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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너피'와 <아일랜드>에 열광하는 대중, 진짜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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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너피'와 <아일랜드>에 열광하는 대중, 진짜 모습은?

생명과학 시대를 성찰하는 <지엠오 아이> <아일랜드>

생명과학 시대는 과연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까? 누구부터도 통제 받지 않은 최첨단의 생명과학이 속속 현실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이런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을 지식사회나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나태함에 경종을 울리기라도 하듯 최근 생명공학 시대를 정면으로 다룬 동화, 영화가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유전자 조작 동·식물은 서민 입으로…가난한 환자는 장기 이식 못해 죽음 기다려야**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선이의 <지엠오 아이>(유준재 그림, 창비)다. 창비가 주관한 제9회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 동화는 유전자 조작이 보편화된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행복의 문제를 진지하게 짚는다.

<지엠오 아이>의 무대가 되는 시점은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연구의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 장기를 무제한적으로 공급하는 시대다. 유전자 조작 기술 역시 비약적으로 발달해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동·식물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상당수의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방식으로 유전자 조작된 '맞춤 아기'로 태어난다.

황우석 교수가 비전을 펼쳐 보이고 있는 생명과학 시대에 사는 미래인의 모습은 어떨까? 서민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 동·식물을 팔아 막대한 이윤을 남기는 생명공학 회사의 중역들은 정작 특수 농장에서 생산한 유전자 조작이 안 된 동·식물을 따로 주문해서 먹는다. 유전자 조작 동·식물의 부작용(알레르기, 원인을 알 수 없는 면역 결핍, 정상 세포가 자살을 일으키는 희귀병 등)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 장기 이식을 통해 갖가지 난치병이 정복됐지만 정작 이런 혜택을 모두가 누리는 것은 아니다. 부유한 이들은 언제든지 장기를 이식받을 수 있지만 가난한 이들은 꼭 필요한 상황에서도 장기를 이식받을 돈이 없어서 생명을 포기해야 한다.

'맞춤 아기'로 태어난 아이들도 문제다. 학교에서 이들은 보통 아이들과 다른 능력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다. 더 심각한 것은 부모를 닮지 않은 '맞춤 아기'들이 곳곳에서 버려지는 현실이다.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조작해 '만들어진' 아이들에 대해서 부모들이 정을 느끼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버리는 것. 설상가상으로 이런 유전자 조작된 아이들이 유전자 조작 동·식물을 섭취했을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이 나타나는 게 관찰됐다. '맞춤 아기'들이 이런 증상을 보이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또 버리는 악순환.

***과학기술 시대 행복이란 무엇인가**

<지엠오 아이>는 단순히 생명과학의 발달의 결과로 나타난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인간의 '행복의 조건'을 진지하게 묻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분초까지 딱 짜인 기계처럼 살고 있는 생명공학 회사의 대표다. 장기를 팔고 유전자 조작 동·식물을 만들어 막대한 이윤을 남겼지만 삶은 행복하지 않다. 심지어 20세기적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유전자 조작 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아들은 아버지를 적대시한다.

이렇게 불행한 노인이 유전자 조작돼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나무'라는 아이를 만난다. 아이다움을 간직한 이 아이는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노인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다. 노인은 아이를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뒤늦게 깨닫는다.

이 책은 과연 과학기술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행복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따져볼 것을 우리에게 권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 연구 때문에 SF 영화 현실화됐다"**

사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영화로 만든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에서 보이듯 할리우드 영화에서 계속 변주되고 있는 주제이다. 최근 인간 복제를 소재로 해 화제가 되고 있는 <아일랜드>(감독 마이클 베이)도 같은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개봉 전부터 황우석 교수의 인간 배아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를 염두에 둔 듯한 내용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제작자 월터 F. 파크스는 "처음 영화를 구상했을 때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였으나 한국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나와 허구가 아닌 사실이 됐다"며 "영화 속에서 복제 인간 서비스가 현실화되는 시점도 원작의 21세기 후반에서 2019년으로 앞당겼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복제 인간들이 모체의 난치병 치료나 장기 이식에 쓰이고 '폐기'당하는 디스토피아를 다루고 있다. 자신의 생명과학 연구로 금방 모든 난치병이 해결될 것으로 주장하는 영화 속 '미친 과학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과학자들의 모습과 놀랄 만큼 흡사하고 정상 인간들은 복제 인간보다 더 비정하다.

***황우석 교수와 <아일랜드>에 열광하는 대중**

물론 <아일랜드>는 1997년에 개봉한 유전자 조작을 통한 미래의 '유전자 계급 사회'를 묘사한 <가타카>(감독 앤드루 니콜)와 비교했을 때 인간 복제가 초래할 사회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할리우드식 활극을 위한 양념으로 동원하고 있다. 또 모체와 똑같은 복제 인간을 바로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과학적으로 허술한 묘사도 대중들의 복제 인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이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 첫 주 4위, 일본에서는 5위에 그친 반면 국내에서는 2주 만에 관객 250만 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황우석 교수가 개를 복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번 주에는 3주차 예매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한 비판이라면 쌍심지를 세우는 많은 이들이 황 교수 연구가 초래할 부정적인 모습을 소재로 한 이런 영화에 열광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단순히 할리우드식 활극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의 성향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석연치 않다.

대중영화 속 과학기술 이미지를 추적해온 김명진은 <대중과 과학기술>(잉걸)에서 이와 관련해 유의미한 분석을 제공한다. 그는 "영화 속에 비춰지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의 전망이 우세하며 과학자의 이미지 역시 이타적이고 선하기보다는 사악하고 미친 과학자로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 이유는 대중이 한편으로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대를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학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와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열광과 <아일랜드>의 폭발적인 흥행은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의 이중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이야말로 생명과학,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성찰이 필요하다. <지엠오 아이>나 <아일랜드>는 이런 사회적 토론과 성찰이 부재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과학기술이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음도 암시하고 있다. 생명과학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생명공학 회사는 대중의 불신과 항의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며(<지엠오 아이>), 대중들에게 복제 인간의 존재를 숨기며 무리한 연구를 계속 진행한 생명과학자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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