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 단식이 1백일째를 맞은 가운데 청와대-정부, 정치권이 움직임이 다급해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율스님에게 발파공사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 공동조사를 실시하는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건교위, "지하수맥-지질안정성 환경영향 공동조사 실시하라"**
국회는 3일 오전 건설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지율스님 살리기와 천성산 환경영향공동조사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당과 한나라당 건교위 간사인 이호웅ㆍ김병호 의원이 제안하는 형식의 결의안은 "정부가 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지하수맥에 대한 영향과 지질 안정성 여부에 대하여 시민ㆍ종교단체와 함께 환경영향 공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날 제안 설명에 나선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여야 상임위원들이 합의한 결의안이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는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 정도가 국회 차원에서 지율스님을 위해 여야 의원들이 합의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결의안이 지율스님이 단식을 해제하고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동석 건교장관, "발파공사 최소화, 공동조사 실시하자"**
이날 회의에는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참석해 정부의 공식 입장을 설명했다.
강동석 장관은 "환영영향평가는 법률적으로 공사 시행 이전에 하는 것으로 이미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는 것은 공사 중단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스님께서 발파공사 중단을 요구한 것도 사실상 공사 중단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대신 "지율스님께서 요구하는 지하수맥과 지질 안정성 문제에 대해 공동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적극 협조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 기간 동안 발파공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즉 지율스님께서 요구한 '발파공사 중단, 3개월간의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요는 받아들일 수 없되, "발파공사를 최소화하고, 환경영향공동조사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지율스님, "'최소화' 어떻게 믿나, 확실히 약속하라"**
이같은 정부입장은 정부 관계자를 통해 2일 밤 지율스님측에도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율스님과 함께해 온 관계자는 "2일 밤 국무총리실 관계자를 통해 강동석 장관이 국회에서 얘기한 내용과 동일한 제안이 지율스님 측근에게 전달됐다"며 "지율스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심스럽게 스님께 전달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율스님께서 정부의 이런 타협안을 보고 일단 부정적이었다"며 "3개월간 발파공사 중단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타협안은 단식을 풀게 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나, 지율스님 측근들은 지율스님께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설득에 나설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율스님 건강, 물도 잘 안 받는 상태**
한편 지율스님은 단식 1백일째가 주는 중압감에도 불구하고 심적 상태는 안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율스님은 2일 어린이들이 접어 보내온 도롱뇽을 받아본 후 크게 기뻐하면서 심적 안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율스님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지율스님에게 전달돼 힘을 얻은 것 같다"며 "다만 물이 몸에 안 받는다며 물도 잘 안 마시려 해 크게 걱정"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지율스님을 돌보고 있는 정토법회의 법륜스님도 3일 오전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손관수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지율스님의 마음이 많이 안정되어 있고요. 어제부터는 삶의 희망 같은 것도 갖게 되었어요"라며 "몸은 형편없지만 마음은 훨씬 호전되어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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