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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단식 해제-스님 요구 '사실상'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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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단식 해제-스님 요구 '사실상' 수용

"참회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겠다"-"장기 말라붙어 살아있는 것 기적"

지율스님이 1백일 만에 단식을 해제했다. 정부가 제시한 최종 양보안을 지율스님이 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율스님이 요구한 환영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조사에 영향을 줄 만한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지율스님-정부, 환경영향 공동조사-공사 최소화 어렵게 합의**

지율스님과 정부가 천성산 관통터널에 대한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공사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3일 밤 전격 합의했다. 정부와 법률스님은 이런 내용을 3일 밤 전격 발표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지율스님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서명한 합의서에 따르면, "양측은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의 관통터널과 관련된 환경영향조사를 위하여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고, 사업 시공자측은 원효터널 공사 구간의 환경영향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지율스님측은 조사기간 완료 후에 공사 방해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환경영향공동조사의 기간은 3개월로 정하기로 했으며, 조사단은 시공사측과 지율스님측이 추천한 각각 7명(전문가 각각 5명 포함) 총 14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들은 약속된 3개월 동안 지하수, 지질, 생태계와 터널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조사를 하게 되며, 조사 결과에 대해서 조사단 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대법원에 모든 자료를 제출해 재판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이날 합의는 정부가 제시한 최종 양보안을 가지고 양측이 다섯 시간 가까이 밀고 당긴 끝에 나온 것이다. 애초 청와대는 지율스님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것으로 내부 입장을 정했으나 정부 측에서 '공사 중단'과 같은 요구를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협상이 길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 탓에 사실상 이번 합의는 애초 지율스님이 요구했던 '발파공사 중단-환경영향평가 실시'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율스님 1백일 만에 단식 전격 해제, "마른 땅에 생명의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정부가 사실상 지율스님의 요구를 전격 수용함에 따라 지율스님은 1백일 만에 단식을 해제했다.

지율스님은 이날 즉석해서 적은 감사의 글을 통해 긴 고통과 번뇌의 시간에서 회향하는 마음을 털어놓았다. 지율스님은 먼저 "힘겨운 시간에 함께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지율스님과 함께한 '도롱뇽의 친구들'과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했다.

그는 "모든 생명과 우리들이 둘이 아니라는 데서 천성산 이야기를 시작했다"며 지난 4년간의 천성산 관통터널 반대 운동의 의미를 스스로 되새긴 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미숙함으로 인해 많은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스스로를 성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른 땅에 생명의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그 영지가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그동안 함께하여 주신 뭇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겠다"고 생명ㆍ평화의 길에 계속 함께 하면서 몸을 추스를 뜻을 밝혔다.

***한의사, "지율스님 장기 말라붙어, 살아 있는 게 기적"**

한편 지율스님의 건강은 예상대로 최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율스님이 단식을 푼 직후 대기하던 한의사가 지율스님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한의사는 "지율스님의 장기가 말라붙어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며 "지율스님이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사와 의논한 지율스님측 관계자들은 병원으로 지율스님을 데려가 섣부르게 치료를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당분간 정토회관에서 지율스님을 요양하게 하면서 서서히 회복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율스님측 관계자는 "지율스님이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데다,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율스님도 우리의 뜻을 따를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2003년 38일간의 첫 단식 이후 2년 동안 총 2백41일간의 초인적인 단식을 통해 사실상 환경영향조사를 이뤄낸 지율스님은 생명ㆍ평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을 일깨웠으며, 대형 국책 사업의 절차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제 지율스님이 건강을 회복하기를 모두가 바랄 때다.

다음은 지율스님이 단식을 풀며 보낸 글 전문.

힘겨운 시간에 함께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모든 생명과 우리들이 둘이 아니라는 데서 천성산 이야기를 시작했으며, 지금은 대립되는 듯 보이는 정책과 동화처럼 쓴 도롱뇽 이야기가 둘이 아니라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미숙함으로 인해 많은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이제 마른 땅에 심어진 생명의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그 영지가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함께하여 주신 뭇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일어서겠습니다.

2005년 2월3일 지율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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