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에 고위 공무원이 임명되는 '낙하산'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정성진)는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부방위, "낙하산 봉쇄, 공기업 추천위원회 전부 민간위원"**
부방위는 13일 "공기업 사장을 민간위원으로만 구성된 추천위원회에서 선임하고 공무원은 퇴직 후 1년 이내에 산하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공기업 임원 선임 절차 및 예산집행 투명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정부 부처에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부방위은 이 방안을 14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 6개 정부 부처와 코트라(KOTRA), 한국전력, 도로공사, 주택공사 등 13개 공기업에 권고할 예정이다. 제도 개선을 권고 받은 해당 기관들은 자체 규정은 6월말까지, 정부투자기관 관리 기본법, 정부산하기관 관리 기본법 등 법령은 올해 말까지 고쳐야 한다.
부방위의 개선안을 보면 공기업 사장 인선을 둘러싼 잡음을 줄이기 위해 사장 후보를 뽑는 추천위원회를 전부 민간위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현재 공기업 사장은 비상임이사 6명과 이사회가 선임한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된 사장 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주무부처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장추천위의 비상임이사는 기획예산처 장관과 재정경제부 등 장ㆍ차관으로 구성된 투자기관운영위원회가 선임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후보 추천 과정에서 정부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
또 공기업의 '2인자'로 꼽혀온 감사의 경우도 앞으로는 공모로 선발해 정부투자기관운영위가 추천해,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과정에서 부방위와 협의를 거쳐 '청렴성 검증'을 받도록 했다. 현재 주무부처 장관이 갖고 있는 공기업의 상임이사 임명권도 투자기관장에에 이양된다.
***공무원, 퇴직 후 1년 이내 공기업-산하기관 임원으로 못 가**
이르면 2006년부터 공무원은 퇴직 후 1년 이내에 자신이 맡았던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산하기관 임원으로 재취업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단 임원보다 낮은 직급으로 재취업하는 데 대한 제약은 없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3년간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 있는 민간회사에는 퇴직 후 2년간 취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공기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규정이 없어서 공기업 임원과 산하기관장들은 사실상 퇴직 고위 공무원들이 독식해왔다. 특히 이 때문에 공무원들이 공기업과 산하기관 관리ㆍ감독에 소홀히 하거나, 뒷거래를 할 가능성이 계속 대두돼 왔다.
부방위는 이밖에 ▲감사실장 내부 공모제 도입, ▲국가계약법령의 취지와 어긋난 사규 및 지침 일제 정비, ▲공기업 출신 임직원에게 특혜성 사업을 주는 행위 방지, ▲유흥업소 사용이 금지되는 '클린 카드제' 도입 의무화 등도 제시했다.
***공기업,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 '잡음'에 청와대 등 제동**
이런 부방위의 개선안은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장에 대한 고위 공직자 낙하산 움직임에 청와대가 제동을 걸고 나서는 등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기업의 경우, 지난 1월4일 오영교 전 사장의 행정자치부 장관 발탁으로 사장 공모에 들어간 코트라의 경우 두 달이 지나도록 새 사장을 맞지 못하고 있다. 13명의 지원자 중 최종후보 3명까지 압축했으나 청와대가 지난 10일 적임자가 없다고 통보한 탓이다. 당시 최종후보에는 전직 장관, 전 산업자원부 국장, 코트라 현 부사장 등이 올랐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공모 역시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무효화되고 재공모에 들어갔다. 건설교통부가 이례적으로 후보로 올라온 전 차관과 간부 출신 등 2인의 고위 공직자 출신이 사장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 산하기관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다. 산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원과 한국산업기술시험원도 추천위원회에서 각 2인의 원장 후보를 압축했으나 '더 많은 인재들이 공모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 등으로 공모절차를 무효화하고 이번 주부터 재공모에 들어가기로 했다. 추천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사실상 '윗선'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얘기가 지배적이다.
일례로 산업기술평가원의 경우 <프레시안>이 2월15일 보도한 대로 산자부 관련 인사로 추천위가 구성되고, 공익제보자 해고 등으로 재임 중 잡음을 낳은 현 김동철 원장이 최종 2인에 오르는 등 파행 논란이 예고됐었다. 이 과정에서 산자부 고위 관계자가 "김동철 현 원장이 유임되지 않는다면 기관에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주무부처가 낙하산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위의 눈총을 받았었다.
한편 이런 흐름에 대해서 한 공기업 관계자는 "일부 업무 공백 등 문제가 있지만 '낙하산' 인사로 취임한 사장이 수년간 기관 운영을 엉터리로 하면서 생기는 폐해를 생각한다면 불가피한 진통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