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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31 부동산대책, 불로소득 환수와 거리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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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31 부동산대책, 불로소득 환수와 거리 멀어"

"무분별한 공급확대책…'토지 백지신탁제' 도입해야'

현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다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분노 섞인 성토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토지정의 시민연대> 공동대표로 실현 가능한 토지공개념 정책 도입을 강조해 온 김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가 비교적 차분한 논조로 이번 정책의 허실과 한계점을 짚는 기고문을 31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김 교수는 실수요 진단 없는 공급확대책이 포함된 이번 대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김 교수는 '고위공직자 토지 백지신탁제' 도입을 제시해 부실한 부동산 정책이 관료와 정치인 등의 이해관계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을 보여줬다.<편집자>

***실수요 진단 없는 공급확대론 또 가동**

온 국민의 관심 속에서 마련된 부동산 종합대책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간단히 총평을 하자면 '애썼다. 상당히 개선되었다. 그러나 정답과는 거리가 멀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제시되었던 각종 의견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불로소득을 환수해 가수요를 억제하는 한편 불로소득이 없는 시장에 나타날 수요, 즉 실수요만 충족시키자는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수요억제론'이라고 부르지만, 공급을 외면한다는 오해가 없도록 하려면 '가수요(만) 억제론'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시장에 나타나는 수요는 실수요든 가수요든 다 수요라고 보고 이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런 입장을 흔히 '공급확대론'이라고 부른다. 달리 표현하자면 '가수요(까지) 충족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수요까지 충족시킨다는 것은 소박한 정의감에도 위배되거니와 위험하기까지 하다. 실수요에 대한 정밀한 진단 없이 목전의 불을 끄려고 서둘다 보면 과잉공급을 초래해 몇 년 후에는 건설업과 경제의 장기 불황이라는 쓰라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구나 판교발 투기바람은 공급확대론이 초래한 재앙이라는 점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뜨겁게 달아오른 불판에 물 몇 방울 뿌린다고 해서 불판이 식을 리도 없고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김을 보고는 오히려 무관심하던 사람까지 투기에 가세하게 되어 불판이 더욱 뜨거워진다.

***보유세 강화가 양도소득세 강화보다 중요한 이유**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는 '가수요 억제'를 위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개발부담금 제도를 되살리는 등 불로소득을 종전보다 더 많이 환수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무분별한 공급확대론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급확대론은 건설업체와 재계의 이익과 일치한다. 또 공급을 확대하면 건설업을 견인차로 하여 일시적으로 반짝 경기를 이끌어 낼 수도 있으므로, 불황 속에서 대중적 인기를 잃고 있는 정부 여당으로서는 솔깃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런 압력과 유혹에 함몰되지 않고 이 정도라도 해냈다는 사실은 칭찬하고 싶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부동산 정책의 정답은 '토지 불로소득을 보유세로 완전히 환수하고, 증가하는 세수만큼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것인데 이번 대책 역시 정답과는 큰 거리가 있다.

이번이 참여정부 들어 세 번째로 마련된 부동산 대책이고 또 국민 여론의 흐름을 탄 좋은 기회였음에도 정답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을 보면서, 정책의 진화는 자연의 진화만큼이나 느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정답에 등장하는 단어의 순서에 따라 이번 부동산 종합대책의 문제점을 하나씩 따져보자.

첫째로, 건물을 토지와 섞어서 통합과세 한다는 점이 문제다. 투기의 주 대상이 아파트이고 아파트가 건물 평당 얼마로 거래되니까 착시 현상을 일으켜 많은 사람이 건물에서도 불로소득이 생기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건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기 때문에 불로소득과는 거의 무관하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곧 토지불로소득이므로 토지에만 과세해야 한다. 건물에 과세하면 건물 수요를 줄여 결국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둘째로 보유세를 주된 수단으로 삼지 않고 양도소득세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매매차액이 큰 금액이기 때문에 '불로소득 발생의 원인은 매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것도 또 하나의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매매차액은 겉으로 드러난 결과일 뿐이고 불로소득의 원천은 토지사용가치 또는 토지임대가치(즉 지대)다. 매매차액을 양도소득세로 환수하는 것은 흘러나온 물을 퍼내는 것과 같고, 지대를 보유세로 환수하는 것은 물이 흘러나오는 샘을 틀어막는 것과 같다.

