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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도 적십자사 공익제보 인정"

공익제보자 대통령 표창, 조직내 '왕따'는 여전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혈액 부실 관리 실태를 내부고발해 적십자사 쇄신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공익제보자 4인에 대해서 대통령 표창 등이 수여됐다. 부패방지위원회가 생긴 이래 공익제보자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정부 포상이 수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적십자사 공익제보자에게 대통령 표창 등, 공익제보자 공개 포상은 처음**

부방위는 14일 출범 3주년 행사 일환으로 대회의실에서 '반부패 유관기관 및 유공자 선발 정부 포상식'을 갖고 부패방지 유공자 35명에 대해서 대통령 표창 등을 수여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부방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개리에 적십자사 공익제보자 4인에 대해서 대통령 표창 등 정부 포상이 수여됐다.

2003년 적십자사의 혈액 부실관리 실태를 내부고발해 1년여에 걸친 적십자사 쇄신을 이끌어냈던 공익제보자 4인 중에서 김용환씨는 대통령 표창, 이강우씨는 국무총리 표창, 임재광ㆍ최덕수씨는 부방위장 표창을 수여했다. 부방위는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부방위장 표창의 맨 앞머리에 적십자사 공익제보자를 대표로 위치시켜 이번 포상의 의미가 각별함을 부각시켰다.

부방위 관계자는 "전에도 한 차례 공익제보자에 대해서 정부 포상이 이뤄진 적이 있지만 비공개였다"며 "공익제보자가 공개적으로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수여받은 일 자체가 우리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이번 정부 포상의 의미를 밝혔다. 그는 "2월께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포상을 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뒤늦게 부방위 3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함께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공익제보자 4인, 지난 2년 동안 조직 안에서 갖은 고초 겪어**

이들 적십자사 공익제보자 4인은 2003년 감사원 등에 적십자사의 혈액 부실관리 실태를 내부 고발한 후 갖은 고초를 겪었다.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한 편이 돼 '조직의 배신자'를 색출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됐으며, 그 과정에서 2003년 12월에는 '업무상 기밀'을 언론에 알린 죄를 뒤집어쓰고 경찰에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특히 2004년 3월에는 감사원에서 적십자사의 혈액 부실관리 실태를 적발해 내 이들의 고발이 모두 사실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적십자사는 이들을 '조직을 음해해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해고하려고 했다. 보건복지부, 감사원, 부방위 등 관련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조치 유보를 강하게 요청했으나 적십자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이 때 쐐기를 박은 것은 시민들의 따가운 여론이었다. 3월30일 <프레시안>을 통해 이들의 지난 8개월간의 사연이 알려진 후,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결국 적십자사는 징계 철회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후 검찰은 적십자사의 부실 혈액관리 실태를 인정하고 관련자 27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정부도 2004년 말 뒤늦게 혈액 관리 정책을 쇄신하기로 하고, 현재 정부 차원의 대책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지난 1년간 공익제보자의 희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의인들 포용 않는 적십자사**

하지만 적십자사는 대통령 표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을 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것이 명백히 드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그 공을 인정해 포상을 수여한 지금까지도 조직에서 따돌림은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식당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 근처에는 오지도 않는다"며 "중요한 업무를 주지 않은 것도 오래됐다"고 어려운 점을 털어놓았다.

반면에 최근 적십자사 직원들은 혈액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직원 27명의 변호사 선임을 위해서 6천만원 상당을 모금해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익제보자 4인에 대한 싸늘한 반응과는 대조적이다.

적십자사는 최근 납품업체 금품 수수와 관련해 홈페이지에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 린다"며 "내부 조직 및 제도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사과문을 올려놓았다. 1년 내내 시민들로부터 온갖 눈총을 받고서도 적십자사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희생자는 우리가 마지막이 돼야"**

대통령 표창을 받은 김용환씨는 "2년에 걸친 지난 시간 힘들 때마다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이 가장 큰 위로가 됐다"며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도 이렇게 또 격려를 하라고 큰 상을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나라 공익제보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이문옥 전 감사관도 포상식에 참석해 "공익제보자들이 떳떳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대통령 표창까지 받는 게 꿈만 같다"며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이런 분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조금씩 맑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김씨를 비롯한 4인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고초를 겪고 있을 제2, 3의 공익제보자를 지원하고 연대하는 취지에서 '공익제보자들의 모임'을 만들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전 언론에서 크게 다뤄졌던 '제화업체 등의 상품권 탈세' 사실을 내부 고발한 공익제보자들도 이 모임이 여러 가지 도움을 줬다.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미진해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공익제보자들의 모임'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임재광씨는 "시민들의 관심이 우리를 살린 것처럼 제2, 3의 공익제보자가 나오기 위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희생자는 우리로 끝나야 하는데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공익제보자들이 많아 마음이 아프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언제 이들 의인들의 답답한 마음이 시원하게 뚫릴 것인가.

☞아름다운재단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익제보자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모금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은 하나은행 162-910001-22937(예금주 아름다운재단)으로 입금하거나,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를 통해 온라인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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