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의 90여일이 넘는 단식에 시민ㆍ사회단체들도 나섰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즉각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에 대한 입장을 전환해 지율스님이 단식을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눈 감고 귀 막은 참여정부, 마지막 기회 저버리지 말라"**
녹색연합, 문화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농, 전국민중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18개 시민ㆍ사회단체와 민주노동당은 26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지율스님의 요구대로 공동으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할 것"을 청와대와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지 오래인 참여정부는 지율스님이 언제 생명의 끈을 놓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약속과 약속 파기라는 무책임한 모습만 보유주고 있어 침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들은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됐을 뿐만 아니라, 건설기간 내내 부실공사와 정치자금 뇌물수수 등으로 얼룩졌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계속 강행됐다"며 "천성산 갈등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는 개발만능주의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율스님이 마지막으로 제안한 '3개월간 발파공사 중지 및 환경 영향 공동조사'를 거부하는 노무현 정부를 보면서, 이 정부가 얼마나 오만할 수 있는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노무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향적 태도를 취해 생명과 평화의 울림에 화답해야 한다"고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통령으로서 한 약속을 지키고 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에 대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시민ㆍ사회단체들도 참회하며 천성산 관통터널을 저지하고 지율스님을 살리는 길에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율스님이 옳다는 것 양심있는 이들 모두가 공감해"**
이날 기자회견에는 남윤인순 여성연합 상임대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 등 시민단체 대표와 문경식 전농 의장, 오종렬 민중연대 공동대표 등 사회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이 문제에 대한 시민ㆍ사회단체의 관심을 반영했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발언한 여성연합 남윤인순 대표는 "지율스님이 처한 상황에 말문이 막힐 뿐"이라며 "정부가 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지율스님의 소중한 외침과 경고를 무시한다면 결코 우리는 미래를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에서 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율스님의 요구를 무시하고 천성산 관통터널을 계속 강행한다면 이 정부는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경식 전농 의장도 "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문제제기에 대안을 마련하기는커녕 앞뒤 꽉 막힌 사람으로 매도하는 정부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며 "정부가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대규모 개발 계획들이 정작 힘없는 서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쫓는 것인 줄 양심 있는 모든 이들은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 시민ㆍ사회단체 대표들은 기자 회견이 끝난 후 1시간에 걸쳐 연석회의를 갖고 지율스님 단식과 천성산 관통터널 문제와 관련해 이후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시민ㆍ사회단체들은 이날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대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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