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5% 대량보유자의 보고의무를 강화한 '5%룰'에 대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가 "정신분열증적 작태"라고 맹비난한 데 이어, 홍콩의 금융전문지 <파이낸스아시아(FA)>도 한국의 금융계를 저급하게 비꼬는 기사를 게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FA,"한국 뱅커 68%가 술 덜 깬 채 근무"**
FA는 4월1일자 '만우절'을 명분으로 '한국 뱅커들 규제에 직면'이라는 가상기사를 통해 "금융감독원이 최근 음주소비를 제한하는 등 고객접대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실시할 계획을 발표했다"면서 "한국 투자업계를 뒤흔든 이번 조치는 한국 뱅커들 68%가 오전8시부터 11시까지 술이 덜 깬 상태에 있다는 새로운 보고서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FA는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 때문에 한국 뱅커들의 오전 생산성은 오후에 비해 82%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생산성 손실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FA는 "금감원은 한국의 모든 투자업체에 새로운 규제방침을 안내하는 문서를 보냈으며, 충격을 받은 뱅커들은 새로운 규제가 실시되면 투자계약 수주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FA는 "이번 규제방안 중에는 음주 제한 조치가 핵심"이라면서 "뱅커들과 그들의 고객들이 마실 수 있는 음주량을 하룻밤 1인당 10단위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FA는 "이에 대해 익명을 전제로 응한 한국 뱅커는 '말도 안되는 규제'라면서 '포도주 3병.위스키 2병,맥주 한 병에 불과한 10단위로는 밤 10시밖에 못마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FA는 "게다가 이번 규제안에는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예외없이 '폭탄주'를 마시지 못하게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면서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폭탄주는 특히 위험하다'면서 '어느 새 폭탄주 4잔을 마시면 새벽 3시가 되고 그쯤되면 자기 이름조차 발음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고 말했다"고 썼다. 나아가 FA는 "금감원은 새로운 규제를 위반할 경우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라면서 "금감원에 따르면 모든 주요 금융기관들의 리셉션장에 음주측정기를 설치해 무작위로 음주측정을 한 결과 '10단위 규제'를 위반한 사람들에게 30만원의 벌금을 즉석에서 부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혈중알콜농도 중대 위반자에게는 평생 골프 금지령"**
FA는 또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혈중알콜 농도가 45단위를 넘는 뱅커들은 '금융시스템의 위험분자'로 분류돼 평생 골프가 금지되는 중형을 받게 된다"면서 "금감원 관계자는 '평생 골프금지 지역에는 태국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롱했다. FA는 "한국의 룸살롱 산업은 연간 4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이번 규제방안에 분노한 업계 종사자들이 서울 도심에서 항의 시위를 할 계획"이라면서 "반면 뱅커들은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응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FA는 홍콩 소재 투자은행의 한 뱅커의 말이라면서 "심각한 영향을 줄 조치다. 특히 우리의 영업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미 한국 지사의 고객접대 책임자에게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으나, 그들도 향후 투자계약 수주를 어떻게 따낼 것인지 당황해 하고 있다. 한국에서 투자계약 수주는 밤 1시에 이뤄지며, 음주를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면, 밤 1시까지 버틸 재간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FA는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뱅커들은 1주일에 3번 정도 고객 접대에 나선다"면서 "고객접대는 한국의 투자산업에서 중대한 업무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에 뱅커들이 이처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덧붙이기도 했다.
이같은 '조롱 기사'에 동원된 금감원과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아무리 만우절 기사라고 해도 악의적 의도가 보인다"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외형적으론 한국의 음주접대문화를 비꼬는 것 같으나, 실제 속내는 최근 FT보도처럼 '5%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한감정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한마리로 말해 외국금융관련 언론의 오만방자함이 도를 넘어도 한창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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