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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을 더이상 외롭게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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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을 더이상 외롭게 하지 않겠다"

불교-천주교-기독교-원불교, 참회 단식기도 선언

단식 90일째를 맞이해 종교계가 지율스님의 아픔과 고뇌에 동참을 선언했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를 대표하는 종교인들은 24일부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스님과 함께하는 '참회 단식기도'에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지율스님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겠다"**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를 대표하는 종교인들은 24일 오후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참회 단식 기도'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날 기자 회견에는 도법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세영스님(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지홍스님(전 조계사 주지), 도각스님(사자암 주지) 등 불교계를 대표하는 스님들을 비롯해 문정현 신부, 문규현 신부,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원불교 교무님들이 참여했다.

도법스님은 "그 동안 한 수행자가 생명의 문제를 끌어안고 자신의 생명을 받쳐 호소해왔고, 이제 그의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다"며 "상황이 이 지경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막막한 심정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몸짓을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참회 단식기도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앞으로는 지율스님과 함께 해 그를 외롭게 하지 않겠다"며 "그가 생명의 길을 찾아 단식을 하고 있듯이 우리도 함께 사는 생명의 길을 찾아 단식을 하겠고, 아파하는 생명을 품어 안고 그가 아파하듯이 우리도 그 곁에 서서 아파하겠고, 그가 생명의 아픔을 어찌 하지 못해 울고 있듯이 우리도 그를 바라보며 함께 울려 한다"고 단식기도의 의미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그의 마음을 따라 기도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우리 모두에게 지혜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4일부터 무기한 참회 단식기도, "정부 양보는 희망 사항"**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도법스님, 문규현 신부, 세영스님, 지홍스님, 도각스님, 양재성 목사 등은 24일부터 조계사에서 모여 무기한 참회 단식기도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법스님은 "23일 갑작스럽게 논의되고 결정된 일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항은 일단 단식을 진행하면서 논의할 예정"이라며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혹은 할 만큼 했다는 확신이 스스로에게 설 때까지는 단식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법스님은 "이번 단식을 통해 정부에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전달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정부가 지율스님이 내놓은 양보안을 최대한 수용해 줄 것을 희망사항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정현 신부, 언론에 쓴소리도**

한편 지율스님이 정부 및 언론과의 접촉을 완전히 끊은 21일 스님과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문정현 신부는 언론을 향해 쓴 소리를 해 기자회견장을 숙연케 했다.

문정현 신부는 "지율스님이 정부 및 언론과 접촉을 끊은 21일 후 지율스님을 둘러싼 온갖 얘기들이 언론에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그런 지율스님에 대한 관심 속에서 그가 진정 하고자 하는 생명에 대한 외침은 사라지고 없다"고 지적했다. 문 신부는 "그런 언론의 관심 속에서 꼭 '지율 너 언제 죽니'라는 목소리를 듣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냐"고 언론의 왜곡된 관심을 힐난했다.

다음은 종교인들이 발표한 '참회 단식 기도 선언문' 전문.

***참회 단식기도 선언문**

성스러운 길 생명의 길에 한 수행자가 서 있습니다. 뭇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 놓았습니다. 초발심의 빛나는 불꽃이 모진 비바람 앞에서 가물거립니다. 뭇 생명과 함께 수행자의 생명이 매우 위태롭습니다. 생명 살림의 길을 찾고자 멀고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생명 살림의 길을 열고자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만나고 대화했습니다. 화내고 미워했습니다. 합의하고 약속했습니다. 원망하며 고개 돌렸습니다. 절충하고 타협했습니다. 밀고 당기며 힘겨루기 했습니다. 안해 본 일 없이 모든 일 다 했습니다. 더 할 말이 없을 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다 나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맬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안타깝게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죽기만큼이나 힘이 듭니다.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무엇인가 를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막혀 있는 생명의 숨을 토해 내기 위해 최소한의 몸짓을 하려고 합니다.

함께 사는 생명의 길을 찾아 지율 스님이 단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함께 사는 생명의 길을 찾아 그와 함께 단식하려 합니다. 아파하는 생명을 품어 안고 지율 스님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곁에 서서 함께 아파하려고 합니다. 생명의 아픔을 어찌 하지 못해 지율 스님이 울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를 바라보며 함께 울려고 합니다. 생명의 소리를 듣고자 지율 스님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의 마음을 따라 기도하려고 합니다. 생명의 소리를 존중하고자 지율 스님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극한 마음으로 함께 참여하려고 합니다.만생명이 함께 사는 길을 열고자 지율 스님이 발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 길을 함께 가고자 발원 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엄숙한 생명의 명령에 따라 지율스님도 우리 모두도 생명 살림의 큰 길에서 얼싸안고 춤추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환한 표정의 지율 스님, 환희에 찬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생명 살림의 큰 길, 함께 가게 될 것을 확신 합니다. 우리들의 소박한 믿음이 오늘 이 자리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음을 봅니다. 좋은 만남 좋은 인연으로 꽃피워지길 두 손 모읍니다.

2005년 1월 24일 종교인 평화단식 참여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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