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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단식 1백일의 '언론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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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단식 1백일의 '언론 자화상'

[기자의눈] 정작 눈귀 막은 건 지율스님 아닌 우리

"한 유력 언론에서 지율스님 문제를 2개면에 걸쳐 크게 다룬다고 해서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쓰겠다는 게 아니라, 1백일째 되는 날 기사를 쓰겠다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지율스님을 살리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호소하던 한 지율스님측 관계자가 기자에게 며칠 전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부 신문이 지율스님 단식 1백일을 기념(?)해 기사를 크게 쓸 거라면서, 지율스님 단독 인터뷰와 촬영 등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지율스님이 단식 1백일째를 맞은 3일, '1백일'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언론의 관심은 지대했다. 종합지의 경우 전 신문들이 지율스님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고, 일부 신문들은 1면의 일부와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지율스님의 단식과 관계된 내용을 보도했다.언론이 뒤늦게라도 지율스님 단식과 천성산 사태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단식 1백일째 되는 날의 이 '대서특필'은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단식 이유는 없고, 단식 '자체'만 남아**

3일 지율스님 단식 사태를 다룬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단연 돋보인다. 말 그대로 '지율스님 단식 1백일째 기념 보도'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2일 지율스님 단식 사태를 1면과 한 면을 터 보도했다. 이 신문은 1면에 2일 지율스님을 방문한 종교지도자들의 단식 중단 권유 목소리와 지율스님의 건강 상태를 보도하고, 다른 한 면에는 지율스님 어머니 임옥달(71)씨의 인터뷰를 크게 실었다. 임씨의 인터뷰 자체를 문제삼을 일은 결코 아니다. 이미 임씨가 청와대 앞에서 "내 딸을 살려 달라"며 절규한 지난 1월27일, 이 신문을 비롯한 여러 언론들이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선일보>가 이렇게 넓은 지면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율스님이 1백일 동안 단식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이 신문이 그 동안 단식 사태를 보도해온 태도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 신문은 부정기적으로 지율스님 단식 사태를 보도하면서 단식 근황만 집중적으로 보도해왔다.

이런 식의 접근이 있기에, 일부 국민들에게 지율스님이 '자살 특공대', '위장 단식'이라는 어이없는 인신공격성 비판을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율스님과 함께해 온 박영관 도롱뇽 소송인단 대표는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지율스님의 단식만을 보지 말고 지난 4년간 지율스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온 온갖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지율스님도 3일 법륜스님을 통해 "기자님들 저의 단식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지 말고, 환경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부탁했다.

***다른 언론들도 자유롭지 못해**

<조선일보>와 비교할 때 <한겨레>의 보도 태도는 돋보인다. 이 신문은 종합지 중에서는 일관되게 지율스님 단식 사태의 근황을 전하고, 사설 등을 통해 지율스님 단식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3일에도 환경부 출입기자가 지율스님 단식 사태가 최근의 극한상황까지 오게 된 과정을 조목조목 짚어 감성적인 접근에 머무른 다른 언론과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겨레> 역시 비판으로부터 완전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예로 그동안 몇 차례 지율스님의 단식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공론화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있었지만 그 때는 웬일인지 보도에 소극적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 2003년 재검토위원회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지난 1월28일 내놓은 대안노선. 천성산을 다치지 않고 건설비용을 3천7백억원이나 절약할 수 있으며 공기도 1년 앞당길 수 있다는 획기적 내용이었지만, <한겨레>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나흘뒤인 1일자 사설에서야 '천성산터널 대안노선을 검토하라'는 글을 실어, 이 신문만 보는 독자들이라면 '도대체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일부 보도에서 부정확한 내용도 눈에 띈다. <한겨레>가 지율스님이 상황을 '오해'한 대표적인 사례로 든 것이 지난 8월26일 환경부와 환경ㆍ사회단체간의 합의부분이다. 이 신문은 8월26일 합의안의 문구에 기초해 "환경부가 '합의'를 깬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율스님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보면 이 보도는 잘못이다. 당시 환경ㆍ사회단체는 환경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까지 대동한 자리에서 "환경부와 사업자가 공동의 전문가 검토를 합의했다"며 지율스님에게 단식을 풀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율스님이 단식을 풀자마자 사업자는 "공동의 전문가 검토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 환경부도 바로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이들은 환경단체들의 추천인이 아닌 이들로 조사단을 꾸린 뒤, 비행기를 타고 천성산 상공을 다섯바퀴 가량 도는 형식적 2박3일 현장 조사가 포함된 2주간의 검토 끝에 공사를 해도 환경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정황을 놓고도 지율스님이 오해를 했다 할 수 있을까?

지금 지율스님 단식사태와 관련해 언론을 비롯한 정부, 환경ㆍ사회단체, 지식인들이 진짜 자성해야 할 대목은 한번도 우리가 그 문제에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정작 눈, 귀를 꽉 막은 것은 지율스님이 아니라 바로 이런 지율스님의 외침을 외면해온 바로 우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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