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말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올해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일 정상회담 파국을 예고했다.
일본은 이처럼 역사왜곡을 계속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관광비자 영구면제, 북관대첩비 이관, 강제사망자 유골 반환 등의 지엽적 문제를 통해 악화된 한-일관계를 무마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상황이다.
***고이즈미 "신사참배, 외국이 간섭할 문제 아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1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 외교문제 집중심의에서 신사참배에 대한 질의를 받자 "전몰자 추도를 어떤 식으로 하는게 좋을지는 외국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잘라 말해 한국-중국의 비판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올해중 참배여부를 묻는 민주당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정조회장의 질문에 답변하는 가운데 이렇게 답하고, "언제 참배할지는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참배를 계속할 것임을 강력히 내비쳤다.
그는 또 야스쿠니신사에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데 대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은 중국 공자의 말"이라고 주장하며 "한 개인을 위해 참배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합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은 `전쟁반성'을 행동으로 보이라고 하지만 일본은 전후 60년간 국제사회와 협조하면서 두번다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그 말 그대로 행동으로 전쟁에 대한 반성을 보여왔다"고 강변했다.
이에 앞서 13일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도 도쿄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일본 영토라는 사실을 확실히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재차 독도 망언을 거듭했다. 그는 "다케시마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어린이 질문에 "다케시마와 센카쿠(尖閣ㆍ 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는 일본 영토라는 사실을 확실히 기억해 둬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왜곡 교과서와 관련해서도 "일본은 한때 한국을 합병했고 중국과는 전쟁을 해 손해를 입히는 심한 일을 했으며 이런 사실을 일본 교과서에 분명하게 기술했는지를 놓고 한국과 중국분들이 항의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면서 "내가 보기에는 균형잡힌 교과서라서 한국이나 중국으로부터 불평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속내 보이는 '당근들'**
일본 정부는 이처럼 역사왜곡은 계속하면서도 지엽말단적 당근을 통해 한-일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15일 고이즈미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관광 목적의 한국인 입국에 대한 비자면제를 영구화하겠다는 방침을 직접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30일 이내 체류 일본인 관광객에 비자를 면제해주고 있으나, 그동안 일본은 한국인 불법입국자가 많다는 이유로 수학여행 학생에 대해서만 비자를 면제하고 있으며 아이치(愛知) 박람회 기간에 한해 관광객에 대한 비자를 면제해주고 있다.
<산케이>는 "아이치 박람회 종료후에도 비자면제를 영구화하기로 한 것은 영토문제와 역사인식 등을 둘러싸고 냉각된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는 16일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반일감정을 가라앉혀 6월말로 예정된 정상회담이 원활히 열리도록 하기 위해 강제연행 사망자 유골반환과 한국인 원폭피해자에 대한 지원 강화 등 `전후처리'를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유족과 연고자를 찾지 못해 도쿄시내 유텐지(祐天寺)에 보관돼 있는 조선인 유골 1천136위를 일괄반환하는 방향으로 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일본은 또 그동안 2차대전중 일본기업에 강제 징용됐다 일본에서 사망한 한국인에 대해서도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골소재 조사대상에서 배제했던 것을 앞으로는 조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중 한국과 심의관급 회담을 열어 구체적인 유골반환 방법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또 반드시 일본 국내에서만 하도록 했던 건강관리수당 지급신청을 해외공관에서도 받도록 해 한국거주 원폭피해자가 일본에 오지 않고도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할린 잔류 한국인에 대해서도 영주귀국시 여비지원 외에 추가 지원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러일전쟁때 일본군이 약탈해갔던 야스쿠니신사 경내의 북관대첩비 반환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한마디로 말해, 마땅히 해야 했으나 하지 않았던 일들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성의'를 보이는 형식을 빌어 역사왜곡-독도문제 등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일본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연 일본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마당에 6월말 한-일정상회담이 굳이 필요하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으며, 회담이 열리더라도 관계개선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한-일 정상회담 파국은 불을 보듯 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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