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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도심 재건축, 서울을 '지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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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뉴타운-도심 재건축, 서울을 '지옥화'"

[토론회] 아픈 아이들과 서울의 대기오염

서울시의 대기오염이 아이들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고 각종 건설 공사가 주된 이유라는 주장이 다시 한번 제기됐다. 특히 이 자리에는 서울시를 비롯한 자동차, 건설업계 관계자가 나와 사태의 심각성에 전반적으로 동의를 표시해 대기오염 문제가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수준이라는 것이 새삼 확인됐다.

*** "서울 미세먼지 오염도 세계 1위, 도쿄보다 서울 수명 3년 짧아"**

최근 <아픈 아이들의 세대>(뿌리와이파리 펴냄)라는 책을 통해 "전국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토목·건설 공사가 다량의 미세먼지(PM10)를 방출해 아이들의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펴 화제가 된 우석훈 초록정치연대 정책실장(경제학 박사)은 10일 오후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서울시민포럼이 주최한 '서울의 대기오염, 우리 아이가 아파요' 토론회에서 서울의 대기오염에 초점을 맞춰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통렬히 고발했다.

우석훈 실장은 "미세먼지는 허용기준치 이하의 농도는 인체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다른 오염물질과 달리 일단 발생하기만 하면 계속해서 인체에 누적되기 때문에 허용기준치 이하의 농도라도 보건 피해가 계속 발행하게 된다"며 "대체적으로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 증가하면 전체 사망률은 1~2%, 심혈관계 사망률은 1~2%, 호흡기계 사망률은 3~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미세먼지의 보건 피해가 심각성을 강조했다.

우 실장은 "특히 미세먼지에 의한 호흡기계 질환은 체중이 작은 아동들에게 더 많은 피해를 준다"며 "서울에서만 13만명 정도의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동들의 경우 면역체계가 약화돼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로부터 더욱더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실장은 이어서 "그러나 서울시가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는 불충분하기 짝이 없다"고 현재 측정 체계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1일 평균치를 사용하고 있지만, 하루 평균이 안전하다고 해서 이것이 하루 종일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시간당 평균치에 대한 기준((200㎍/㎥)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울시는 중구의 경우 창덕여자중학교, 송파구의 경우 올림픽 공원 내처럼 측정소가 혼잡 지역이나 공사 현장 등과 멀어진 곳이 대부분이어서 현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도심 재건축, 뉴타운 사업 등 공사장 미세먼지 심각한 수준"**

우석훈 실장은 "(이런 현실에서도) 서울시는 미세먼지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200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오염도 순위에서 서울시는 1위(71㎍/㎥)를 차지하는 등 평균 31㎍/㎥보다 훨씬 높다"며 "10년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가능한지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먼저 서울시 총먼지 발생의 26%가 건설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도심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 그리고 각종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고려가 안 되고 있다"며 "또 향후 10년 동안 발생할 보건 피해 문제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특히 각종 건설 현장에서 무차별로 미세먼지가 배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현재 주택가를 포함해 서울시 곳곳에서 눈에 띄는 3백평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 보호 장치 없이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설사 집 앞 공사장에서 발행한 미세먼지에 의해 보건 피해를 입었다고 해도 법률적 보호도 받을 수 없다. 우 실장은 "300m 앞 공사장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가 감기를 앓다 갑자기 급성 천식으로 바뀌어도 법률적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1백주년 기념을 위해서 5개의 건물을 동시에 건립하고 있는 숙명여자대학교의 경우 학생, 강사들이 미세먼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우 실장은 "가임여성, 임신한 강사 등이 미세먼지로부터 보건 피해를 입었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법률로는 그들은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떠나는 게 유일한 대안"**

우석훈 실장은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아이를 키우거나 낳으려는 이들은 서울을 떠나는 것이 가장 전문가의 양심에 입각한 대안"이라며 "나 역시 올해 아이를 낳기 위해 서울을 떠날 것"이라고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우 실장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몇 가지 대책을 제시해 보겠다"며 "일단 각 구청이 나서서 동별로 측정망을 설치해 운영하거나 건설 현장에서 측정망을 운영할 수 있도록 권고해 자체적으로 '먼지 예보제'를 시행하고,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초등학교, 유치원에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수준의 공기청정기 설치, ▲황사 기간 동안 예방적 조치에서 임시 휴교, ▲소형 건축 공사에 대한 법률적 대책 마련, ▲하루 평균을 시간당 평균 및 지역당 평균 기준으로 대체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천식, 아토피 여성 탓 편견 갑갑, 미세먼지 위험성 인식해야"**

이 자리에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이런 우석훈 실장의 지적에 대해서 동감을 나타냈다.

권호장 단국대학교 교수(예방의학과)는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의 경우에는 오염원과 보건 피해간의 명확한 상관관계를 따지기가 힘들기 때문에 '희생자를 찾을 수 없는 살인자'로 비유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시민들도 심각한 걸 알고 있으면서도 심각하게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세먼지(PM10)의 경우 30㎍/㎥ 차이면 평균수명 3년 정도에 영향을 줄 만큼 치명적인 위험을 준다"며 "특히 아동이나 노약자에게는 큰 위험"이라고 우석훈 실장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건축업계 사정을 잘 아는 정성철 건설기술정책연구회 회장도 "(우석훈 박사 지적대로) 대기오염과 그에 따른 보건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단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보건 피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연구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미세먼지의 발생원별 보건 피해를 명확히 확인해 적절한 법률적 조치를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보다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더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반론도 제시됐다. 조강래 자동차환경센터 회장은 "우석훈 박사 지적대로 10년 동안 수조원을 투입해 도쿄 수준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대책이 현실성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특히 건설 현장 미세먼지보다 자동차 미세먼지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 대해 우석훈 박사는 "지금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강조한다면 그것은 미세먼지 발생의 책임을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시민 각자에게 돌리는 것밖에 안 된다"며 "정부, 서울시, 구청 차원에서 추진하는 각종 공사 때문에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향후 10년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더욱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시청 채희정 대기과장도 "대기오염은 우석훈 박사의 지적대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서울시가 특히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우석훈 박사는 "<아픈 아이들의 세대>를 출간한 이후 '괴소문'이라는 매도를 당하고 심지어는 건설업계에서 각 언론에 책 소개를 하지 않도록 요청하기도 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우는 것 외에는 의사를 표현할 길 없는 2~3㎏되는 유아 천식 환자, 또 미세먼지로 인한 천식, 아토피를 자기 탓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여성들을 생각하면 이런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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