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이공계살리기 일환으로 시행중인 '이공계대학생 장학금 지원사업'의 신청 기준을 '탁상'에서 현실을 모르고 엄격하게 작성, 예년의 1/20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대학신입생 이공계장학금 수혜자, 예년의 1/20도 안 돼**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에 '2005학년도 이공계 장학금 지원사업 계획안'을 보내, "올해 장학금 수혜 대상 조건으로 과학탐구 영역 중 입학한 대학이 요구한 모든 과목에서 수능시험 1등급(4% 이내)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한다고 통보했다. 지난해까지는 "내신 20%, 수능시험 수리탐구 영역과 과학탐구영역 1등급(수도권 기준)"의 기준만 충족하면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었다. 비수도권의 경우는 기준이 2등급까지였다.
특히 2005학년도 수능시험은 비교적 쉬워 과학탐구 영역 일부 과목의 경우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진 학생들이 속출함에 따라, 과학탐구 영역의 3~4과목을 입시에 반영했던 대학은 자격 기준을 충족시키는 신입생의 수가 대폭 감소하게 됐다.
30일 과학탐구 영역에서 4과목을 반영한 서울대에 따르면, 공과대학의 경우 지난해 입학정원 9백50명의 72%인 6백81명이 장학금 혜택을 받았으나 올해는 이 자격을 충족시키는 학생이 입학정원 7백80명 중 36명뿐에 불과했다.
예년 2백50명 선을 유지하던 고려대(3과목 반영)도 7명만이 지원 범위에 들었고, 다른 대학들의 경우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탁상행정으로 학생들 가슴에 멍만…"**
이 '이공계대학생 무상 국가장학금 지원사업'은 '이공계 살리기'의 일환으로 지난 2003년부터 우수 학생을 이공계에 유치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매년 5천3백명을 선발해 전 학기 등록금 전부와 교재 구입비 등을 지원한다. 수능시험에서 우수한 학력을 얻은 상당수 학생들은 이 장학금 때문에 중복합격한 다른 학교 의대를 포기하고 이공계를 진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성적 우수 장학금인 만큼 각 대학이 입시에 반영하는 과목에서 모두 1등급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뒤늦게 진화작업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목소리가 높아 예년 수준의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할 방침"이라며 "대학별로 지원 현황을 받아본 뒤 자격기준 완화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관계자는 "이렇듯 교육부가 책상위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펴니 정부가 아무리 이공계를 살리겠다고 해도 학생이나 관계자들의 반응이 심드렁한 것"이라며 "장학금 수혜대상 조건을 강화하기 전에 대학과 전화 한 통화만 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취임후 일간되게 주창하고 있는 '대학의 산업화'와 180도 궤를 달리하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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