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빈' 이기준, 내로라 하는 '부동산 재력가'

삼성 기업도시 들어설 탕정에 수십억대 토지 보유, 10억대 아파트 등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아들 명의의 신축 건물을 소지하고 있는 사실을 은닉한 것을 계기로 이 부총리의 재산 규모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와 관련 지난 6일 "검증 과정에서 보니 재산 문제는 오히려 청빈하다 할 정도로 깨끗했다"며 이 부총리 재산 규모에 대해 "집 한 채 정도"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부총리가 1998년 서울대 총장 시절 신고한 재산과, 2003년 부인이 공직에 있는 까닭에 신고한 재산 내역을 보면, 실제로 그는 내로라 하는 '부동산 재력가'로 확인됐다.

***1998년 17억 신고, 2003년에는 21억**

이 부총리는 아직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상태로, 현재 그의 재산이 얼마인지는 공식적으로 확인할 길 없다. 공직자윤리법에 기초, 고위 공직자의 경우 한 달내에 재산 내역을 신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7일 국가기록원이 보유하고 있는 1998~2003년 6년치 <관보>를 근거로 이 부총리의 재산 신고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부총리는 서울대 총장에 취임한 해인 1998년 당시 충남 아산시 탕정면의 임야ㆍ대지 및 서울의 아파트 2채를 포함해 17억3천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토지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에 2만2천1백6평방미터(6천7백평)의 임야와 48.5평방미터의 대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격은 2억여원이라고 신고했다. 이와 함께 별도로 장남 명의로 건물을 신축해 이번에 물의를 빚은 수원 팔달구에도 땅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주택은 본인 명의로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에 55평의 대형 아파트를, 부인 명의로 용산구 서빙고동에 31평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며, 값은 각각 3억2천만원과 1억6천만원이라고 신고했다.

현금자산은 은행에 부부 명의로 5억5천만원이 저축돼 있었고, 이밖에 골프회원권과 헬스클럽회원권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후 5년뒤인 2003년 이 부총리의 재산은 서류상으로도 5억여원이 늘어 총 21억1천만원대의 재산을 소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이는 이기준 부총리가 2002년 서울대 총장에서 불명예 퇴진해 재산 신고 의무가 없었으나, 그의 부인 장성자씨(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가 2003년 2월 당시 여성부 1급 공무원인 여성정책실장이었던 까닭에 재산 내역을 공개해야 했기 때문이다.

2003년에는 서빙고동의 31평형 아파트를 매도하는 등 일부를 제외하곤 부동산은 거의 변동이 없어 총 21억1천1백4백81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하지만 재산의 실제 가치는 이 부총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값의 폭등으로 이보다 몇배 크다.

***아들 명의로 된 18억대 건물 고의로 은폐 의혹**

우선 이번에 언론 보도로 문제가 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에 신축한 연면적 81평 건물의 경우 장남 명의로 돼 있어서 재산 공개에서 누락됐다. 이 건물은 현재 시가 18억대로 확인됐다.

이 부총리가 재산 증식 과정을 은폐할 목적으로 현행 공직자윤리법 12조 4항은 '부양을 받지 않는 직계 존ㆍ비속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장남 명의로 건물을 등기한 후, 장남의 재산 공개를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부총리 부부는 1998년부터 계속 장남의 재산 공개를 거부해왔으며, 차남의 경우도 계속 거부해오다 2003년에는 1백여만원의 은행 예금이 있다고 신고했었다.

***삼성 기업도시 여파로 아산 탕정 땅값 폭등**

또한 이미 공개된 부동산의 경우도 시가를 고려할 경우 그 재산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이 부총리가 6천7백여평의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충남 아산시 탕정면의 경우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의 기업도시, 이른바 '탕정지구'를 건설하기로 확정되면서 땅값이 폭등, 현재 임야의 평당 땅값이 30만~40만원에서 최고 1백원을 호가하는 금싸라기 땅으로 바뀌었다. 이것을 고려하면 이 땅의 가치는 1998년 신고할 당시 2억원보다 수십배 늘어 최저 23억원에서 최고 67억원으로 추정된다.

용산구 서빙고동의 55평 아파트도 인터넷 부동산전문포털 <부동산 114>에 따르면, 최저 9억5천만원에서 최고 13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따라서 수원 부동산 18억원에 10억원대 아파트, 그리고 여기에 수십억원대의 아산 탕정 땅까지 합하면 이 부총리의 재산은 최고 1백억원대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부총리 부부가 각각 신고한 재산 내역도 달라**

이밖에 이 부총리의 재산 공개 과정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부총리의 부부가 따로 신고한 재산 변동 내역이 수록된 2002년 2월28일자 <관보>를 보면 신고한 변동 금액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자신과 부인이 각각 1억2천2백50만원, 배우자는 3천7백90만원 등 도합 1억6천만원의 재산 증가가 있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같은해 부인은 이 부총리가 9천8백10만원, 자신이 3천5백10만원의 소득이 늘어나 1억3천3백만원의 재산이 늘었다고 신고했다. 약 2천7백만원의 오차가 생기는 셈이다.

매년 2월말 관보에 고시되는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변동 내역은 전년도 12월31일 신고 내역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부부가 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신고한 재산 내역이 2천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 부총리에게 신고 내역의 차이에 대한 해명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총리는 취임후 한 달 이내에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해야 한다. 과연 이 부총리가 신고하는 재산 규모가 얼마나 될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