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일부 직원들이 헌혈 장비 납품업체로부터 접대 등 19억여원의 금전적 편의를 받은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고도 해당 직원들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아직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헌혈 장비 납품업체 19억원 금전적 편의 제공, 적십자는 해당 직원 징계 안 해**
26일 서울지방검찰청과 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달 검찰은 적십자사 소속 직원들이 헌혈 장비 납품업체로부터 2000년 1월부터 2004년 12월31일까지 5년간 6억원 상당의 접대를 포함한 19억여원의 금전적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3월10일 이들의 비위 사실을 보건복지부를 통해 적십자사에 통보했다.
적십자사는 그러나 한 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들 직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월 당시 검찰은 채혈한 혈액을 혈액제제용으로 공급받아 온 D제약과 헌혈 장비를 적십자사에 납품하는 E사, S사 등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윤모(53)씨 등 적십자사 고위 간부 3인을 기소하고, 나머지 직원들의 비위 사실을 적십자사에 통보했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26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에서 업체로부터 19억여원의 금전적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만 통보했을 뿐 비위 직원들의 구체적인 명단을 첨부하지 않았다"며 "자체적으로 확인을 해보려 했으나 현실적으로 비위 직원을 찾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업체가 제공한 19억여원 대부분이 직원 개인들이 유용한 것이 아니라 헌혈 서비스 증진에 쓰인 것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6억원 노골적 접대, 수차례 해외여행 경비 지원도 이뤄져**
하지만 <프레시안>이 E사, G사, S사 등 헌혈 장비 납품업체가 검찰에 통보한 접대 명세표를 확인한 결과, 19억여원 중 5억9천만원은 행사비, 명절 선물비 등 적십자사 직원에 대한 노골적 접대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검찰조사때 혈장 성분 채혈기 무상 대여, 헌혈 버스 인테리어, 헌혈 의자ㆍ침대ㆍ컴퓨터 등을 적십자사에 무상 제공하는 것과 별개로 E사 3억2천여만원, S사 1억9천여만원, G사 7천여만원을 접대에 사용했다고 구체적인 금액을 밝혔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의정부에 집 2채를 마련해 적십자사 직원을 위한 임대 숙소로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납품 업체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적십자사 직원들의 해외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등 노골적 접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는 G사로부터 2000년, 2002년, 2003년 총 4차례에 걸쳐 해외여행 경비 1천5백여만원~2천만원 정도를 지원받아 미국, 독일, 스위스, 프랑스 등으로 2인~8인의 해외여행을 보냈다. 특히 약 1주일간에 걸쳐 이루어진 3차례의 여행은 G사의 미국 본사 견학으로 '접대성' 성격이 짙다.
이밖에 E사와 S사도 2000년, 2001년, 2002년에 매회 3백여만원~1천5백만원 정도를 적십자사 직원들의 유럽 연수, 학회 참석 등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 해외여행에 참여한 39인의 명단을 적십자사에 통보했으나, 적십자사는 이들에 대한 징계도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회사 업무 계획에 따라 진행된 해외 출장이라서 일부 경비를 납품 업체로부터 지원 받은 사실 때문에 개인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적십자사 차원의 징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2백억대 헌혈 장비 시장, 적십자사 접대한 3개 업체가 독점**
접대한 측이 있는 데도 접대 받은 적십자사 직원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속에서 이들 3개 업체는 계속 헌혈 장비를 적십자사에 공급하고 있다. 헌혈 장비 시장은 연간 매출 규모가 연간 2백억 규모로 현재는 이들 3개 업체가 적십자사에 미국계 백스터, 스웨덴계 갬브로 등 초국적기업에서 생산한 헌혈 장비를 전량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헌혈 장비업계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이 적십자사에 혈장 성분 채혈기 등 고가의 의료기기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는 것도 그 의료기기에 부합하는 소모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상술에 불과하다"며 "이들 업체들이 적십자사 직원들에게 접대 등 금전적 편의를 제공한 것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우리나라의 혈액 시장을 독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업체의 현재 순이익은 20~3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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