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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한일지식인성명' 외면…악성 댓글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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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언론 '한일지식인성명' 외면…악성 댓글 대부분

"병합 조약 원천 무효론, 진보 지식인에 머무는 게 일본 현실"

한일병합 100주년을 맞아 서울과 도쿄(東京)에서 10일 열린 '한국병합 100년에 즈음한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기자회견은 양국에서 모두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신문과 방송에서 주요 기사로 다뤄지면서 화제가 된 반면, 일본에서는 포털 사이트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숫자의 악성 댓글이 달린 것으로 화제가 된 점이 달랐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측 기자회견에는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보도 성향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했고 <한국일보> 등은 사설을 통해 "양국 지식인 사회가 한 목소리로 미래 지향을 위한 과거사 청산 방향을 제시한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3시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일본교육회관에서 열린 일본측 기자회견을 알린 일본의 주요 언론사는 <아사히신문>뿐이었다. <아사히>의 보도 역시 성명의 전문(全文)을 싣거나 성명문을 분석하지 않은 채 기자회견 사실만을 전한 단문 기사에 그쳤다.

이 신문은 11일자 기사에서 "(1910년 8월 한국병합 조약은) 대한제국의 황제로부터 민중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의 격렬한 항의를 군대의 힘으로 짓누르고 실현시켰다", "한국병합에 이른 과정이 불의부당하듯이 한국병합 조약도 불의부당하다" 등 성명 내용을 몇 줄로 소개했다.

이어 신문은 "총 1000명의 서명을 목표로 7월까지 서명을 모을 것이며 일본 정부에 대해 식민지 지배를 둘러싼 문서의 적극적인 공개, 전쟁에 강제 동원된 한국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라며 기자회견에 참석한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 일본 도쿄에서 10일 오후 3시 열린 한일지식인 공동성명 기자회견 ⓒ연합뉴스

언론의 반응은 싱거웠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다른 신문과 방송은 침묵을 지킨 가운데 비슷한 내용의 서울발 <연합뉴스> 기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 등록되자 수백 건의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의 지식인이 일본인인가?", "어차피 한국과 관련해서 귀화한 사람들 아니냐", "병합이 위법이라고 하는 이들은 한국과 북한의 국제법학회 뿐이다"라며 이번 성명의 의미를 깎아내렸다.

뒤틀린 역사의식을 가진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ID 'vai*****'는 "일본과 병합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한국이라는 건 없고, 중국이나 러시아라고 불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으며 ID 'cat*****'은 "한일합방 때 일본은 당시 국가 예산의 20%를 한국에 제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한일 지식인 공동선언을 보도한 <연합뉴스>의 일본판 기사에는 600건이 넘는 악성 댓글이 달려, 댓글이 많은 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야후 재팬 캡쳐

이 같은 반응은 양국의 역사적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한국과 일본의 지식인들이 역사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 4페이지로 구성된 성명서 가운데 2페이지 가까이를 역사를 설명하는데 할애한 것은 그때문이었다. 병합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거나 왜곡된 지식을 갖고 있는 일본의 일반인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10일 성명서를 낭독한 이태진 서울대 교수는 성명서에 역사 서술을 많이 넣은 것에 대해 "한국에서 보면 별로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메이지시대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해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며 "와다 교수님이 직접 초안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의 지식인들이 지난 5개월간 치열하게 논의해 만든 이번 성명서는 일본 언론에 의해 외면됐다. 서명에 참여했던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예측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일본에서는 아직 소위 진보파 지식인, 역사학 지식인들 중심의 담론이기 때문에 보수 미디어에서는 그 뉴스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싶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쪽 기자회견에 함께했던 미야지마 히로시(宮島博史) 전 도쿄대 교수도 "한국에서는 <조선일보><동아일보>부터 <한겨레신문>까지 성명에 대한 서명에 참여한 만큼 좌우·보혁을 막론한 상황이지만, 당연하게도 일본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병합에 이르는 과정과 병합 조약에 대해 '유효 부당론'(도덕적 책임은 있으나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견해)을 내놓는데 머물렀던 일본 지식인들이 '원천적 무효론'에 동의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소위 '진보'에 속하는 지식인 뿐만이 아닌, 지식인 사회 전체에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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