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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오니 천성산 뭇 생명이 나를 불러"

한달만에 모습 드러낸 지율스님, <월간조선> 의혹제기 일축

지율스님이 단식 중단 1달만에 공개된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건강을 한창 회복하고 있는 지율스님은 내주 초 정토회관을 떠나 천성산으로 내려가 이번에 꾸려질 천성산 관통터널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민ㆍ관 공동 조사단의 일원으로 참가한다.

***"천성산 문제는 우리들의 문제이자 우리 미래의 문제"**

지난 2월3일 단식을 중단한 지 1달 만인 2일 지율스님은 서울 서초구 정토회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근황을 밝혔다.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나타난 지율스님은 미리 준비한 심경을 담은 글을 읽고 기자들과 대화에 나섰다.

지율스님은 "천성산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문제이자 우리 미래의 문제"라며 "기자 여러분이나 시민들도 이것을 지율의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바로 스스로의 문제로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결과를 떠나서 큰 사회적 의미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율스님은 또 "환경단체와 빚어진 많은 갈등은 사회활동 경험이 부족한 내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내가 스스로의 원칙에만 집중하다보니 그 분들께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환경ㆍ생태교육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는 데 당연히 환경단체와 같이 할 것"이라며 "초록의 '공명'을 얘기하는 나부터도 '공명'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겠다"고 환경단체와의 앙금을 털 뜻을 밝혔다.

지율스님은 공동 조사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다시 단식을 진행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한번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단식에 나선 적이 없다"며 "내가 단식을 진행하게 된 주된 이유는 약속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마지막 호소"였다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정부와 약속한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된다면 당연히 결과를 수긍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조갑제 글도 읽어봤다"**

특히 이날 기자들은 지율스님에게 단식과 관련된 의혹, 국책사업 중단에 따른 책임 문제, 내원사의 환경 파괴 문제 등 그 동안 논란이 돼왔던 문제들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지율스님은 세상과 다시 만나기 위해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 했던 것이다.

지율스님은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정토회관을 들어와 10m 이상 걸어본 적이 없고 지금도 몸에 한기가 남아 있는 등 아직 완전히 회복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하지만 비교적 큰 문제없이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율스님은 계속 미음을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스님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단식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의 글도 읽어봤다"며 "그분들 역시 세상의 상식을 가지고 말씀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되는 질문에 "천성산 홈페이지에 가면 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나의 심리 상태나 동정에 대해서 비교적 소상히 밝혀 놓았기 때문에 참고했으면 한다"고 일축했다. 지율스님은 계속 의혹이 제기될 것에 대비해 단식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모종의 조치를 이미 취해 놓은 곳으로 알려졌다.

지율스님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월간조선> 기자는 "10여일이 넘도록 행방이 모연했다"는 등의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지율스님 행방과 관련된 <월간조선>의 의혹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프레시안> 취재 결과 확인된 바 있다.

***"우리 자연환경의 가치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계기 마련"**

한편 단식을 통해 국책사업이 중단된 것에 대한 책임 추궁 역시 지율스님을 비켜가지 않았다.

지율스님은 "단식을 끝낸 후 언론 보도 등을 접하면서 여러 가지 충돌하는 다양한 가치관 속에 내 자신이 놓여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며 "다만 단식을 통해 우리 자연환경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은 큰 소득으로 생각 된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이런 진통이 지금은 손실로 보이지만 앞으로 사회 전체의 더 큰 자산으로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지율스님은 터널이 친환경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 동안 아무도 터널을 뚫는 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점들이 덮어진 것이지 문제가 없었던 게 아니다"며 "특히 터널을 뚫으면서 지하수 등이 고갈되는 문제는 전국 각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천성산 터널이 미치는 환경영향에 대한 공동조사도 지하수와 지질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율스님은 또 일부에서 제기된 내원사의 환경 파괴 논란에 대해서도 "내원사는 1천3백년 이상 된 고찰이고 겹겹이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서 헐린 담을 보수 공사하는 데도 허가가 필요한 곳"이라며 "절 앞 사유지에 지어지는 러브호텔 등이 확산되는 것을 보다 못해 내원사가 땅을 사들여 그런 관광 시설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일부 오해를 해명했다.

그는 또 "내원사 앞길도 1970년대까지 내원사 바로 앞에 살던 주민들의 생활을 위한 길이었지 내원사에서 일부로 만든 길은 아니라"며 "특히 양산시에서 내원사 인근을 개발하는 것은 내가 천성산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경칩이 오니 천성산 생명이 날 부른다"**

지율스님은 마지막으로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경칩이 오니 천성산의 도롱뇽을 비롯한 생명들이 나를 부르는 것 같아서 서울에 있을 수가 없다"며 "내주 초에 천성산에 내려가 천성산 관통터널에 대한 환경영향 공동조사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지율스님은 이주 말께 단식을 진행하는 동안 인연을 맺어온 지인들과 만남을 가진 후 천성산에 내려갈 예정이다. 지율스님은 14명으로 구성된 공동 조사단의 환경ㆍ사회단체 쪽 일원으로 직접 참가해 공동 조사 과정 전체에 대한 일지를 쓰고 비디오 촬영을 하는 등 공동 조사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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