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시간에 감독관, 목욕탕서 사우나"

[수능부정 감사결과] "교육부, 광주교육청 수십건 제보 무시"

2004년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시험 부정행위가 발생하기 40여건의 관련 제보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수되는 등 사전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부와 광주교육청 등 관련 기관들은 무대책으로 일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수능부정 6명 징계, "시험시간에 감독관은 목욕탕에서 사우나…"**

감사원은 18일 1월 6일부터 20일까지 실시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교육부 과장ㆍ서기관ㆍ사무관 등 3명, 광주교육청 장학사ㆍ국장ㆍ과장 3명 등 6명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하고, 두 기관에 대해선 기관주의를 통보했다.

특히 감사원은 징계 대상자 중 수능시험 감독을 위해 광주에 '중앙 감독관'으로 파견됐으나 시험당일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교육부 서기관(4급) Y모씨에 대해서는 해임을 요구했다.

Y씨의 경우는 수능시험 당일 새벽 4시30분까지 출근해야 하나 8시30분에 늑장 출근을 했을 뿐만 아니라, 시험이 진행중인 9시부터 11시30분까지 목욕탕에서 사우나를 하고, 점심시간에 나타나 식사를 한 후 다시 상황실을 이탈해 하루 종일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감사원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수능시험 부정행위와 관련해선 사전에 교육부에 26건, 광주교육청 등에 20건 등 46건의 제보가 있었지만, 교육부와 광주교육청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46건 각종 제보 무시, "교육부 감사할 때까지도 제보 사실 몰라"**

청와대는 지난해 8월16일 '인터넷 신문고'에 휴대전화 수능시험 부정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민원이 올라오자 이를 교육부에 넘겼고, 이어 교육부는 산하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교육부는 이후에도 고발성 실명 제보를 9건 추가로 접수받았으나 이들 민원인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광주교육청도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수능시험 부정행위 관련 제보를 받았으나 '허위사실 유포'로 결론짓고 제보 내용을 삭제했다.

감사원은 "감사원이 민원인을 면담한 결과, 이들은 부정행위 사전모의에 가담한 학생들을 알고 있었으며 '교육부가 조사에 나섰다면 응할 의사가 있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 후에도 교육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10월14일부터 11월15일까지 구체적인 부정행위 모의 사실이 게재된 제보 사항이 총 15건이었으나, 담당 부서는 감사원이 감사를 할 때까지 제보가 됐는지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9개 중앙 일간지와 <전남일보> 등 4개 지역 신문에 관련 내용이 보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광주교육청은 '허위사실 유포'로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책회의도 관계기관 비협조로 번번이 무산"**

특히 교육부는 대책 수립 권한이 없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책에 대한 책임을 미뤄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교육부의 지시를 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시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교육부에 건의하는 동시에, 10월20일과 26일 두 차례 정보통신부, 경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회의를 주관하려 했으나 관련 기관의 비협조로 번번이 무산됐다.

이렇게 대책회의가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다시 주관을 하거나 국정현안조정회의 또는 차관회의에 상정하는 조치 없이 내버려 둬 수능시험 부정행위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실패했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결과 발표와 함께 ▲수능시험 문제 유형의 다양화, ▲타 학군 교사의 시험장 교차 감독, ▲대리시험 방지를 위한 필적 감정 조사, ▲부정 행위자에 대한 응시 자격 3년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능시험관리 개선책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와 그간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선 방안을 종합 검토해 오는 28일 경 '수능시험 부정행위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