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의 단식을 계기로 촉발된 생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4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더욱더 확산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앞으로 3개월간 진행되는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에 대한 환경영향 공동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생명의 가치가 사회 전체에 확산될 수 있도록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지율스님, "터널 환경파괴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 사회적 논란 촉발할 것"**
녹색연합, 불교환경연대,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민주노동당 등은 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천성산을 위한 시민·종교단체 연석회의(연석회의)' 발족식을 가졌다.
총 4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연석회의는 지율스님 1백일 단식을 계기로 촉발된 생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범불교 연석회의, 종교인 참회기도 추진위원회, 녹색연합, 천성산 대책위원회, 풀꽃세상, 민주노동당 등이 제안해 한 달간의 논의를 거쳐 발족하게 됐다.
이날 발족식에서 지율스님은 "'초록의 공명'은 고귀한 생명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많아질 때, 많은 사람이 함께 기대와 희망을 품을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연석회의를 계기로) 천성산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근본적인 성찰이 사회 전체로 확산되길 소망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그는 또 "많은 분들이 조사를 다시 해도 터널을 뚫는 결론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일각의 회의적인 목소리를 반박했다.
그는 "천성산의 3분의 1을 관통하는 터널은 비유하자면 우리 몸에 3분의 1의 칼자국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칼자국에서 피가 나오듯이 천성산 터널이 지하수맥과 같은 환경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터널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더라도 경제 성장과 개발을 위해 터널을 뚫는 것이 불가피하다'라는 것이야말로 진실에 가깝다"며 "3개월에 걸친 조사를 계기로 그런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회적 논란이 촉발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절망 속 '희망'을 말한 지율, 빙산으로 돌진하는 타이타닉 멈출 수 있는 힘의 원천"**
연석회의를 제안한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도 시민·사회단체가 연석회의를 발족하게 된 의미를 설명했다.
김종철 발행인은 "'경제 성장'이라는 신을 한국 사회처럼 맹목적으로 모시는 사회는 없다"며 "도처에서 보이는 환경 재앙의 신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이나 성찰이 없는 한국 사회가 빙산으로 돌진하는 타이타닉호와 다름없다는 생각에 좌절과 절망을 하게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도 지율스님은 절대로 쉽게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며 "단식이 60~70일을 넘어서면서 주위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도 스님은 '천성산은 절대 죽지 않는다'며 낙관하고, 희망적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율스님이 자연과 인간에 대한 진정한 모성애적 마음을 가진 순수하고 맑은 영혼이었기 때문에 그런 태도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답답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의 신호를 꾸준히 내놓고 있는 지율스님이라는 원천을 계기로 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발족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제 성장을 위해서 환경을 일부 훼손할 수도 있다는 식의 현실주의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빙산으로 돌진하는 타이타닉호에 제동을 걸고, 방향을 바꿀 때야말로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토회관 떠난 지율스님, 다시 천성산으로**
이날 발족한 연석회의는 앞으로 별도의 사무국을 꾸리고 참여단체를 중심으로 3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의 사회적 의미를 알리고, 천성산의 생태적·문화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려내는 것을 계기로 우리 국토와 생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천성산 생태기행, ▲천성산 식목 행사 진행, ▲'1백만마리 도롱뇽 조형물' 추진, ▲경부고속철도의 사업성, 경제성, 환경성 평가 및 대안노선과 관련된 대시민 토론회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7일 정토회관을 나온 지율스님은 청와대 인근으로 거처를 옮겼으며, 연석회의 발족이 끝난 후 환경단체 활동가와 간담회 등 계획된 일정을 끝으로 10일께 천성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공동조사단은 12일경 천성산을 직접 방문해 공동조사를 위한 합의문 작성에 필요한 현장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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