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기업도시는 투기꾼의 배만 불리고 있었다. 지난 8일 시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도시 4개 지역에서 외지인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땅을 사들이고 있는 정황이 사실로 확인됐다.
***<뉴스추적>, "기업도시 선정 지역, 투기꾼들 편법으로 땅 사들여"**
SBS <뉴스추적>은 7월 20일 '기업도시-투기만 부추기나'를 방송하고 강원도 원주, 전라남도 무안 등 기업도시 시범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의 외지인의 부동산 투기 실태를 고발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기업도시 사업으로 땅값이 3~4배 오른 이들 지역에서 외지인은 온갖 편법을 동원해 땅을 사들이고 있었다. 2005년 1월부터 6월까지 기업도시 시범 사업 선정 지역에서 거래된 땅의 최대 83%를 외지인이 사들였다. 원주의 경우 1752건 중 83%, 전라북도 무주 496건 중 62%, 전라남도 무안 2456건 중 56%, 충청북도 충주 3811건 중 27%가 외지인이 사들인 것이다.
외지인의 땅 투기를 막기 위해서 토지 거래 허가 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실효성이 없었다. 토지 거래 허가 지역으로 묶인 땅의 경우에는 6개월 이상 지역에 거주하지 않은 외지인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음성적인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뉴스추적>은 현지의 부동산 중개업자와 실제 거래 당사자의 증언을 토대로 편법 투기 실태를 폭로했다.
시가의 4~5배의 땅값을 외지인과 주고받고 명의 이전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외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현지인이 땅을 사는 것처럼 속여 놓고 등기부 등본 상 근저당을 설정해 놓는 방법이 대표적인 편법이었다. 실제로 무안의 경우 기업도시 시범 사업 선정 지적인 6월 마지막 한 주에만 22일 하루에 19건이 신청된 것을 포함해 30건의 근저당 설정이 진행됐다. 이 중에서 채권자들의 주소지는 서울ㆍ수도권 거주자 10건을 포함해 모두 다 외지인이었다.
***"골프 도시 사실로"-"개발 이익 노린 건설사 참여가 대부분"**
<뉴스추적>은 또 기업도시 추진으로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기업도시는 추진 취지와는 맞지 않는 골프장 건설이 시범 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선정된 4곳 중에서 최대 규모인 1250만 평 부지에 조성되는 무안은 산업 교역형의 목적과는 큰 관계가 없는 관광ㆍ레저 단지가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108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무주 역시 245만 평 부지에 골프장, 콘도 등의 대규모 위락 시설이 들어서며 45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식 기반형 기업 도시로 추진되는 원주, 충주에도 골프장과 골프 아카데미가 건설될 계획이며 추가 지정이 예정돼 있는 충청남도 태안에는 144홀, 전남 해남ㆍ영암에는 540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으로 돼있다.
<뉴스추적>은 또 기업도시 선정 과정의 부실 의혹도 제기했다. 계획서 상에 오른 상당수 참여 기업들이 개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참여한 기업이거나 심지어 선정을 위해서 이름만 걸친 경우라는 것이다.
무안의 경우 투자 의향을 보인 46개 기업 중에서 11개가 건설 관련 회사이고 자산, 매출 규모가 없는 신설 법인도 5개사나 됐다. 원주의 경우에는 아예 참여 의사가 없는 기업을 버젓이 이름에 올려놓기도 했다.
무안에 투자 의향을 밝힌 한 기업 관계자는 심지어 기업도시 성공 여부에 노골적인 회의를 나타냈다. "입지가 무안보다 100~1000배 좋은 영암 대불산업단지도 정부가 만든 지 30년이나 됐지만 텅텅 비어 있다"며 "무안 역시 경쟁력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기업들이 개발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들어온 것"이라고 고백했다.
기업도시 사업이 구체화될수록 파국으로 돌진하는 그 추악한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업도시 사업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후반의 일본의 '민활' 사업은 도쿄 부근에서 발생한 부동산 버블을 전국에 파급시키는 계기로 작용해 버블이 붕괴돼을 때 거액의 부채를 남기고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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