연정 제의를 거부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국민, 슈뢰더에게 가혹했다"**

노 대통령은 "중요한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의제화되어야 한다"면서 "정치구조의 문제가 의제화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연정'이 주요 의제로 설정되도록 지원해주지 않은 언론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였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독일 슈뢰더 총리에 대해 '동병상련'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우선 총리직을 걸고 총선을 치른 독일의 슈뢰더 총리의 결단에 대해 노 대통령은 "멋있다고 느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닌 독일의 총선 결과'에 대해 노 대통령은 "독일 국민들이 가혹했다"고 평가했다.
지도자에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아니면 완패를 시켜 집에 돌려보내든지 해야 하는데, 독일 총선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총선을 치른 일본과는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경제노선을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진보"라고 확언한 노 대통령은 '8.31 부동산 종합대책'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가 걸린 '금산법 개정' 등 논란이 되고 잇는 각종 경제정책에 대해 '현실론'을 내세워 '타협의 논리'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노 대통령은 "2017년 보유세 실효세율이 1%가 아닌 0.61%로 후퇴한 것은 주택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삼고 있는 1가구 1주택자의 욕망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었다", "금산법에 따른 초과소유 지분 처분명령 등을 강행하기에는 정부로서 망설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등 '기득권 옹호'의 논리를 내비치기도 했다.

심지어 노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서 한 게 뭐 있냐고 하는데, 도대체 내가 못한 게 뭐가 있느냐 묻고 싶다"거나 "양극화 문제를 내가 만들었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정치적 이념'은 지키면서 '경제 타협론'을 역설하는 듯한 노 대통령의 태도에서 그의 문제의식의 소재를 짚어보면서 기자는 "왜 독일과 일본 국민의 총선 결과가 다르게 나왔는지"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는 얻을 수 있었다. 노 대통령의 앞날은 누구 쪽에 가까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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