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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10대'의 뇌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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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10대'의 뇌 들여다보기

[화제의 신간] "부모가 10대의 전두엽 역할 해줘야"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은 충격적인 10대 총격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왜 같이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총질을 했을까? 이런 기막힌 사건을 접하면 대개 “대체 왜 그랬을까?”라며 한탄하거나, 가난 등 환경 탓으로 돌리곤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이 번듯한 중산층 가정, 교육받은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의 이탈 행위인 것을 알면 곤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도 흔히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너는 도대체 생각이라는 게 있는 놈이니?”라거나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는지 그 머릿속 좀 들여다봤으면 좋겠다”라며 고개를 젓는 일이 적지 않다.

***"부모가 10대 자녀의 전두엽 역할 해야"**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해나무 출판사 간)는 이처럼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려운 10대들의 생각과 행동과 관련, “10대 청소년들은 잘못되도록 만들어진 시기에 처해있다”면서 “부모가 10대들의 전두엽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전두엽이란 이마 바로 뒤쪽에 위치한 전(前) 전두엽 피질을 가리킨다. 10대의 뇌구조를 뇌 스캐너로 살펴보면 '뇌의 경찰관'이라 불리며 계획을 세우고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불안정한 단계에 있다 한다. 전두엽은 이처럼 뇌의 여러 부위 중 가장 나중에 성숙된 단계에 도달하는 부위인만큼 성숙되기까지 과정에 부모와 교사, 지역공동체들이 전두엽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바버라 스트로치는 현재 10대인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뉴욕타임즈>의 의학.건강 전문기자다. 그때문인지 그는 “10대는 위험과 희망 그 한 가운데에서 모순된 가능성을 안고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어떤 아이도 섣불리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한 해 동안 총기나 칼이 사용된 폭력사건에 연루된 10대 청소년이 5백30만명, 4명에 한 명 꼴이다. 중학교 1학년의 20%와 고등학교 2학년의 60%가 성관계를 갖고 10%는 매주 술을 마신다. 호르몬 수치가 높은 아이는 학교를 빼먹고, 성관계를 하고, 거짓말을 하고, 음주와 절도 같은 위험한 행동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또 감정이 격렬해지고, 붉은 것은 더 붉게, 푸른 것은 더 푸르게 보인다. 세상이 더 밝게 불타오르고 더 화려하며 반대로 더 우울하고 무거워질 수 있다.

저자는 “10대들의 빈번히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그들이 대단히 고양된 상태일 때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감정을 통제할 신경체계가 자리를 잡기 전에 생식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10대의 뇌는 외부의 영향력에 취약하고 쉽게 상처를 받는다”면서 “뇌는 지구상의 무엇보다 상호작용이 활발한 쌍방향체계이기에 단지 쳐다보거나 질문을 던지기만 해도 달라진다”며 10대의 불안정성을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부모 품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고 싶어하고 성인문화에도 노출된다. 하지만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도 행위를 사려 깊게 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전두엽은 미완인 채로 남아있다. 그래서 술에 취해 안전띠를 매지 않고 운전하는 것이다. 저자는 ‘육체적으로는 성인과 다름없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10대들에게는 성숙한 뇌의 전두엽 역할을 해주어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부모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뇌의 과잉발달로 혼란스러운 사춘기**

그동안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뇌의 발달은 생후 3년이면 대체로 끝난다는 통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최첨단 기계가 등장하고 컴퓨터 연산이 발달하면서 뇌는 계속 변화하며 발달하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10대들은 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을 잘까? 그들은 왜 문이 부서져라 요란하게 닫고, 집에 전화하는 걸 잊어 버리고, 술기운에 취해 바보 같은 짓을 할까?”

저자는 “정상적인 10대의 뇌가 어떻게 자라는지 안다면 왜 평소에는 온순하고 얌전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코에 피어싱을 하고 들어오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청소년을 창조한 셰익스피어는 청소년 시기를 “아이와 놀고, 과거와 불화하며, 도둑질하고, 싸우는”시기로 정의했다.