양도소득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소유자가 매각을 기피하거나 연기하도록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또 양도소득세를 물고 나면 같은 질의 주택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1주택만 소유하는 가구에 대해서는 세금 혜택을 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1주택 가구의 불로소득은 불로소득이 아닌가?' 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답을 하기 어렵다. 또 1주택 가구는 세금 혜택을 크게 얻기 위해 필요 이상의 큰 집을 소유하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1주택 가구를 보호하다 보면 무주택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1주택자의 불로소득도 환수해 무주택자의 주거복지를 위해 쓰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여러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양도소득세에 의존하는 이유는 보유세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보유세로 토지불로소득의 대부분을 환수한다면 양도소득세는 필요가 없고, 또 양도소득세를 그냥 두더라도 그 세액은 미미해진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집은 있지만 소득이 적은 은퇴자의 세부담이 커진다'고 걱정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보유세 납부연기 제도를 두면 된다. 보유세를 당장 못 내면 집을 담보로 하여 납부를 연기해 주고 집을 처분할 때까지 내도록 하면 된다.

셋째로, 불로소득의 '완전한' 환수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재산세는 미미하고 종합부동산세 대상도 극소수에 국한된다. 양도소득세도 2주택 이상 소유하는 가구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그것도 이런저런 감면 대상을 두며, 세율도 100%에 훨씬 미달한다.

또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려면 엄청남 금액을 징수해야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 토지 불로소득에 정조준하면 금액의 크기가 문제되지 않으며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지금의 보유세액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즉 매입지가에 대한 원금과 이자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보유세로 환수하는 방식을 쓰면 징수액이 당장은 한 푼도 생기지 않더라도 토지불로소득이 소멸되고 따라서 토지투기도 근절된다.

***"세수 증대 목적이 아니라면 다른 세금 확실하게 깎아줘야"**

넷째로. 불로소득 환수로 인해 정부 수입이 증가하면 그 만큼 다른 세금을 깎아 주어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부족하다. 부동산 대책의 목적은 세수 증대가 아니다. 취득세, 등록세를 약간 내릴 계획이 있다고 하지만 이런 정도로는 안 된다. 이번 대책으로 인해 앞으로 정부 수입이 얼마가 늘고 그래서 다른 세금을 얼마나 깎아준다는 분명한 계획이 나와야 한다. 이런 배려가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저항을 야기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세금 폭탄'이라고까지 표현한다는데, 물론 이런 표현은 대안이 없는 의도적인 비방으로 보이지만, 왜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배려를 생략해 저항의 빌미를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에 묻는다. '토지불로소득을 보유세로 완전히 환수하고, 증가하는 세수만큼 다른 세금을 감면'한다는 정답이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피해간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투기이익의 완전 배제'를 주문했는데도 왜 충실히 따르지 않았나? "헌법 같은 부동산 정책을 세운다"는 결의는 어디로 갔나? 정부가 정답을 몰랐는지 아니면 알았지만 이론적으로, 실무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자신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토지불로소득의 완전 환수는 너무 원론적이어서 과격하다고 생각했다면 생각을 고쳐야 한다. 개혁의 취지는 무슨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천하자는 것이 아니라 원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문제가 많은 현실에서 보면 원론은 언제나 과격해 보이고, 원론이 과격해 보인다면 그건 고쳐야 할 문제가 너무 중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혹 완전 환수는 너무 충격적이라고 걱정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부담이 급격하게 변화하지만 않는다면 경제나 일반국민에게는 충격이 없고, 단지 부동산으로 한몫 잡는 꿈을 꾸었던 사람에게만 심리적 충격이 있을 뿐이다.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정부를 비웃듯이 투기가 재발하게 되며, '할 만큼 다 해 봤다'고 생각하는 정부 당국은 소유와 거래에 대한 제한 등 과격한 대책을 내놓게 된다. 이런 방식은 극약처방이고 극약처방은 비상시에 일시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

