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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다시 87년…천주교 '4대강 반대' 무기한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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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성당 다시 87년…천주교 '4대강 반대' 무기한 미사

[현장] "뭇 생명이 파괴되는 이 죄악의 상황 더 이상 방관 못 해"

"뭇 생명이 파괴되어 가는 잘못된 시대 상황, 이 죄악의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 우리는 이곳 명동성당 들머리에 다시 섰습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 비가 쏟아지는 성당 들머리 계단에 성가와 기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천주교연대)'를 비롯한 천주교 사제와 신도 200여 명이 모여든 가운데,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생명·평화 미사'가 열린 것.

지난 2월 낙동강 함안보 공사 현장의 미사를 시작으로,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전국 각지에서 이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미사를 열어온 천주교계가 이번엔 명동성당으로 집결하고 있다. 정해놓은 기한도 없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미사를 계속한다는 것이 천주교연대의 방침이다.

미사는 이날을 시작으로 매일 오후 7시 30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다. 명동성당에서 매일같이 시국 미사가 열리는 것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

▲ 지난 3월 낙동강 함안보 공사 현장 인근에서 생명·평화 미사를 진행하는 천주교 사제들. ⓒ천주교연대

이날 천주교연대 김정훈 신부는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에서 팔당 유기농 단지 보존과 4대강 사업을 중단을 위한 성직자의 릴레이 단식 기도회가 매일같이 이어져 이제 100일을 넘겼고, 많은 수녀님이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기도를 하며 강변을 순례했지만, 여전히 4대강 사업은 전국에서 진행 중"이라며 "국민들의 간곡한 부탁과 청원을 끝내 외면하는 이 정부의 모습을 보며 우리 사제들은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어서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의 큰 느티나무이자, 신앙과 희망의 상징인 이곳 명동성당 들머리에 모여 매일 함께 기도할 것"이라며 "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멈출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물질 중심적·개발 중심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생명의 가치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상진 신부는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와 많은 국민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소통 단절일 뿐"이라며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찬반 입장을 국민들이 듣고 판단할 수 있도록 TV 공개 토론회의 장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생명·평화 미사는 전국 15개 교구가 번갈아 주최하며, 사제들은 미사가 끝난 후에도 밤샘 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오는 5월 10일에는 신자 1만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미사가 열린다. 천주교연대는 이 자리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제 2차 사제·수도자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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