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실상 내년성장률이 3%대까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몇달전 삼성경제연구소가 3.7% 성장을 전망했을 때 펄쩍 뛰던 정부도 고개를 숙이는 분위기다.
특히 KDI는 내년에 원화환율이 추가로 강세를 보이고, 집값이 급락하며,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 등 '3대 복병'이 잠복하고 있다고 경고, 내년경제의 앞길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
***KDI "내년 성장률 4% 내외"**
이례적으로 4.4분기 경제전망 발표를 안했던 KDI는 14일 `올해 4.4분기 및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종합투자계획을 포함한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4% 내외'에 머물 것으로 전망, 사실상 3%대로 추락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얼마 전 한국은행의 전망치 4%보다도 비관적인 전망치다.
KDI는 또 올해 4.4분기에 경제성장률이 3.4%로 급락하면서 연간으로는 4.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내년 상반기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내수부진이 지속되면서 3.2%의 성장률을 보이고 하반기에는 내수회복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4.7%의 성장률을 나타내 연간으로 4%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이와 함께 내년도 금액기준 수출 증가율은 올해의 30.0%보다 낮은 14.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원화가치 상승분을 제거하면 4% 안팎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올해 -0.8%로 추정되는 민간소비 증가율은 내년 상반기에 1.3%, 하반기에 3.6%로 연간 2.5%에 이르고, 내년도 설비투자 증가율은 8.3%로 올해보다 높아지나 건설투자는 2.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경상수지 흑자폭은 올해의 270억달러보다 훨씬 적은 1백95억달러에 그치고 소비자물가는 올해의 3.6%보다 훨씬 안정된 2.9%, 실업률은 올해의 3.5%보다 조금 높은 3.6%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집갑-내수, '3대 불확실 요인'**
KDI는 이와 함께 내년 경제 3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원고(高)와 집값 급락 및 내수침체 장기화를 꼽아 이들 악재가 작용할 경우 한층 경제가 나빠질 것임을 시사했다.
첫번째, 환율과 관련해선 "장기간 누적되고 있는 미국경제의 경상수지 적자가 급격히 조정되는 경우 위안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간 환율 등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이 심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두번째, 집값 급락과 관련해선 "경기회복 및 달러화 약세에 대응한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제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빠르게 상승하여 왔던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되면서 세계경기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세번째, 내수침체 장기화와 관련해선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저하되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추가적인 저축이 발생하거나, '경제활성화를 위한 종합투자계획'의 정책효과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내수회복이 지체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부정책에도 쓴소리**
KDI는 이와 함께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정부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몇가지 제동을 걸어 주목된다.
KDI는 우선 환율정책과 관련,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시장에서의 거래가 급격히 경색되거나 환율이 급등락하는 경우에 요구될 수 있으나 가능한 한 환율이 외환수급 여건에 따라 결정되도록 시장원리를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장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외환시장개입에 따른 외환 보유액의 증가가 지나칠 경우 이자비용 증가로 국민경제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어 재경부가 외환보유고를 끌어다 세우려는 한국투자공사(KIC)에 대해서도, 사안의 중요성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설립목적에 적합한 지배구조 및 투명성 확보에 중점을 두어 추진해야 하며 조직의 독립성, 운용인력의 전문성 및 내부 통제시스템을 강화하고 공시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C가 관료들의 자리보전용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KDI는 아울러 금융기관들은 시스템리스크를 일으키지 않고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면서 금융기관 주도의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적인 대출만기 연장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KDI보고서를 사전에 접한 것으로 알려진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장률이 낮으면 안된다"며 "청년 고용문제, 실업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최소한 5% 이상은 가야 한다"고 예의 5% 성장론을 폈다.
***LG경제연구원 "내년 3.8% 성장, 최악의 경우는 2%대 성장할 수도"**
한편 이날 LG경제연구원도 `2005년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을 상반기 2.9%, 하반기 4.5% 등 연간 3.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9월 발표했던 당초의 성장률 전망치 4.1%보다 0.3%포인트 내린 전망치다.
LG경제연구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유가와 환율 등 외부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에는 연간 성장률이 3%대 초반이나 2%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경고했다.
한마디로 말해,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험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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