지금까지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미 굳어진 뇌 대신 왕성한 호르몬 분비 탓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의 신경과학자이자 아동정신의학자인 제이 기드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뇌의 전두엽이 성장을 계속하면서 여자아이의 경우 열한살, 남자아이의 경우 열두살 내외인 사춘기 때 정점을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여기서 변화의 과정은 계속된다. 청소년기의 뇌의 크기는 성인 이상으로 커졌다가 돌연 방향을 바꿔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기드 박사에 따르면 대뇌피질의 회백질은 뇌의 가장 바깥에 있는 약 0.63cm 두께의 외피층을 말하며, 전문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사람의 경우 너무 커진 나머지 한정된 크기의 두개골 안에 모두 담으려다보니 깊은 주름이 생겨났다.

기드 박사는 “우리는 회백질에서 제2의 탄생기를 발견했다”면서 “더 많은 가지와 더 많은 뿌리를 뻗는 때이며 그것은 사춘기를 전후해서 최고조에 달한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그런 다음에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서 정수만을 남긴다”면서 “이를테면 언어를 정련해서 불필요한 사족을 제거하는 시처럼 뇌에서 ‘자, 이제 전문적으로 진화할 때가 됐어’라는 지시를 내리는지 모른다”라고 비유한다.

UCLA의 신경학자 존 마지오타는 “뇌가 발달한다는 것은 억압기제가 점진적으로 섬세하게 조절되고 다듬어지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인간의 뇌는 모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데, 억압기제가 발달하면서 이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모방에 따른 충동을 억제할 수 없는 단계의 수많은 10대들은 자신의 행동이 낳을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 나중에 살아가는데 중요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10대들은 간혹 어떤 면에서는 여덟 살짜리보다 오히려 더 어리둥절한 행동을 하는 것은 나이를 먹을 수록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전전두엽 피질을 동원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

***자녀에게 친구가 되려는 부모에 대한 경고**

기드박사는 “그들은 열정과 힘은 있는데 브레이크가 없다”면서 “아마 스물다섯은 돼야 제대로 된 브레이크를 갖게 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그런데도 부모들은 10대들의 브레이크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기 쉽다. 특히 “아이들과 친구가 되려는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 사이에 이런 경향이 만연하고 있다.

10대들을 위한 약물중독 재활센터의 상담실장인 하워드는 바로 이 점이 곤경에 빠진 많은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요즘 아이들은 상충되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한다. 적절한 한계를 설정해주지 않는다.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볼 수 없다고 호통을 쳐 놓고는 그 아이를 으리으리한 집에 혼자 나두고 외출하면서도 이젠 책임감이 생길 나이가 됐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고 믿어버린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저자는 뉴저지의 한 엄마가 값을 톡톡히 치르고 나서야 이 점을 깨달았다는 사례를 소개한다. 그녀의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어쩌다가 “규칙이라면 무조건 어기고 싶어하는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딸은 불량학생들과 어울리는 데서 오는 “짜릿함을 좋아했고” 학교를 빼먹기 시작하더니, 부모님이 집을 비운 어느날 밤엔 급기야 열네 살 나이에 성관계를 갖다 발각이 나고 말았다. 그 엄마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얘기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현명한 친구에게 조언을 부탁했더니, 가끔은 부모다운 부모가 될 필요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린 딸애를 앉혀놓고 친구를 바꾸지 않으면 학교를 바꾸게 될 거라고 말했죠. 그애는 누군가, 누가 됐든 어른들이 자기를 보고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길 원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효과가 있었어요. 딸애는 학교 수영팀에 들어가 나중엔 주장까지 맡았죠. 성적이 올라가고,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았어요.”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를 거쳐 컬럼비아대 교수가 된 피터 젠슨에 따르면 청소년기에는 자율성에 대한 욕구에서 행동이 유발되므로 10대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한편, 가끔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좌표를 읽어주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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