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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로고'에는 왜 빨간색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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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로고'에는 왜 빨간색이 없나?

"삼성의 '문화 지배' 심각…지구적 '문화 고질라'로 탈바꿈 중"

삼성의 힘은 도대체 어디까지 확장되고 있을까?

삼성이 '경제 공룡'에서 '문화 고질라'로 변신 중이라는 경고가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가족주의는 야만이다>(소나무, 2002) 등으로 일상생활에 깃든 폭력성을 폭로해 큰 화제를 모았던 대구 효성가톨릭대 이득재 교수(노문학)가 삼성의 감춰진 '문화 권력'에 메스를 들이댄 것.

***"삼성은 지구적 '문화 고질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문화과학> 2005년 가을호(제43호)에 기고한 '블루 오션 위에서 좌초할 삼성'이라는 글에서 이득재 교수는 "전 국민을 삼성맨으로 호출시키고 국가 권력 위에 올라서려고 했던 삼성이 이제는 삼성의 외부마저 내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삼성이 약 1억 달러를 들여 영국의 프로축구팀 '첼시클럽'의 공식 후원자로 나선 것을 대표적인 예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방송 언론에서는 이것을 두고 스포츠 마케팅으로 국내 다른 기업들을 앞질러가는 삼성의 또 다른 쾌거 운운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스포츠 산업과 정보통신 산업의 '융합'을 통해 문화적 지구화를 꿈꾸며 삼성의 '외부'마저 소멸시키려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며 "첼시클럽의 CEO인 피터 케넌이 삼성전자와의 계약 이후 '온 세상을 파랗게 덮겠다'고 호언한 것은 전 지구를 삼성의 블루 오션으로 개조하겠다는 삼성의 불굴의 의지를 예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서 "삼성은 그동안 삼성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한국의 문화산업과 전 지구의 문화산업 동향을 면밀하게 조사해 왔고, 영화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국내 영화산업을 거의 평정했으며, 에버랜드 역시 2001년 관람객 1억 명을 넘기면서 세계 6대 테마파크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삼성은 문화산업을 지향하는 여러 가지 보고서를 통해서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출판, 스포츠, 레코드, TV, 방송위성, 통신위성, 라디오 등을 문어발처럼 거느리고 있는 일본의 요미우리 그룹 같은 기업 구조를 꿈꾸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런 맥락에서 최근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독자적인 미디어센터 건설, 장차 가시화될 삼성의 독자적인 대학 설립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지배하는 '문화적 고질라'가 되려는 삼성의 야심이 표출되는 시도이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며 "하지만 국내의 사회운동 세력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삼성이 문화ㆍ교육산업 부문에 개입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왔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삼성 로고에는 왜 빨간색이 없나? '야누스의 두 얼굴' 감추기 위해서**

그렇다면 이렇게 '경제 지배'에 이어 '문화 지배'를 꾀하는 삼성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득재 교수는 삼성을 상징하는, 타원형의 하얀 바탕에 파란 글씨로 SAMSUNG이 쓰여 있거나 파란 바탕에 하얀 글씨로 SAMSUNG이 쓰여 있는 '삼성 로고'에 주목한다.

이 교수는 "삼성 로고의 파란색과 하얀색이야 말로 삼성의 야누스적 실체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파란색이 블루 오션에서 지구화 바람을 타고 전 지구를 상대로 다국적 기업을 만들며 벌이는 문화적 고질라의 거동을 암시하는 것이라면 하얀색은 언제든지 파란색으로 뒤덮이기를 기다리는 잠재적인 시장 즉 언제든지 착취의 공간으로 변질될 수 있는 잠재성의 공간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서 "삼성 로고에서 유독 빨간색만 배제되어 있고 비가시화돼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삼성 로고에서 빨간색이 보이지 않는 것은 잔혹한 경쟁의 유혈 바다(레드 오션)를 배제하는 경영 전략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그 보다는 노동조합에 대한 삼성의 집요한 거부감에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원들이 반삼성 집회를 하며 머리에 두르고 있는 붉은 띠는 파란색과 하얀색으로만 이루어진 삼성 로고와 극명하게 대립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삼성의 이와 같은 이중적인 얼굴은 국민국가 안에서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사이비 민족주의를 동원해 '삼성=국민'이라는 동일성을 강조하면서 무노조 경영, 대가성 정치자금 제공, 편법적인 증여 등 온갖 야만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편으로 국민국가의 틀만 벗어나면 지뢰 제거와 같은 평화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지구적 수준에서는 문화적이고 평화적인 이미지를 노출시키지만 지역적 수준에서는 배타적인 가족주의, 정ㆍ관계와의 야합, 뇌물수수, 로비, 친인척 네트워크 등 야만적인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 아니라 '참주정 사회'**

이득재 교수는 "명백히 이야기하자면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 아니라 경제적인 참주정 사회"라고 다시 한번 삼성의 힘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헌법이 무시되고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자의에 따라 사회적 권력이 행사되는 것이 참주정이라면, 한국 사회는 재벌이 국가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경제적 참주정 사회로 이행하고 있고 삼성이 그 참주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번 X파일 파문을 통해) 이제라도 삼성의 야만적인 이미지의 물증을 확보하게 돼 천만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MBC의 화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은 두 달여 만에 종영했지만 '삼성 게이트' 드라마는 조기 종영으로 끝나지 말고 계속 시청률을 올리며 의제화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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