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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들이 본 이기준, "대화 싫어하는 독선적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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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서울대생들이 본 이기준, "대화 싫어하는 독선적 인물"

<서울대 저널>의 이 전총장 평가, "경쟁을 무엇보다 강조"

'사외이사 겸직'과 '판공비' 문제로 서울대 총장을 중도 퇴진한 이기준 교육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특히 많은 국민들은 '과연 그가 실타래처럼 얽힌 현재의 교육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적임자'인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그렇다면 과연 이기준 전 총장이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한 3년6개월 동안 서울대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프레시안>은 이기준 전 총장 퇴임 직후 서울대 학생들이 발행하는 학내 매체에 실린 이기준 전 총장에 대한 평가를 소개한다.

***"독선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대화' 싫어하는 인물"**

2002년 6월 <서울대저널> 54호에 실린 '이기준 전 총장, 3년 6개월의 흔적'이라는 제목의 이 평가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임기간을 평가하여 앞으로 바람직한 총장의 상을 고민하기 위한 것"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교수, 학생을 중심으로 많은 얘기를 들었다"고 전제한 뒤 글을 시작하고 있다.

평가문은 "이 전 총장은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 활동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라며 "특히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없이 학제 개편을 수행해 기초학문 분야 축소를 불러왔고, BK21 사업으로 순수학문은 더욱더 홀대 받았다"고 지적했다.

평가문은 특히 "이 전 총장은 독선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악명 높았다"며 "이 전 총장은 '대화'라는 것을 싫어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과의 대화가 없었음은 물론 교수들도 이 전 총장의 독선적인 행정 운영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 때문에 1999년 12월에는 인문ㆍ사회ㆍ자연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일방적인 학교 운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가 발표되는 등 교수들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경쟁' 강조하면서 교육부 눈치 보기에 급급"**

평가문은 또 "이 전 총장은 '경쟁'을 무엇보다 강조한 사람"이라며 "재임 기간 내내 '경쟁 논리'를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평가문은 "이런 '경쟁'을 강조하는 이 전 총장의 마인드는 교육부의 경쟁 우선 정책과 코드가 잘 맞았다"며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면서 바람직한 교육을 고민하기보다는 교육부 눈치를 보면서 말을 잘 듣는 총장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평가문은 "국제교류 관련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관련 사업을 하면서 교수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한 것은 여전했다"며 "특히 직원과 교수들의 처우 개선을 하겠다는 주요 공약도 이행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라고 밝혔다.

끝으로 평가문은 "사외이사 겸직과 판공비 문제로 '공과 사의 분별이 확실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원자핵공학과 실험실 폭발 사고 희생자 추모식 불참(1999년 9월), 평일 근무시간 중 골프(2001년 9월) 등 서울대 총장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실이 수차례 있다"고 폭로했다.

서울대 학생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의 이기준 전 총장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못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등이 이기준 전 총장의 어떤 장점을 높이 사 그를 교육부총리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겼는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다음은 2002년 6월에 발행된 <서울대저널> 54호에 실린 평가문 전문.

***이기준 전 총장, 3년 6개월의 흔적**

***조기 사퇴는 전통인가?**

지난 5월 13일 문화관에서 이기준 총장의 이임식이 있었다. '사외이사 겸직'과 '판공비' 문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이 총장의 조기 사퇴로 이어졌는데, 이렇게 해서 서울대는 총장 직선제로 선출된 네 명의 총장이 모두 조기 사퇴하는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이기준 총장은 어찌하다 이 비극적인 역사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그의 3년6개월을 돌이켜보았다.

이기준 전 총장 평가에 앞서 이미 떠난 사람을 '확인사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음을 밝힌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임기간을 평가하여 앞으로 바람직한 총장의 상을 고민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노력하였으며, 몇 가지 사안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쳤고 학내 구성원인 교수, 학생을 중심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교육과 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 미흡**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활동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98년 10월 19일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기준 전 총장(당시 후보)은 자신의 첫 번째 공약이자 마지막 공약이라며 위와 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지난 해 3월 교수협의회에서 실시한 서울대학교 발전을 위한 설문조사(이하 총장중간평가)결과에서 살펴보면 교수증원, 첨단 시설 확충, 연구 인력 증강 등에서 모두 부정적인 응답이 70%를 웃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응답이 높았던 것으로는 전자 도서관, 첨단 학문 지원, 국제교류 등이 있지만 역시 부정적인 응답이 50%대에 달했다. 특히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뚜렷했다. 인문대 한 교수는 "모집단위 광역화의 시행으로 인해 기초학문분야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 말해 기초학문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마련 없는 학제 개편을 비판했다. 그 밖에 BK21 사업으로 순수학문과 응용학문간의 불균등 지원, 물리교육과 교수 부족 사태 등이 이 총장 재임시 드러났던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독선적, 밀어붙이기식 행정**

