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한 해 동안 총 48만6362가구가 단전을 하루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구 당 평균 3.2명으로 계산해 보면 약 156만 명이 단전을 경험한 셈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강국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에너지 소외' 현실이다.
***단전 가구 총 48만6000가구…156만 명이 단전 경험**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조승수 의원(민주노동당)은 통계청 자료와 자체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국내 단전 가구 현황과 그 대책을 27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한 해 동안 단전을 하루 이상 경험한 가구는 총 48만6362가구로 나타났다. 한 가구 당 평균 3.2명으로 계산해 보면 약 156만 명이 단전을 경험한 셈이고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100명 당 3~4명에 해당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10만7607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9만7750가구), 인천(4만9832가구)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가구 당 단전율을 계산해 보면 인천이 5.41%로 전국에서 가장 단전율이 높았고 경기도(5.34%), 서울(4.45%) 순이었다. 반면 경상북도(1.52%), 대전ㆍ충남(2.90%), 제주도(2.94%)는 단전율이 낮았다.
***가구당 4만 원 없어 단전…대부분 월수입 100만원 미만 차상위 계층**
한편 경기도 광주 여중생 촛불 화재 사고 이후 한전이 전국적으로 단전 대상 가구에 대해 유예 조치를 취해 2005년 7월 현재 20만2932가구의 단전이 유예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전 유예 가구의 평균 전기료 미납 기간은 3.8개월이었고 이들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331.8㎾h였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4만2795원, 총 86억8500만 원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이들 단전 유예 가구 중에서 기초 수급자 가구는 3068가구로 1.5%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조승수 의원실과 민주노동당이 2005년 9월 1~15일 서울 강서구 임대아파트 단지 거주자 중 2005년 상반기에 단전을 경험한 182가구를 직접 방문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단전 가구 중 기초 수급자 가구는 26가구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월 수입 100만 원 미만의 가구였다.
조승수 의원은 "조사 결과 기초 수급자에서 탈락해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저소득층이 주로 단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차상위 계층의 '에너지 소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단전 가구 대책에 겨우 1억5000만 원…여윳돈 8000억 원 중 70억 원이면 돼**
한편 산업자원부와 한전은 여중생 촛불 화재 사고 이후 여론에 못 이겨 단전 가구 대책으로 올해 들어 110W의 순간 전력을 제한적으로 공급하는 장치인 소전류 제한기 3000기(대당 4만8500~5만1000원)를 9월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 보급할 방침이다. 산자부와 한전은 이 소전류 제한기를 부착할 경우 "형광등 2개와 TV를 시청할 수 있다"며 최소한의 '에너지 소외'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소전류 제한기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었다. 110W 전력은 형광등 3~4개를 겨우 사용할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 평균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TV의 순간 전력이 120.4W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산자부와 한전의 조치는 '단전에 따른 촛불 화재 사고만 막으면 된다'는 조치인 셈이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가구가 보유하고 있는 TV, 냉장고, 세탁기, 선풍기, 전기밥솥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월 평균 100㎾h의 전력이 필요하다. 조승수 의원은 "만약 저소득층 단전 가구 10만 가구를 선정해 최소한의 전력을 무상으로 공급할 경우 100㎾h 가정용 전기 요금이 매월 5830원임을 감안하면 연간 70억 원의 예산이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월 전기 요금의 4.591%에 해당하는 액수를 떼어 적립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은 2004년 기준으로 연간 1조6372억 원에 이르며, 2004년의 경우 미집행 여유 자금만 8000억 원이었다. 미집행 여유 자금의 1%도 안 되는 70억 원을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기본권' 수개월째 산자부 반대로 표류…원자력 홍보비는 236억 원**
그동안 민주노동당과 시민ㆍ사회단체들은 지난 4월부터 줄기차게 빈곤층의 '에너지 소외'에 대한 대책으로 에너지 기본권 법제화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에너지기본법 제정 논의에 맞춰 아예 에너지기본법에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명시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별도의 에너지기본법을 추진하고 있는 산자부는 에너지 기본권 논의에 계속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산자부는 그 동안 "에너지 기본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기본권으로 볼 수 없다"며 "굳이 도입이 필요하다면 사회보장제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 현재 산자부가 제출한 에너지기본법에는 에너지 기본권과 관련된 내용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다.
한편 산자부는 원자력 관련 홍보비로 2004년에 약 236억 원을 지출했다. 특히 이 중 174억 원은 언론 광고비였다. 산자부와 한전이 저소득층 단전 가구에 대한 대책으로 소전류 제한기를 확대ㆍ보급하기 위해 들인 돈은 불과 1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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