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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돈으로 고친 실업고 건물, 신설 외고가 가로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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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돈으로 고친 실업고 건물, 신설 외고가 가로채 사용"

최순영 의원, "재산 출연 안 하고 외고 인가받은 것도 의혹"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전직 교육관료가 지난 2003년 거액의 국고를 지원 받아 기존 실업고등학교 건물을 개보수한 후 새로 외국어고등학교를 설립, 새로 개보수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나라 돈 들여 학교 건물 뜯어고쳐, 외국어고 설립해"**

국회 교육위원회의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21일 "김대중 정부 시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과 2002 부산 아시아 경기 대회 조직위원장을 역임한 정순택(63)씨가 지난 2003년 한 외국어고등학교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특혜ㆍ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정씨는 2003년 3월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독재단이 설립한 실업계 한독경영정보여고(현 한독문화여자고등학교) 교장에 취임한 지 5개월만에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한독외국어여자고등학교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별도의 학교 터를 마련하지 않고 기존 한독경영정보여고가 사용하던 본관 건물에 외고를 만들었다. 당시 한독경영정보여고는 노후 시설 교체 명목으로 23억여원의 국고를 지원받아 본관에 어학 실습실과 컴퓨터 실습실을 만드는 등 건물 증ㆍ개축 공사를 끝낸 뒤, 이 건물을 외고 교실로 사용한 것이다. 교실을 외고 학생들에게 빼앗긴 한독경영정보여고 학생들은 학교 이름도 한독문화여고로 바뀐 채 현재 별관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최순영 의원이 입수한 '부산 한독경영정보여고 국고보조 내역'에 따르면, 2002년에 15억의 본관 층축 공사를 하고, 2003년에 7억5천만원의 교사 증ㆍ개축 공사를 하는 등 총 23억여원의 사학시설지원비를 보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영 의원은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건물로 사학재단의 학교를 설립한 셈"이라며 "더구나 실업계 지원금으로 만든 건물을 외고에서 사용함으로써 피해는 실업계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재단은 손 안대고 학교를 하나 더 만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설립 때 재산 출연도 추가로 안 해, 특혜 의혹도 제기돼"**

이 재단이 외고를 설립할 때 수익용 기본재산을 새로이 출연하지 않고 설립 인가를 받은 사실도 특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교육부의 학교 설립 인가 방침과 어긋나는 것으로, 교육부는 사학의 부실 운영을 막기 위해 기존에 학교를 갖고 있던 재단이 새로 학교를 설립할 경우 재산의 추가 출연이 있을 경우에만 인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최순영 의원이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한독경영정보여고의 '2003년도 학교변경인가 신청서'의 재단 수익용 기본재산 목록과 새로 설립인가를 받은 외고의 수익용 기본재산 목록을 비교해 보면, 이 재단은 외고 설립을 위해서 추가로 재산을 출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무시하고 이 외고의 설립을 인가햇다.

최순영 의원은 "한독학원의 경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법인 전입금이 한 푼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가가 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교육부, 부산시교육청에 외압이 작용했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최순영 의원은 외고 설립 인가 과정에서 불거진 한독학원의 문제를 올해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추궁하겠다는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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