가장 최악이라고 평가될 만한 부분이다. 학생들과의 대화는 전무했다고 할 정도로 이기준 총장은 '대화'라는 것을 싫어했다. 99년 5월부터 학내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총장과의 대화'를 제안, 받아들여지는 듯 하였으나 본부 측은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9월이 되어서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고 만다. 그 후 모집단위 광역화등 몇몇 사안에 대해 학생들이 수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대화의 테이블로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총학생회장 구정모(법학 4)씨는 "독선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은 그 동안 이 총장에게서 많이 드러났던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이기준 총장의 독선적인 행정 운영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경영대의 한 교수는 "대학 운영의 주축인 교수들의 의사를 많이 참고 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이 총장의 독선적인 태도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사회대의 한 교수는 "의사 결정과정에서 민주적 절차 무시했다"는 평가를 내렸으며, 인문대의 모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구성원과 진지하게 대화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99년 12월 인문, 사회, 자연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총장의 일방적인 학교운영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가 발표되었고, 01년 5월에도 이들 3개 단과대 교수들의 기초학문 지원 강화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있었으나 별 다른 대화가 없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에게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가 수여되는 과정에서 경영대 교수들의 참여가 배제되었던 사건이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대학 구조 조정...'자율성 침해'**

현 시대에 적합한 인물이었을까? 이기준 총장은 '경쟁'이라는 것을 무척 강조했다. 이는 재임 기간 중에'소외되는 학문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학문분야', '경쟁논리 도입' (『대학신문』) 등의 발언을 통해 잘 드러난다. 국립대 발전계획안에 포함된 교수 계약제와 연봉제 도입, 부교수 정년 철폐, 우수교수 포상금 지급 등의 정책을 수용함으로써 교수 사회에 경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려는 시도가 보였다. 경영대의 한 교수는 "교육인적자원부는 효율성이란 미명하에 대학을 일방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다"고 말하며, 대학의 자율성 훼손이 심각하며, 서울대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BK21 사업에 관하여 '총장이 교육인적자원부의 강압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오히려 앞장서서 따르거나 전혀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총장중간평가)는 진단이 있었다. 지원금을 담보로 한 교육부의 강제적 구조조정에 대학의 자율성이 침해되었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모집 단위 광역화와 신입생 전형 제도 역시 마찬가지로 일반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더 부응하였다는 평가이다. 총학생회장 구정모씨는 "이 총장은 CEO적 총장에 부합되는 인물이었다.국제화, Global leadership 등의 그의 말은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과 동일 선상에 있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이 총장 재임시 대학 구조조정에 있어서 교육부,즉 현 정권의 교육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여전히 대학의 자율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해외 교류 약간의 성과...여전히 낮은 복지수준**

총장중간평가에서 국제교류 관련 부분은 타 항목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기준 총장이 동경대 졸업식 축사를 맡았으며 동경대 총장이 서울대 입학식 참석하였고, 한일 학문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노력한 수고가 인정되었다. 그 외 동경대, 북경대, 서울대의 '공동학위제'를 추진하였고 최초로 조경학과에 외국인 교수가 임용되는 등 변화를 만들어내었다.그러나 일본학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수들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점은 역시 부정적인 요소로 남았다.

직원들과 교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도 주요 공약중 하나였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은 이에 강한 불만을 보였다 교수 처우 개선의 경우 잘한다는 긍정적 응답은 3.4%, 부정적 응답은 86.9%에 달해 교수들의 처우 개선이 미흡했다는 반응이다.(중간평가) 교수 아파트 확충, 종합 복지제도 및 시설 등 후생복지 분야에 대한 총장의 공약 이행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학생들의 복지 개선 의지 역시 약했다는 평가다. 공대간이식당(공깡)을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철거를 시도해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올해 초 셔틀버스 운행 회수가 단축되었다가 강력한 항의를 받고 다시 정상 운행으로 번복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그 밖에...**

조기 퇴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사외이사 겸직과 판공비 문제에서 대해 사회대 모 교수는 "공과 사의 분별이 확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학사관리 엄정화 (99년 5월, 학생들 반대로 무산)원자핵공학과 실험실 폭발 사고 희생자 추모식 불참(99년 9월), 도서관 유료화 추진(00년 8월, 학생들 반대로 무산), 총학과 동아리연합회에 농활 지원금 중단 (01년 여름), 교내 설치된 6.15 기념탑 철거로 마찰(01년 8월), 미등록 학생 강제 휴학 조치(01년 2학기), 평일 근무시간 중 골프(01년 9월) 등 서울대 총장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지적과 학내 구성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총장 평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경영대의 한 교수는 "직선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게 되면 행정의 독재가 야기될 수 있다.이를 꾸준히 견제하기 위해 총장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미국의 경우 1969년 예일대 Brewster 총장이 스스로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한 이래 95년 81%의 대학에서 총장평가가 실시되었다.현재 대부분의 미국 대학이 이를 기꺼이 수용하고 있다. 이기준 총장 재임시 실제 중간평가가 이루어져 이 총장은 '겸허하게 수용'할 의사를 밝혔으나 단지 '말'뿐이었고, 결국 조기 퇴진으로 귀결되었다. 단지 총장평가만으로 서울대 총장의 리더쉽을 제고하기엔 역부족하다.그러나 앞으로 총장을 견제하기 위한 통로는 확보되어야 하며, 총장평가제도의 확실한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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