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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곳곳에서 盧대통령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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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나라 이웃나라> 곳곳에서 盧대통령 혹평

이원복 교수, 지난 대선때도 "서울대가 상고에게 두번이나 질 수 없다"

최근 언론계 등지에서는 "<먼나라 이웃나라> 12권을 봤느냐"는 얘기가 많이 오간다. 한 예로 며칠 전 경제계 인사 등과의 한 모임에서 언론계 중견간부는 "우연한 기회에 <먼나라 이웃나라> 12권을 봤더니 장난이 아니더라. 곳곳에서 노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더라"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얘들 만화책인 줄 알았더니, 그래. 어디 나도 한번 봐야겠네"라는 호기심어린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연초에 20년만에 12권으로 완간된 이원복 덕성여대교수(59)의 베스트셀러 학습만화 <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 간)의 마지막 권인 '미국대통령 편'은 역대 미국대통령의 치적을 설명하는 과정에 노무현대통령의 통치행태를 노골적으로 빗대어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잭사모 지도자, 잭위병 나팔수, 귀족저주 굿판무당..."**

<먼나라 이웃나라> 12권은 미국의 초대대통령 조지 워싱턴에서부터 현재의 조지 W.부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대통령 43명의 일대기를 한 사람당 6쪽에 걸쳐 간략히 요약정리하고 있다.

이 교수의 '노대통령 빗대기'는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1829~1837년 재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교수는 도입부에 잭슨 대통령을 "앤드루 잭슨은 지금까지의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였어. 무엇보다 버지니아 출신의 상류계급이 아닌 첫 대통령으로, 학교교육을 거의 받지 못해 독학으로 법률을 공부해 변호사가 된 점, 잉글랜드계가 아닌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아들이었던 데다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포퓰리즘의 정치와 서민 출신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대중민주주의 시대를 열었지"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잭슨은 미국 정치에서 엘리트주의의 막을 내기고 서민민주주의의 시대를 선언했다"고 일단 시대적 의의를 평가하면서도, 이어 "그러나 잭슨은 미국정치에 뿌리뽑을 수 없는 '패거리정치'라는 사악한 선례를 만들었어. 자기 패거리나 선거에 공헌자들에게는 관직을 상으로 내리는 이른바 '엽관정치'의 악습이 이때 시작되었고, 자신을 따르며 반대하지 않는 가신들로 주변을 가득 채우고는 모든 국사를 이들 이른바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밀실에서 협의하는 패거리를 정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 만화를 통해 잭슨 지지세력을 노대통령 지지세력인 '노사모'에 빗대 '잭사모 지도자' '잭위병 나팔수' '귀족 저주 굿판무당'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진1> 51쪽

이 교수는 결론부에서 "잭슨 이후 미국의 정치 스타일은 크게 변하여 '건국의 아버지'들과 같은 귀족 스타일은 다시 보기 어려워졌지. 이제 정권은 서민에게로 넘어갔고 진정한 민주주의, 모든 이에게 기회가 열린 나라로 미국이 진일보한 것도 분명히 앤드루 잭슨 시대가 이룩한 것이지"라고 재차 시대적 의의를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전임자들의 정치가 유권자의 눈치보기보다는 올바른 판단에 따른 정도(正道)의 정치였다면 그는 때론 유권자의 여론까지 조작, '국민의 뜻'을 앞세워 자신의 뜻을 이루어내는 포퓰리즘의 씨앗을 뿌렸다"고 신랄한 비판으로 만화를 끝냈다.

***"경제 좋아질 것, 언론에서 너무 씹어대지 마라"**

이 교수의 '노대통령 빗대기'는 미국 대공황 발발 당시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C. 후버 대통령(1929~1933년 재임) 편에서도 목격된다.

이 교수는 공황 전야의 후버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실패의 근원은) 직면한 현실을 현실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현실을 애써 왜곡하고 바로 보지 않으려 하는 데 있다는 교훈을 후세에 남겼다"며 "후버는 지도자가 정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국민의 도움을 청해야 효과가 있음을 실패를 통해 입증한 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만화를 통해 "경제가 어려워 공황의 우려가 있습니다"는 지적에 대해 후버 대통령이 "무슨 소리야? 내가 있는 한 경제는 걱정마라! 우리경제는 근본이 튼튼해! 언론이 공연히 불안하게 만드는 거야!"라고 반박하는 내용을 그렸다.

이 교수는 또다른 만화를 통해 후버 대통령이 "조금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질 게다. 별것 아니니까 호들갑 떨지 말라고! 우리 미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은 아주 단단하니, 경제는 곧 회복될 게 분명하다! 스스로 해결될 테니 언론에서 너무 씹어대지 마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그리기도 했다.

<사진2> 189쪽

***"나는 잘하는데 무조건 흠집내려고...모든 게 언론 탓이야"**

이밖에도 이 교수는 책 곳곳에서 '노대통령 빗대기'를 계속했다.

제21대 체스터 A. 아서 대통령(1881~1885년 재임)을 묘사하면서는 그가 언론과의 관계가 나빴던 대목과 관련, "아서는 언론과의 관계가 상당히 나빴던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는 언론을 두려워하고 경멸해서 기자회견, 인터뷰를 피했고, 그래서 당연히 언론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언제나 부정적으로 무능한 것으로 묘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만화를 통해 "나는 너무 잘하고 있는데 무조건 흠집내려고...모든 게 언론 탓이야"라고 묘사하는가 하면, "이게 뭡니까? 왜곡보도하는 언론 나빠요!" "언론 개혁해서 신문을 모두 없앴으면..."이라는 아서의 푸념을 기술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같은 아서 대통령의 언론기피증에 대해 언론들이 "허구한 날 언론 탓타령만 한다! 코드맞는 신문만 끼고 돈다! 언론탄압할 궁리만 한다!"고 언론계가 반발했다고 적고 있다.

<사진3> 136쪽

제39대 지미 카터 대통령(1977~1981년 재임) 편에서는 카터대통령에 대해 "지미 카터의 문제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도덕성만 내세워 편실성 없는 개혁에 집착하면서도 당면한 국내-해외문제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능을 드러내 결국 1980년 선거에서 국민들의 버림을 받고 말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어 만화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라. 이상에 너무 치우지지 마라, 여론에 귀를 열라, 독불장군이냐"는 여론의 소리에 대해 "나는 옳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다는 거냐, 개혁은 중단없이 계속 되어야..."라고 반발하는 카터를 그리고 있다.

***대선때 '이회창 지지 만평'으로 물의도**

이원복 교수는 지난 2002년 대선당시에도 <서울대 총동창회보> 4월호에 그린 만평을 통해 "서울대 출신이 상고 출신에게 두번이나 밀릴 수는 없다"는 요지로, 서울대 출신의 이회창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만평을 그려 '학벌주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경기고,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이회창 후보의 고교-대학 후배이기도 한 이 후보는 자신의 만평이 사회적 물의를 빚자 4월12일 아침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 아니냐?"고 솔직히 이 후보 지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전력의 이 교수인만큼 이번 <먼나라 이웃나라>의 '노대통령 빗대기'는 그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며,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이 교수의 작품이 어린아이들을 주독자층으로 하는 학습만화라는 점에서 과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한차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문제의 책 표지에 이 책이 '문화관광부 추천도서'로 적시돼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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