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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장, '김진표식 대학개혁' 정면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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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장, '김진표식 대학개혁' 정면반박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게 진정한 개혁"

"대학을 행정기관의 하나로 보거나 투자기관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대학 자체는 물론이고 우리사회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입니다.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틀 위에서 각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대학은 산업'이라고 규정한 노무현 대통령과 대학 구조조정을 '만병통치약'처럼 강조하고 있는 김진표 교육부총리를 정면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운찬 총장, "대학을 행정기관이나 투자기관으로 봐서는 안 돼"**

정운찬 총장은 세종로 정부종합청서 19층 대회의실에서 교육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한국 대학의 현실과 이상'이라는 강연에서 오늘날 대학 교육의 현실을 진단하면서 나름의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정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학의 위기가 어디서 기인하는지에 대해서 어떤 분들은 교수진을 탓하고 어떤 분들은 학생들의 질을 탓하고 또 정부의 교육 정책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도 하지만 원천적으로 위기의 성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연을 시작했다.

정 총장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위기는 우리만의 잘못된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인 것"이라며 "크게 세 가지 현상이 위기의 배후에 작동하고 있다"고 위기의 원인을 세계에서 찾을 것을 주문했다.

정 총장은 세계화, 정보화, 신자유주의를 대학 위기의 세 가지 근원으로 꼽았다. 정 총장은 "▲세계화가 진행되고 글로벌 스탠더드가 강조되면서 나라별로, 지역별로 독자적인 개성을 갖고 존립 이유를 찾아오던 제도나 기관, 관습들이 위기를 겪게 됐고,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전달 매체의 발달에 따라 전통적인 지식생산과 유통의 책임 기구였던 대학의 위상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시장과 경쟁을 강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의 확산이 대학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이어서 "이런 세계적인 요인과 함께 대학의 위상과 대학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매우 강하면서도 제도적인 자율성 측면에서나 재정 자립도 측면에서 그 존립기반이 매우 취약한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대학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고 진단했다.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길이 진정한 개혁"**

정운찬 총장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매우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학 개혁의 방향을 제시했다.

정 총장은 "대학은 고답적인 도덕 공동체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세속적인 이해 관심에 좌우돼서도 안 된다"며 "오늘날 대학 교육은 너무나 기능 위주로 변모하고 있어서 '비지성적 전문가'들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대학은 연구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빈약하고 지속적인 경쟁 구조와 관료적인 평가 논리의 도입으로 오히려 개별 연구자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대학의 궁극적인 존립 근거는 교육과 연구에 있다"며 "대학은 단순한 지식 전수 기관이나 학생들의 취미 활동 또는 당장 쓰일 기술 교육의 장소가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적인 지적 재능을 키워내고 그들이 창의적이고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길러내는 곳으로 또 지적인 종속성을 극복할 수 있는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결론적으로 "대학을 행정기관의 하나로 보거나 투자기관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대학 자체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며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틀 위에서 각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정운찬 총장의 지적은 '대학은 산업'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학 교육에 대한 인식이나, 대학 구조 조정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어서 향후 대학 사회에 미칠 파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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