***주택공영개발은 임대로 돌려야**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 세 가지 의견을 추가한다.

첫째로, 정부는 가수요 억제 대책 외에 공급확대 계획도 같이 내놓았는데, 이런 계획이 실수요에 대한 정밀한 진단에 근거를 두었는지 언론 보도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혹시라도 무분별한 공급확대론의 공세를 이길 수 없어서 실수요를 엄격하게 확인하지 않고 마련한 것이라면 재고해야 한다. 또 설령 실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급이라 하더라도 수도권에 공급을 확대한다면. 부동산 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어긋난다는 점을 통찰하기 바란다.

둘째로, 부동산 대책 중 판교 개발의 문제다. 정부가 판교 주택을 공영개발해 분양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판교와 같은 대규모 토지는 공영개발을 하고, 공영개발한 토지는 임대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규모 토지를 조성하려면 수많은 권리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므로 공권력을 가진 주체가 개발하는 것이 능률적이다. 또 일단 공영개발한 토지는 분양하지 말고 임대를 하면 토지 불로소득이 자동적으로 완전히 환수된다. 물론 이때의 환수액은 특정 사업주체의 수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수익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영개발-공공임대론에 대해 공공부문의 초기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부동산 임대업은 매우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사업이므로 장기 자금인 국민연금기금 등이 투자할 만한 호재다. 또 초기비용의 일부는, 임대료를 월세 방식만이 아닌, 전세 방식 또는 그 중간인 보증금과 월세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상당 부분 회수할 수도 있다.

***공직자 토지 백지신탁제 도입하라**

셋째로, 이 기회에 고위공직자와 공직선거 출마자에 대한 토지 백지신탁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너나 할 것 없이 땅으로 돈을 벌고 싶어 했고 사회지도층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년 초부터 부동산 의혹으로 줄줄이 곤욕을 치른 고위공직자의 예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더구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청와대에서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라고 발표했다. 토지투기 의혹에서 자유로운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지 못하는 잘못된 제도가 인재를 잡는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토지투기를 정당한 투자로 오해해 온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저지른 '원죄'를 사면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고 이런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한 사람에게는 더 이상 도덕적 책임을 추궁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고위 공직자와 공직선거 출마자가 재산등록을 할 때 소유 토지가 실수요임을 해명하도록 하고, 해명을 하지 않거나 해명의 설득력이 없는 토지는 백지신탁을 시키자. 그리고 이런 토지에 대해서는 '취득' 당시 (신탁 당시가 아님) 지가의 원리금만을 퇴직 때 돌려주도록 하자.

이로써 당사자의 토지불로소득이 완전 환수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등록 전에 토지를 매각하면 불로소득이 소유자의 수중에 들어가며 또 실수요 토지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재산등록 이후의 토지 재테크는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한 부동산 정책을 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이런 제도를 통해 '토지 불로소득은 안 된다'는 강력한 신호를 사회에 보낼 수 있다.

더욱이, 공직 관련자만이 아니라 여론 조성에 큰 몫을 하는 언론 분야에서도, 토지 백지신탁제도를 자율적으로 도입해 간부급에게 적용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끝으로 정치권에 부탁한다. 이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높지 않지만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더욱 낮으며 심지어 투기꾼과 한 통속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정답에 못 미치는 정부안을, 정치권이 더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야당도, 혹여라도 '정적이 만든 안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식의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한 완전히 떨쳐버려야 한다. 정치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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