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의 확산이 사회 불평등 강화와 비정규직 확산 등 경제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국책 연구 기관에서 제기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노동연구원, "정보통신기술이 사회 불평등 확대하고 있어"**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펴낸 <정보통신기술과 일다운 일>(황준욱 연구위원 등 6명 공저, 한국노동연구원 펴냄)이라는 정책 연구서에서 "정보통신기술이 집단 간 격차 및 이에 따른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고 이런 불평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의 정보통신 육성 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 연구서는 ILO(국제노동기구)가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일다운 일'(자유롭고, 안전하고, 평등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환경속에서 하는 생산적인 일)과 정보통신기술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국내 총생산) 대비 정보통신기술 소비 지출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가장 높은 나라이며,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지출 역시 비교 국가 중에서 2위로 나타나는 등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지만,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ㆍ직업별로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정보 격차)'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도시 지역은 60% 이용률을 보이고 있으나 군 단위는 45.1%에 불과하며, 학력별로도 대졸 이상은 79.5%, 고졸 46.5%, 중졸 10.1%로 나타나는 등 그 양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매년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20대 이하의 인터넷 이용률이 90%를 상회하는 등 연령별 격차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 비정규직 확산-임금 불평등 낳아 경제 양극화 원인으로"**
이 연구서는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확산이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작업장 안전 등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확산, 임금 불평등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아 전반적인 소득 분배 악화로 이어져 경제 양극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의 확산이 빠른 산업이나 사업체에 종사할수록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경영자, 전문직, 숙련 노동자는 상대적 고임금을 누리게 된 반면에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는 고용 불안과 상대적 임금 저하를 감수해야 되는 것이다. 연구서는 "정보통신기술의 영향력은 일부 노동자의 상대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용해 전반적인 소득 분배 상황 악화에도 기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서가 언급하고 있는 A자동차업체의 경우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기업 통합 정보 시스템을 구성한 뒤, 관리직 직원에게는 고도의 지식과 숙련의 기회가 보장되는 반면 생산직 노동자는 업무의 단순화로 숙련 축적이 불필요해 노동자 간 숙련 격차가 확대되는 부정적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휴대전화를 생산하고 있는 B기업의 경우에도 정보통신기술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경력직과 신입직 간 고용 기회와 숙련도 등에서 큰 격차가 벌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업은 기존의 노동자들이 노동 시간의 연장, 경쟁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 등을 감내하는 대신 기업의 미래 가치에 더 목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이 양질의 노동을 포기하는 대신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돼 자신의 자산 소득이 증가하고 자신의 지위가 중소기업 노동자에서 대기업 노동자로 전환되는 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만 도입하면 '노동자 작업장 참여' 보장된다?"**
한편 정보통신기술의 긍정적 효과로 기대해볼 수 있는 노동자 작업장 참여 등도 신기술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서는 "정보통신기술 노동자 작업장 참여를 증가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배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기업 규모, 노동조합 유무, 여성 노동자 비율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신기술 도입과 결합해 노동자 작업장 참여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기업일 경우 정보통신기술 도입 속도가 빠를수록 노동자의 참여 역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노조 기업의 경우는 의사 결정, 의견 수렴 등에 대한 참여가 높아지는 반면 무노조 기업에서는 정보 제공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정보통신기술 도입에 따른 작업장 참여의 양상도 노조 유무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보통신 부정적 효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정책 마련해야"**
연구서는 결론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이 일부 긍정적 영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산업ㆍ기업의 특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모든 산업과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오히려 사회적 평등의 관점에서는 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연구서는 "이에 따라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가 정보통신기술 육성과 함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부ㆍ기업ㆍ노동이 머리를 맞대고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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