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응으로 남북관계가 파탄을 맞은 가운데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정부의 호전적 언동과 공격적 대북억제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6.15 남측위는 25일 통일부가 위치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강경한 군사·경제적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이 대통령과 관련 부처를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6.15'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놔"
6.15 남측위는 우선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국민이 많고, 사건 당시 북측의 동향 등이 대부분 가설과 추론에 근거해 결론지어진 것을 볼 때 정부의 대응 조치 발표가 섣불렀다고 주장했다.
남측위의 이강실 공동대표는 "사건의 엄중함에 비춰볼 때, 정부의 대응 조치는 추가적인 정보 공개와 철저한 조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을 거친 후에 이루어져도 결코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측위는 또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의 신뢰성과 정부의 정략적 이용 가능성이 의심되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의 시계를 냉전시절로 돌리려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측위는 "정부가 내놓은 대응 조치들은 대부분 과거의 남북 합의를 파기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여야는 물론 국민적 동의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할 사안들"이었다면서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남북 당국 간의 초강경 조치가 군사적 충돌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남측위는 "정부 발표대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그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북한이 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대립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남북관계 관리에 실패한 이명박 정부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남측위는 천안함 사건을 포함해 남북관계가 파탄에 이른 과정이 이명박 정부의 과오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들이 이룩한 남북관계의 성과들을 전면 부정하고 대화와 소통 대신 대결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면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한반도의 시계를 완전히 냉전체제 이전으로 되돌려 놓았다"고 주장했다.
남측위는 '전쟁 불사론'을 외치는 일부 호전적인 언론에 일침을 놓으면서 "민족의 운명을 도외시하고 '한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나서는 자들이야말로 국법으로 엄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리로 나온 감회, 착잡하고 슬프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6.15 남측위의 김상근 상임대표는 "지금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상임대표는 "예전 독재정권 시절 거리에 있던 적이 있지만, 지난 10년 이래 나온 것은 처음"이라며 "다시 나오게 된 감회가 착잡하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평화를 만들고 지키고 유지하고 확대시키는 것이 정치요, 민족의 지도자가 할 일"이라며 현재의 대북 정책이 안보 강화에만 집중돼 있는 데에 일침을 놨다.
조성우 공동대표는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는 과정들은 비상식적이고 감정적이며, 책임있는 이들이라고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최고의 안보는 평화"라고 강조했다.
남측위는 지난 11일 6.15 공동선언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에서 남북 공동행사를 열자고 북측과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 후 통일부가 개성공단·금강산 지구 외 지역 방북 불허를 천명하면서 평양 행사가 개최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남측위의 존재 기반이었던 6.15 공동선언을 정부가 전면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계속해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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