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리 분양가'에 강남APT 무더기 미분양

서울 11차 동시분양 11개단지 중 9개단지 미분양

평당 3천만원대 폭리 분양을 거듭하며 배짱을 부리던 주택건설업체들이 마침내 서울 강남권에서조차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는 '역풍'을 맞았다.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꼴이다.

***서초구 SK뷰, 4개평형 청약자 전무**

10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11차 동시분양에서 서초구 반포동 SK뷰는 총 63가구 모집에 19명만이 청약해 경쟁률이 0.3대 1에 그쳤으며 공급가구수의 3분의 2가량인 45가구가 미분양됐다. 69∼86평형 총 9개 중대형 평형만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1가구씩 공급된 81B, 82, 86평형 등 3개 평형만 순위내 청약을 마감했고, 69, 72, 74, 81평형 등 4개 평형은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펜트하우스의 최고 분양가가 평당 3천만원을 상회하고 가장 평수가 작은 69평형 분양가도 17억5천만원이나 돼, 분양전부터 과연 분양이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을 불러일으켰었다.

강남구 삼성동에 분양된 동일파크스위트 역시 51∼61평형 36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25명에 그쳐 11가구가 미달됐으며 역삼동 롯데 캐슬노블에서도 61평형 3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또 송파구 가락동 동궁리치웰도 31평형 31가구 모집에 9명만이 신청해 23가구가 미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남권 미분양 사태의 주요인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졌는데도 분양업체들이 인근 아파트의 시세를 무시하고 '강남권 명품 아파트'라는 포장으로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낮았던 강북의 경우는 성북구 삼선동의 대우 푸르지오가 2백73 가구 모집에 5백80명이 신청해 2.12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영등포구 문래동 금호어울림 역시 1.94대 1의 경쟁률로 미달가구 없이 청약을 마감했다. 반면에 강남 단지에서는 모두 미분양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강남의 무더기 미분양 사태를 계기로,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강남의 아파트값에서도 본격적으로 거품이 빠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