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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시장참가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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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시장참가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국내은행들, IT금융 강점 앞세워 세계로 나가야"

지난 10월말 회계기준 위반 혐의로 물러난 김정태(56) 전 국민은행장이 23일 서강대로부터 명예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자리에서 관치금융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필요성을 강조해 금융계의 관심을 모았다. 김 전 행장의 대외발언은 퇴임후 처음이다.

***김정태, "시장참가자,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이날 학위수여식이 거행된 서강대 경영학부 건물인 마테오관 리셉션홀에는 김 전 행장의 대학 동기인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김재철 대한무역협회장.강정원 국민은행장,김태동 금융통화위원 등 금융계와 학계 인사들 2백여명이 가득 자리를 메운 가운데 진행됐다.

김 전 행장은 학위수락문에서 관치금융에 대한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견제와 비판을 촉구했다.

그는 "은행장 재임시절 국민은행 직원들로 하여금 이곳에서 선진 금융이론을 학습하게 하여 인연이 각별하다"며 서강대와의 인연을 언급한 뒤 "대학 교정 입구에 있는 알바트로스탑에 새겨진 '진리에 순종하라'는 명구를 볼 때마다 '인생의 진리란 무엇인가' '경영의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상념에 잠기곤 했다"라는 회고로 강연을 시작했다.

김 전 행장은 "경영에서의 진리란 바로 '원칙과 기본'에 있다고 믿고 이를 실천해 왔다"면서 "어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도 기본을 생각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었고, 어떤 외압이라도 원칙에 벗어난 것은 단호히 거부할 수 있었다"고 금융기관 재직시절을 술회했다.

그는 "금융기관 경영자로서 경영 제1의 원칙을 시장경제원리로 삼았다"면서 "금융인생 35년 동안 일관되게 자유경영체제를 근간으로 경영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증권사 시절 무차입 경영, 개인성과주의 그리고 권한의 하부위임과 책임경영 등을 선도적으로 도입했고 여성인력의 활용에도 적극 나섰다"고 "IMF 외환위기 이후 주택은행을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시켰고, 주택-국민은행간 합병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딩 뱅크이자 세계 60위권 은행을 출범시켰다"고 자부했다.

그는 이어 "금융시장이 위기의 혼란에 빠질 때마다 시장에 참여하여 시장 안정에 일조했다"면서 "금융개혁 경영은 은행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고 한국금융의 세계화의 길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김 전 행장은 "대한민국 1백년 금융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이러한 성과는 시장에 대한 굳은 믿음에서 비롯되었다"면서도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현실은 과거 관치금융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관치금융의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아직 금융계에 남아있는 관치금융의 폐단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나 정치권이 시장에 대해 간섭하거나 무리하게 개입했을 때 시장 기능은 왜곡되고 사태가 악화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면서 "시장 참여자는 이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장실패 사전 예방에 주력해야"**

김 전 행장은 이어 "자유시장 경제 원리에 의해 자율성이 제고될 때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경쟁력을 갖고 금융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아시아 금융 허브도 이러한 시장규범이 정착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불공정거래 감시나 적절한 감독기능, 경제안정정책 등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 정부의 역할을 '리스크 예방'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그는 나아가 "금융은 경제의 적재적소에 원활히 자금을 공급하고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한편 높은 수익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면서 "국내 금융산업 지형을 볼 때 전통적인 예금과 대출시장은 이미 성숙단계를 지났고,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국내은행들, IT금융 강점 앞세워 세계로 나가야"**

김 전 행장은 대한민국의 금융미래의 성장잠재력과 관련해, "모바일 뱅킹과 같은 이종 업종간 기술의 결합으로 '유비쿼터스 금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런 IT금융 채널은 세계 금융사상 유례가 없는 새로운 시도이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세분화된 욕구에 맞는 상품과 금융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 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행장은 "선진금융기법과 IT금융의 장점을 살려 우리도 세계시장을 향해 나가야 한다"면서 "반도체, 자동차,IT 등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한 무역대국의 위상에 걸맞는 금융기관을 보유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와 경제력이 비슷한 스페인의 BSCH는 세계 10위권 은행으로 자국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금융사업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우리와 경제발전의 시차가 크지 않은 동아시아에 기회의 문이 얼마든지 있으며 장차 아시아를 거쳐 세계로 뻗어가는 금융실크로드를 개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행장의 시선은 여전히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내년초부터 초빙교수 자격으로 대학강의**

김 전 행장은 학위 수여를 계기로 내년 1학기부터 이 대학 강단에도 설 예정이다. 그는 지난 10월말 이임사에서 향후 거취에 대해 "자연과 지내면서 금융인생을 돌이켜보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제일 잘 아는 금융에 관해 후배들과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서강대 경영학부는 이번주 초 김 전 행장에 대한 출강 추천서를 제출하는 등 초빙교수 자격으로 강의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김 전 행장은 '금융기관론'이나 '금융시장론' 과목을 맡아 30여년간 금융현장에 종사하면서 쌓아온 생생한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행장은 퇴임후 두달간 화성농장과 동부 이촌동 아파트를 오가며 생활하면서 일주일에 이틀 정도 지인들과 만나고 다음 할 일을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의 많은 기관이 여러 채널을 통해 그와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으나 아직은 다음 할 일을 '탐색중'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은 대학강단에서나 그를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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