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권 흠집내기'라면 물불 안 가렸던 <조선일보>만 유독 '조심스러운' 보도 태도를 보이며, 친노(親盧)세력이 이기준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고 사실과 다른 '음모론'을 펼치며 '이기준 감싸기'에 나서 빈축을 자초하고 있다.
***<조선일보>, "'이기준 공격' 다른 과녁 있나"**
<조선일보>는 6일 '이기준 공격 다른 과녁 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터넷 언론과 시민ㆍ사회단체의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 공격에 다른 의도가 숨겨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 의혹'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이번 (이기준 교육부총리) 인사에 대한 비판의 특징은 대통령 지지층으로 평가되는 시민단체와 친여 성향의 인터넷신문들이 비판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물론 한나라당과 보수적 교원단체인 한국노총도 가세하고는 있으나 주공격은 친노(親盧)쪽에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특히 <프레시안>을 "친여(親與) 색채의 인터넷신문"이라고 제멋대로 성격을 규정한 뒤, "프레시안은 5일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의견 가운데 '차라리 전두환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라'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아 비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이기준과 관련해)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은 당시(서울대 총장 재직때)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것은 아직 없다"고 이기준을 감싼 뒤,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에 '실용적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김우식 실장을 공격하기 위해 이 부총리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노 대통령의 변화 조짐에 반대하는 진영이 이참에 김 실장에 대한 공격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는 게 <조선일보>가 편 '음모론'의 골자다.
<조선일보>는 노무현대통령과 정찬용 인사수석의 임명 강행 발언을 전한 뒤 "이런 단호한 태도로 보아, 교육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극심해져 업무수행이 아주 어려워지는 상황이 오지 않고서는 이 부총리를 퇴진시키는 일은 거의 없을 듯하다"는 글로 기사를 끝맺었다. 또한차례의 우회적 '이기준 감싸기'다.
<조선일보>는 앞서 5일에도 대부분의 언론이 청와대의 이 교육부총리 인사에 비판적 기사를 내보낸 것과 달리 이 교육부총리의 '해명 위주'로 논란을 보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비교적 비중있게 이 부총리의 도덕성 시비를 보도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조선일보 '음모론'의 허구**
<조선일보>의 이같은 음모론은 이 신문이 '정치논리'에 극도로 오염돼 이번 사태의 본질을 얼마나 잘못 읽고 있는가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조선일보> 스스로도 일부 지적하고 있듯, 이기준 교육부총리에 대해서는 진보적 시민ㆍ사회단체와 개혁적 언론매체뿐 아니라 문화연대 등 각 부문 단체와, 한나라당과 한국교총 등 보수적 교원단체까지도 일제히 임명철회를 요구했다.
심지어 5일에는 '국보법 폐지 반대-행정수도 이전 반대' 등에서 <조선일보>와 코드를 맞춰온 대표적 보수시민단체인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조차도 이기준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 교육부총리는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장남의 병역기피 의혹, 사외이사 겸직과 판공비 유용 등으로 불명예 퇴진을 당한 전력이 있는 도덕성에 흠이 있는 인물"이라며 "(이는) 공직자 임용에 있어서 중대한 결격사유"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공직사회 인사 발탁의 중요한 요건은 업무능력이나 자질과 함께 도덕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장관은 공직사회 수장으로서 수준 높은 도덕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며 지적했다. 이 단체는 마지막으로 "이번 인사는 코드인사 내지는 개인적 친분에 의한 밀실인사로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며 "그렇지 않다면 청와대가 심각한 도덕성 결핍증에 걸려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이기준 임명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한 <야후><네이버> 등 인터넷 포탈의 여론조사 결과, 네티즌의 80%이상이 이기준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6일 이같은 네티즌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국민적 판단이 섰다"면서 이기준 임명철회를 공식당론으로 확정하기도 했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이 이념적 차이를 떠나 '도덕성'을 이유로 이기준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유독 <조선일보>만 엉뚱한 궤변과 음모론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노무현 대통령 변화 긍정적"**
<조선일보>의 이같은 억지주장의 배경은 조선일보가 6일 기사에서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에 '실용적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김우식 실장을 공격하기 위해 이 부총리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의 변화 조짐에 반대하는 진영이 이참에 김 실장에 대한 공격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문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요컨대 이번 사태로 자칫 조선일보가 적극 지지하고 있는 '노대통령의 변화' 추진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라는 위기감에서 보수세력내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이기준 감싸기'를 강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할 대목은 <조선일보>는 전날인 5일 양상훈 정치부장이 '노 대통령이 달라지면'이라는 기명 칼럼을 통해 노대통령의 '변화 조짐'에 적극 환영 의사를 표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양 부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달라지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며 "사람의 본질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해도 대통령의 손익 계산법을 바꿀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새로운 변수가 몇 개 생겼다"며 ▲경제 상황과 민심 악화, ▲집권 3년차를 맞는 노 대통령에게 입력되는 정보의 양이 크게 늘어난 점,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결정으로 (노무현식) 밀어붙이기에 경종을 울린 점, ▲청와대의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줄어든 점, ▲ 국정 기조를 바꾼다는 신문 보도 몇 번에 올라가는 지지율을 보고 노 대통령 스스로 변화의 효과를 체험한 점 등 다섯 가지 변수를 들었다. 이런 변수들을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부장은 "노 대통령은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득실 계산법이 바뀌면 그 한도 내에서 생각과 행동도 바뀐다"며 "이 정도라도 노 대통령이 바뀌면 청와대가 희망의 발신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노대통령 변화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선일보> 김우식 비서실장과 긴밀한 관계**
언론계 일각에서는 <조선일보>와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간 긴밀한 관계에서 '이기준 감싸기'의 원인을 찾고 있기도 하다.
조선일보사 방우영 명예회장은 연세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어, 김우식 비서실장이 연세대 총장 재직시 <조선일보>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우식 비서실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직후 "언론과 청와대가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가 이뤄지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미 대통령께 언론과의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 청와대는 <조선일보>에 대한 취재 불응 조치를 해제했으며, 최근까지 김우식 비서실장은 노대통령과보수언론간 관계개선 노력을 계속해와 노대통령이 최근 언론과의 관계개선 시사발언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일보>가 6일 기사에서 "김우식 실장이 청와대내에 '실용적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고 보도하며, 자칫 친노세력의 이기준 공격이 김우식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을 편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우식 비서실장의 발언권이 요즘 들어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요컨대 <조선일보>는 이기준 부총리가 특별히 예뻐서 감싸는 게 아니라, 이번 사태로 인해 노대통령의 '변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라는 위기감에서 여론과 동떨어진 '이기준 감싸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권력 중독증'의 치명적 부작용인 셈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